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디오 호강기 III
-아나로그 명기 Teac X-2000R 릴데크 녹음기 수리기
13회 이 장 로
대학원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생전에 애지중지 하시던 오디오시스템 일체와 애장품 릴데크(reel deck)녹음기 티악 X-2000R을 넘겨받게 되었다.
릴테이프 데크는 카세트 테이프 데크와 함께 오디오 기기들 중에서 아나로그 source(음원)를 만들어 주는 장치 중 하나이다.
지도교수님은 노환으로 고생하시다 100세를 넘기시고 지난 1월 영면하셨다. 프랑스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신 교수님께서는 수학을 전공하신 선생님의 동생과 함께 인천 형제 천재로 회자되었을 정도로 머리가 명석하고 인품이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이기도 하셨다.
대학교수재직 중에는 학장, 대학원장 등 보직으로 고려대 발전에 헌신하셨을 뿐만아니라 수많은 석박사를 배출하셨고 많은제자들은 선생님의 자애로운 인간성을 존경하며 따르게 되었다.
학문연구도 출중하셨을 뿐만아니라 취미생활도 열심이셨다. 특히 오디오에 심취하셔서 그당시 성능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즐기시며 수준높은 음악지식으로 청음시에는 해박한 해설을 분석적으로 해주시곤 하였다.
학문적으로는 선생님의 가르침과 지도를 받으면서 선생님의훌륭한 취미생활을 선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학문과인간성 그리고 음악취미생활을 본따르고 전수받게 되었다고나할까.
그이후 나름대로 나 자신 오디오를 사랑하게 되었고 오디오 기기와 장치를 하나씩 마련하게 되어 지금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대로 오디오 생활을 잘 즐기고 있다.
지난 3월 선생님의 따님내외분으로 부터 아버님이 쓰시던 오디오시스템을 넘겨 주시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선생님의 제자 중에서 오디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손때 묻은 아버님의 오디오 시스템을 소중하게 여기고 보존하여 가장 보람있게 활용할 수 있는 적격자로 생각하신 것 같다.
물려받은 릴데크는 1975~85년경 녹음기로 그동안의 여러 발전단계를 거쳐서 그당시 출시된 바 있는 티악(Teac)회사의 제품군에서 마지막으로 제작된 최고의 성능을 가진 명기이면서 최고의 고가품이었다.
대형 10인치 릴이 장착가능하고, 4트랙으로 4개의 녹음 및 재생헤드와 2개의 지움헤드 등 6개의 헤드가 장착되어 있으며 오토리버스(방향전환 자동화)기능이 있어 순방향과 역방향, 즉 양방향으로 스테레오 녹음과 재생이 가능하다.
릴테이프 회전이 완전 장력 서보로 조정되며, 2개의 구동 캡스탄(capstan)드라이브로 동작된다. 고역대 및 저역대 주파수특성(30~40kHz)를 자랑하며 내구성높은 코발트 비정질 아멀포스 헤드(amorphous head)를 최초로 장착한 지금까지의 어떤 제품보다도 성능을 높이고 정밀하게 제작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또 EE(extra efficiency: 특별 성능) 테이프 사용기능과 dbx(professional noice reduction: 잡음제거)기능, 동일구간 반복재생 및 프로그래밍 기능 등도 갖추고 있다.
그 당시 학생신분이었던 나로선 그것을 갖는 것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반세기 가까이 지난후이지만 당시 명기였던 이 릴데크를 드디어 내가 활용할 수 있게 된것이다.
조심스럽게 릴데크의 전원을 넣었으나 불행하게도 부품소자가 타는냄새가 나면서 동작이 되지 아니하였다. 오픈해 보니 선생님께서 병상에 계셨던 기간을 포함해서 상당기간 사용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출고후 50여년 가까이 경과되어 캡스탄 모터 고무벨트, 스폰지, 캐패시터 등 일부 소모성 부품이 노후화상태로 망가져 있었다.
서초동 소재 국제전자센터 전자제품 전문수리점을 찾아 수리를 부탁했으나 수리의뢰 들어온 동일제품 동일모델 릴데크를 보여주면서 수리의뢰해 들어온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껏 수리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수리거절이나 마찬가지어서 절망상태로 되돌아 오게 되었다.
결국엔 이 기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가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내 스스로 이 기기를 반드시 살려서 선생님이 생전에 녹음해두신 릴테이프 음악을 꼭 재생해 봐야 겠다는 절실한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수소문한 결과 부산의 모 노래방에서 오랫동안 사용하던 동일회사 동일모델 중고품 릴덱을 어렵게 구할 수 있게되었다. 선생님 것보다는 몇년 나중에 출시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외관이 아주 험하고 몇번 수리한 이력이 있었을 뿐만아니라 몇군데 기능 작동이 안되거나 동작상태가 불량하여 그대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 2대의 릴덱을 완전히 분해하고 해체하여 동작이 그런대로 정상인 소재부품과 PCB 보드들을 발췌하여 한 군데에 모아 한대라도 제대로 동작이 가능한 릴덱을 꾸며 보고자 하였다.
우선 이 기기에 대한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회로와 PCB 기능을 잘 설명해주는 서비스 매뉴얼과 사용자 매뉴얼을 다운로드하고, 고무가 삭고 녹아서 몇동강이 나 있는 구동 캡스탄 고무벨트를 새 것으로 교체하였다.
그리고 전원 PCB와 녹음-재생 PCB 보드내의 캐패시터를 점검하여 망가지고 성능저하된 것들을 동일규격 및 동일용량으로 교체하였다.
릴을 끼워 장착하게 하는 좌우 릴 어답터 허브 4개를 분해하여 완전한 아답터 허브 2개로 다시 조립하였다.
좌측 릴 축비틀림 회전현상은 reel table mount 좌우교환으로 해결하고
동작이 민감한 좌우 텐션 암(tension arm)을 둘다 작동이 원활한 것으로 교체완료하였다.
좌 photo interrupter의 상하위치를 조정하여 중간쯤으로하고, 텐션암을 완전히 조인 상태에서 좌로 2번 회전함으로서 릴빨리감기(FF)와 우 핀치로라에 릴 테이프가 이탈해서 내려오는 것을 해결하였다.
우측 photo interrupter의 위치는 맨위로(맨아래면 동작불가), 텐션암을 완전 조인상태에서 좌로 5번 회전으로 조정하여 FF, Rew 빨리감기와 순방향 및 역방향 플레이를 원활하게 하였다.
알미늄 전면패널 플레이트, 플라스틱 하우징 베이스를 흠집이 적은 것으로 선택하여 교체하였다. 또한 테이프 동작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 카운터(10초단위 led 희미함)와 입력버튼 제어스위치 PCB보드의 접촉불량을 손질하고 사용흠자국이 덜한 것으로 교체하였다.
헤드마모를 줄이기 위하여 헤드를 지나가는 테이프의 장력측정을 정확히 하기 위한 장력측정기(Tentelometer)를 eBay(미국중고전자제품판매처)를 통해 구매하고 PCB 회로내의 관련 가변반고정저항기를 미세 조정하여 순방향 재생빨리감기(FF)와 되감기(RW)가 제대로 동작되도록 하였다.
역방향(Rev) 녹음시 L채널이 R채널보다 신호가 약하여 L신호가 커지도록 조정해서 녹음을 시도해도, 약간의 시간경과시 원래로 회귀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해당 녹음 재생기판의 반고정저항기를 조정해봐도 무위로 끝났다 (관련 회로소자의 시간경과 열화현상으로 잠정적 판단).
끝내는, 녹음-재생 회로 PCB 보드와 라인녹음세기, 재생 모니터 볼륨 및 스위치, 전원 및 dbx sw(professional noice reduction)가 부착된 릴대크 하부의 PCB 기판뭉치전체를 교체함으로서 이 증상이 비교적 완화되었으나 Rev 녹음시 Line의 L 볼륨 상향조정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은 여전히 존재하였다.
녹음 모드 LR버튼 접촉불량, Line LR볼륨(duplex potentiometer(겹 가변저항 볼륨조정기)-50 kohm(A)x2)의 노후화로 인한 접촉불량이 그 원인임을 결정적으로 진단하기에 이르렀다.
겹 가변저항볼륨기를 교체하기로 결심하고 구하기 위하여 국내외적으로 백방으로 검색 했으나 동일규격의 부속품을 아직까지도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방은 부품의 구매 및 교체로 인한수리가 어려으므로, Line LR 가변자항볼륨기 및 녹음모드 sw에 전기접점부활세척제로 세척한 다음 전기접점 윤활제를 스프레이 한 결과 저항을 유지하는 원상태로 거의 복원되어 큰 골치를 앓았던 문제가 잠정적으로는 해결된듯 해 보인다.
FF, Rw 릴 빨리감기의 속도가 느리고 막바지에 정지하는 경우가 있어 좌우 릴감기모터의 전력용량을 12와트에서 20와트용으로 교체하고 spindle oil 주입으로 빨리감기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되었다.
릴의 반원형 카본브레이크에 릴테이블축을 삽입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을 0.1미리 두께 종이 원형가이드 제작사용으로 해결가능하였다.
드디어, 순방향녹음 및 재생 그리고 역방향 재생을 포함하여 역방향으로 90분 이상 연속녹음하는 것 까지를 포함하여 전기능이 정상동작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부품 및 소자의 노후화로 인한 열화현상이 발생하여 언제 또 다시 동작이 안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릴데크 기능이 전체적으로 90%이상이 복원된 것으로 확인되어 사용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어보인다.
결과적으로 무려 몇개월동안에 걸친 이번 작업으로 작동불능 낡은 릴데크 2대가 1대의 동작가능한 릴데크로 새롭게 환생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디지털 시대에 이번 아나로그 음원인 릴데크 복원으로, 기존 소장중인 튜너, CDP, LP 턴테이블, NAS(network attached storage)서버, 카세트테이프 데크 등과 함께 음원소스기가 새로이 추가되어 청음에 지장이 없는 폭넓은 음원시스템을 갖추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자력으로 재구성 수리 복원된 릴테이프 데크는 생각만해도 뿌듯하고 보기만해도 사랑스럽다.
이번 장시간의 수리작업을 통하여 Teac X-2000R 릴데크는그당시의 기술로는 참으로 정밀하고 빈틈없이 디자인되고 잘제작된 제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만약 그것의 신제품을 구하는것이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하나 더 구해 놓고 싶은 제품이다.
요즈음 선생님께서 직접 녹음하시어 유작으로 남겨두신 릴테이프의 녹음음악을 자주 재생해 듣고 있다. 여기에는 선생님의 정취가 배어 있고 정서적 감정이 녹아있다. 그리고 살아 계실것 같은 선생님의 정신이 담겨 있다.
생전에 자상하게 음악해설을 해주시던 선생님 곁에서 음악을 청음하던 그 때 그 시절이 몹시 그리워진다.
(2022.10.4, 과학칼럼)
추기: 이 글이 릴데크 티악 X-2000R을 수리복원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댓글 전문 지식 부족으로 ‘아나로그 명기 Teac X-2000R 릴데크 녹음기’ 수리 과정은 이해할 수 없었으나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깊이 존경하는 이장로 님의 마음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생전에 애지중지 하시던 오디오시스템 일체와 애장품 릴데크(reel deck)녹음기
티악 X-2000R를 지도교수님이 영면하고 따님내외분으로부터 넘겨받은 후에 오래 되어 고장이 난
‘릴데크 녹음기’를 수리하느라고 무척 고생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고장이 났기에 버리면 될 것을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애지중지하셨고 선생님의 정취가 배어 있고 정서적
감정이 녹아 있으며 살아 계실 것 같은 선생님의 정신이 담겨 있는 물건이기에 금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기어코 전체적으로 90%이상이 복원되도록 수리하신 이장로 님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