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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신춘문예 외 몇 개의 담론
어느새 신춘문예 공고가 올라오는군요. 그래서 이번 게시물은 평소보다 일찍 올립니다. 저는 ‘신춘문예’라는 이 네 글자를 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뜁니다. 혹자는 잠깐의 스폿라이트를 받고 끝나는 거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테니까요. 그래도 굳이 폄훼하고 싶다면 본인이 당선되고 난 후에 폄훼해야 말에도 힘이 실릴 겁니다. 지방지든 중앙지든 신춘문예는 그 자체로 어려운 관문입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그만큼 따라야 하는데 요즘은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른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이 단계를 지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길 테니 미리부터 그 같은 생각은 마시고 모두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올릴 글의 제목을 ‘팁’이라고 적었지만, 특별한 팁은 아닙니다. 그동안 올린 게시글의 일관성 차원에서 그리 쓴 것이니 편하게 읽으면 되겠습니다. 저 역시 지난날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 몇 가지 적어둔 글이 있는데 혹시라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해마다 당선작의 경향이 바뀌는 추세니 절대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안 보는 것보다는 알아둬서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에 올립니다. 저는 2021신춘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고 최종심에 올랐습니다. 그 중에는 지방지도 있고, 중앙지도 있었고요. 작년만 해도 중앙지 역시 최종에 올랐으니 제가 적는 글이 전혀 허무맹랑하진 않을 것 같아요.
우선 각 신문사의 종류와 기타 사항으로 크게 분류해둔 자료입니다. 이렇게 분류한 이유는 한눈에 살필 수 있어야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제 성격 때문입니다. 참, 그리고 퍼센트로 표기한 건 직관적으로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성이니 정확한 통계는 아닙니다. 그리고 괄호 안에 날짜와 소인, 도착을 적어둔 건 본인이 응모하고자 하는 곳을 놓치지 말라는 뜻으로 작년에 올라온 날짜순으로 적어둔 겁니다. 그러니 속속 올라오는 공모요강을 확인하셔서 날짜는 새로 기입하시길 바랍니다.
★ 나이 표시
중앙지
경향신문(11/30 소인) - 시(5편), 소설(70장) 관념 70% 서정 30%
동아일보(12/1 소인) - 시(5편), 시조(5편), 동화(30매), 소설(단편 70장, 중편 250~300장) 매우 관념적임
지방지
경상일보(11/30 도착분) - 해당 장르 신춘당선자는 응모불가, 시, 시조(3편), 동화(30장), 동시(3편), 소설(70장) 관념 60% 서정 40%
경인일보(12/1 도착) - 시(3편), 소설(80-100매) 관념 30% 서정 70%
* 주의 : 해당 장르 등단자 응모불가, 재작년부터 인터넷검색해서 문학상 수상 실적이 한번이라도 나오면 탈락시킨다고 함. 상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완전 신인을 요구함.
매일신문(12/4 오후6시 도착) - 신춘문예 및 일간지 문학상, 문예지 당선인은 기성문인으로 간주하여 응모불가, 시(5편), 시조(5편), 동화(30장), 동시(5편), 수필(3편 12장), 소설(70장) 관념 65% 서정 35%
영남일보(12/5 오후5시 도착) - 해당 장르 등단자 응모불가, 시(3편), 소설(70매) 관념 50% 서정 50%
부산일보(12/7 도착) - 시, 시조(3편), (동화30장, 동시3편 묶어서 심사), 소설(70장) 관념 40% 서정 60%
현대경제신문(12/8 소인) - 시(5편) 관념 50% 서정 50%
전북일보(12/8 소인) - 시(3편), 소설(70장), 수필(2편, 15장), 동화(20장) 관념 40% 서정 60%
전북도민(12/15 도착) - 시(3편 150만), 수필(2편 15-20매 150만), 소설(80-100매 250만) 서정적 작품 우선 * 주의 : 작년부터 전북도민에 한해서 응모 가능함.
한라일보(12/15 도착) - 신춘문예 및 일간지 문학상, 문예지 당선인은 기성문인으로 간주하여 응모불가, 장르가 다르면 응모 가능함 시, 시조(5편), 소설(80장) 관념 45% 서정 55%
광남일보(12/17 오후7시 도착) - 시(5편), 동화(30매), 소설(80매) 관념 40% 서정 60%
강원일보(12/18 오후6시 도착) - 해당 장르 신춘당선자는 응모불가, 시, 시조, 동시(5편), 동화(30매), 소설(80매) 관념 45% 서정 55%
중부광역신문(12/5 오후5시 도착) - 올해가 2회임, 시(5편 대상1명, 우수상5명 상금 없음)
뉴스N 제주(12/25 소인) - 시 부문은 해당 장르 신춘당선자는 응모불가, 시(3편), 디카시(3편) 서정성 많음
특수지
기독신춘(11/24 오후5시 도착) - 시(4편), 소설(70매), 수필(2편 20매)
농민일보(11/30 소인) - 해당 장르 등단자 응모불가, 시, 시조(5편 3백), 소설(70-80매)
불교신문(12/1 오후6시 도착) - 시, 시조(5편), 동화(30매), 소설(70매)
★ 나이 미 표시
중앙지
서울신문(12/1 도착) - 시(3편), 시조(3편), 동화(30장), 소설(80장) 관념 60% 이상
문화일보(12/1 도착) - 시(3편), 동화(50장), 소설(80장) 관념 50% 서정 50%
한국일보(12/1 소인) - 시(5편), 동시(5편), 동화(30매), 소설(80매) 관념 50% 서정 50%
조선일보(12/5 오후6시 도착) - 해당 장르 중앙지 신춘 등단자 응모불가 시(3편), 시조, 동시(3편), 동화(25장), 소설(80장) 관념 40% 서정 60%
세계일보(12/6 오후6시 도착) - 시(3편), 소설(90장) 관념적, 실험적, 파격적 작품 요구
지방지
영주신문(11/25) - 시5편 관념 20% 서정 80%
경남도민신문(11/30) - 올해가 2회, 시(5편, 신인이나 2017년 10월 31일 이후 등단자만 응모가능), 디카시(5편 신인, 기성 구분 없음) 관념 30% 서정 70%
국제신문(12/4 도착) - 시, 시조(3편), 동화(30매), 소설(80매) 현실 50% 서정 50%
무등일보(12/7 오후6시 도착, 12일 심사, 14일 발표) - 시(3-5편), 동화(30매), 소설(80매) 현실 70% 서정 30%
광주일보(12/7 도착분) - 시(3-5편), 동화(30매), 소설(80매) 의외로 70% 이상 관념적임
경남신문(12/8 소인) - 시(3편), 시조(3편), 수필(3편 이내 20매), 동화(3편 이내 30매), 소설(80매) 관념 30% 서정 70%
전라매일신문(12/22 도착) - 시(3편), 수필(2편), 소설(80매) 관념 25% 서정 75%
전남매일(12/8 오후6시 도착) - 시(3~5편), 동화(30매), 소설(80매) 의외로 관념성이 짙음
대전일보-재작년부터 공모 없음
충청일보-잠정 폐지됨
특수지
한국불교신문(12/8 오후5시 도착, 태고종임) - 신진작가 및 작가지망생을 대상으로 함, 시, 시조(5편), 동시(5편)과 동화(30매) 묶어서 심사, 소설(80매)
영주일보(제주인터넷신문, 12/20 도착분) - 재작년부터 공모요강 발표도 없으면서 당선자가 있는 걸 보면 공모요강을 감춰놓고 하는가 봄 ㅋㅋㅋ 시(3편 이상), 인터넷신문임
머니투데이경제-작년 공모 없었음
시조 응모자 참고사항
* 시조 3편 응모하는 곳 – 국제, 경상, 부산, 서울, 조선, 경남
* 시조 5편 응모하는 곳 – 동아, 매일, 한라, 농민,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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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관념과 서정을 퍼센트로 언급했으니, 그에 관한 제 짧은 소견을 적고자 합니다. 제 생각에 동의할 분도 계시겠지만, 동의하지 않는 분도 계실 테니 가볍게 읽어봐 주시면 될 듯합니다. 언급한 관념은 속칭 현대시로 분류 가능할 것이고, 서정은 전통적인 서정시로 보면 됩니다. 여러분들도 각종 문예지 당선작을 봐서 알겠지만, 이제 현대시의 영역은 문동이나 창비, 문사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문예지가 그렇다고 봐야 합니다. 더불어 시의 내용도 어마어마하게 길어졌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얼핏 보면 수필 같은 느낌이 들 만큼요.
학우님들 중에도 전통적인 서정시만 쓰는 분들이 제법 있는 걸로 압니다. 그런데 어렵다고 현대시를 외면하면 장차 기형적인 시 쓰기가 될 확률이 높을 겁니다. 전통적인 서정시, 물론 감동적이고 이해도 쉽죠. 그러니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읽게 되고, 댓글 달기도 편할 겁니다. 그런데 현대시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막히는 거죠. 그런 공부 없이 현대시를 접하면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길게 쓸 거면 차라리 수필을 쓰지, 이게 무슨 시야? 이런 식으로요.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갈 점은 현대시를 쓰면 시를 잘 쓰는 사람이고, 전통 서정시를 쓰면 그보다 못한 시인이라는 뜻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니 작품성과는 별개로 본인이 현대시를 주로 쓴다고 해서 타인의 서정시를 낮춰봐서도 안 될 것이고, 그와 반대로 본인이 전통 서정시를 쓴다고 해서 현대시를 쓰는 사람에게 주눅 들 이유도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친했던 지인은 평소 현대시를, 아니 꼭 현대시라기보다는 남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쓰면 좋은 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쉽게 이해되는 전통적인 서정시를 조금은 낮춰보는 것 같았고요.
중요한 건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아주 쉽게 말해서 대중이 좋아하는 시는 전통적인 서정시지 현대시는 아닐 겁니다. 이해도 쉽지 않고, 감동도 없는 작품을 누가 좋아할까요? 그런데 문예지에서는 왜 그런 작품을 뽑는 걸까요? 그건 바로 그런 작품이 새롭기 때문입니다. 시쳇말로 읽는 재미가 있다는 거죠. 이해가 쉽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뻔하다는 말입니다. 전통 서정시는 그 뻔함 속에서 언어적 기교로 감동을 주려고 애쓰는 셈이죠. 그런데 현대시는 뻔하지가 않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몇 번을 반복해서 읽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 대중은 전통 서정시를 좋아하겠지만, 고급 독자나 시와 관련된 사람은 현대시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죠. 만약 전통적인 서정시만 쓰는 시인이 시집을 열권을 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시집에서 우리는 어떤 차별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다 똑같은 서정시일 뿐이니까요. 유명 시인의 시집을 보면 작품집마다 1기, 2기, 3기… 로 구분하면서 작품의 경향에 따라 시인의 문학관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죠. 그건 바로 초기에는 전통적인 서정을 추구하다가 해를 거듭할수록 변화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변화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속성이 현대시적인 특성이겠고요. 그런데 처음 언급한 것처럼 변화가 없다면 굳이 1집, 2집, 3집으로 나누어 낼 필요가 뭐 있을까요? 어차피 그게 그건데 말이죠.
4~5개의 문예지를 정기 구독하는 친한 지인이 말하길 지금 외국에서는 장시가 유행하는 추세라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장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거부감이 들었죠. 시의 정의에 비춰보자면 그렇게 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냥 거부할 수는 없는 게 그게 지금의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합니다. 내가 싫다고 해서 안 한다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겠다는 말입니다. 아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요. 나는 시대를 쫓아가지 않고 나만의 시를 쓰겠다, 그렇게 말씀하시진 마시길요. 그건 신념이 아니라 공부하기 싫어서고 어려워서 포기했다는 말을 포장한 변명이니까요.
올해 문학동네 당선작인 <비평 외 4편>을 보면 시가 참 길다고 느껴질 겁니다. 그런데 올해 시와 반시 하반기 당선작인 <말무덤 외 4편>을 보고 나면 문동 당선작은 짧다고 느껴질 겁니다. 이런 시의 주요한 특징은 이야기시라는 겁니다. 스토리가 있다는 거죠. 그게 문동 당선작처럼 난센스 퀴즈 같은 이야기든, 시와 반시처럼 한 편의 수필 같은 이야기든 아무튼 공통으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거죠. 흔히 백석의 시를 이야기시라고 하는데 이걸 더 길게 서술했다고 보면 됩니다.
일전에 올린 팁에서 문예지 당선작은 여러 감정의 융합에 있고, 알 듯 모를 듯한 표현 3~40%, 이해 안 가는 표현 6~70%라고 말한 바 있죠. 물론 여전히 이는 유효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갈수록 이야기시의 형태를 띤 장시가 대세를 이룰 것이고, 이해 안 가는 표현보다는 잘 읽히면서도 읽고 나면 굳이 이렇게 수필처럼 쓰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일례로 올해 만약 신춘문예에서 이야기시로 장시를 낸다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그게 지금의 흐름이니까요.
시는 갈수록 젊어지고 있습니다. 더는 눈물 콧물 짜내며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 옆집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담백하게 써 내려갑니다. 그렇다고 어떤 거창한 걸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구절구절 강렬한 이미지를 넣어 운율을 첨가하거나, 문동처럼 난센스 퀴즈를 접하듯 재밌는 이미지를 그려가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아까도 말했듯이 문예지 당선작은 갈수록 길어질 것이고, 이야기시가 대세를 이룰 거라는 겁니다. 이는 지금의 젊은이 중에는 소위 외국물을 먹은 친구들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변화의 추세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면서 주도하니까요.
예전에 저는 문학카페 게시판에 현대시 한 편씩 소개하면서 해석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세 편쯤 올렸을 무렵입니다. 댓글에 보니 이런 댓글이 달리더군요. 시는 김소월, 윤동주, 백석, 김수영의 작품이 진짜 시지, 요즘 시는 시가 아니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걸 당선작이랍시고 뽑으니까 시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소릴 듣는 거라고 일침을 가하더군요. 그렇게 누군가 한 명이 나서니 저마다 옳소! 옳소! 외쳤고요. 정말 무서운 군중심리가 아닐 수 없죠. 그래서 현대시 소개를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 대학원 논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시인이 백석과 김수영이고, 특히 김수영은 압도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김수영은 리얼리즘에서도 최고봉에 오른 사람이지만, 모더니즘에서도 최고봉에 있기 때문입니다. 김수영 시인은 육교에 올라 차들이 지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도 늘‘속도’에 대해 생각했다고 합니다. 한 걸음 앞서 나가겠다는 시의 속도 말입니다. 이처럼 그 자신이 시의 세계사적인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오늘날 김수영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겁니다. 그런데 댓글에서 마치 김수영이 변화를 거부하는 전통적인 시인인 것처럼 말하는 걸 보면서 어이가 없었죠.
현대시를 쓴다는 것, 쉽게 보면 쉽고, 어렵게 보자면 한없이 어렵습니다. 가끔은 그렇게 재미도 없는 걸 길게 쓰는 것도 재주는 재주다, 제가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저 역시 때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시를 쓰려면, 그것도 잘 쓰려면 공부해야겠죠. 김수영 시인이 지금 살아 돌아와 난해시나, 혹은 수필 같은 긴 장시를 보면 아마도 새로운 시를 봤다면서 쾌재를 부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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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말은 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심사자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해야겠습니다. 올해 수주문학상 당선작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를 다들 보셨을 겁니다. 어떻게 읽었나요? 저는 잘 읽었고, 잘 감상했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동물을 넣어 더 길게 써 내려갔다면 더 재밌을 텐데 왜 쓰다 말았을까 싶기까지 했죠.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이게 수주 변영로 시인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수주문학상에 적당한가입니다. 이건 누가 봐도 문예지 신인상에나 어울리지, 수주문학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용신인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석정문학상과 비교하면 더 명확해집니다.
올해 수주문학상 심사자들 면면을 보시면 이들이 전통적인 서정시를 뽑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아실 겁니다. 그들 심사자가 평소 쓰는 시 스타일을 보면 알죠. 만약에 작년 수주문학상 당선작을 이들이 심사했다면 어땠을까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당선작으로 뽑힐 확률은 제로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작년 심사자들이 올해 당선작을 심사했다면 당선됐을까요? 이 역시 제로일 겁니다. 이 말은 무엇인고 하면 심사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시 스타일을 뽑는다는 겁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문예지 신인상을 뽑을 때나 그렇지, 시인 이름을 건 문학상은 시인의 생전 문학관과 그 문학상만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요?
또 만약에 말입니다. 올해 수주문학상 심사자들이 지용문학상이나 김유정문학상이나 석정문학상을 심사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죄다 같은 스타일의 시를 뽑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시인 이름을 딴 문학상이 왜 필요할까요? 그냥 지역 이름을 따거나 하나로 합치면 될 텐데요. 좀 억지지만 저는 이들이 등대문학상이나 해양문학상을 심사해도 그런 종류의 시를 뽑을 것만 같더군요. 이제 수주문학상은 심사자들이 누구냐에 따라서 작품은 확연하게 갈릴 듯합니다. 제아무리 서정시를 빼어나게 써도 현대시를 쓰는 시인들이 심사하면 절대 안 뽑힐 테고, 제아무리 현대시를 잘 썼어도 전통 서정시를 쓰는 심사자들이라면 꽝일 겁니다. 한마디로 원칙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속도에 민감한 젊은 시인들, 이른바 문예지 당선자들은 다는 아니겠지만, 당선작으로 뽑힌 자신의 작품 스타일만을 정답으로 여긴 나머지 앞으로 발표하는 작품도 주구장창 그런 스타일로만 시를 쓸 확률이 높을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심사자의 위치에 오르면 전통 서정시는 아주 소멸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한때 미래파로 각광받던 난해시로 문단에 등단한 시인들이 오늘날 몇몇 신춘문예와 문예지 심사를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들이 쓰는 시 스타일에만 새로움의 가치를 부여한 채 뽑아왔죠.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가 이제 장시로, 이야기시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갈수록 전통 서정시는 위축될 수밖에 없겠고요.
모르긴 해도 현대시를 쓰는 사람 중 일부는 전통 서정시를 시도 아니라고 깔볼 것이고, 그 반대로 전통 서정시를 쓰는 사람은 현대시를 보면서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아냥대겠죠. 그렇게 서로의 좋은 점을 보려 하지 않고 어느 한쪽만을 우대하는 시인들이 심사를 보는 한 분명 어느 한쪽은 기형이 될 것이고, 그렇게 시는 몰락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양쪽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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