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山 김동출 에세이
연애는 Yes 결혼은 No
수천 년에 이르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타고 우리는 지금 최첨단 과학 문명의 혜택을 받고 백 년도 못 살겠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고 있다.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50여 년 만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이제는 살만해지니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처럼 그동안 숨겨온 정책 부재의 질환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온다. 도시와 농산어촌을 불문하고 집마다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웬만한 집에는 모두 자가용이 있고 집안에 들어서면 수세식 화장실을 쓰고 있으며 주방에는 냉장고 세탁기 하며 요사이는 빨래건조기까지 있으니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은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나라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1930년대에 출생한 우리 부모님 세대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땅의 1960년대는 혼란과 빈곤의 시기였다. 1945년 해방 이후 벌어진 6.25 전쟁의 상흔으로 나라도 국민도 너무 가난했다. 필자를 포함하여 6.25 전쟁 이후 베이비 붐으로 태어난 수많은 어린이는 입을 것도 먹을 것도 제대로 없었다. 지금 와 생각하면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것이 행운이었다. 초등학교(초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이면 미국에서 원조받은 우유와 옥수숫가루를 섞어 죽을 끓여 나누어 주었다. 귀가할 때는 일주일에 두어 번 옥수숫가루로 빵을 쪄서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어린 동생이 있던 대부분 친구는 책과 함께 방망이 같은 긴 빵을 책 보따리에 싸서 집으로 달려가 솥에 쪄 동생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었던 일이 어제 일처럼 뚜렷하다.
가수 '진성'이 불러 공전의 히트한 '보릿고개' 노래의 가사 말에 그 시대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야 뛰지 말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길 주린배 잡고 물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아야'는 바로 우리 세대이며 뛰지 말라 이르시던 분은 바로 우리 어머니 구순 초중반의 우리 어머님들이시다.
하고 싶은 말을 끄집어내기 위해 사족이 길었지만, 그 시절에는 정말 어린이 천지이었다. 어린이가 살기 좋은 천국이 아니라 어린이가 넘쳐날 정도로 많았다. 동네 골목마다 어린이들의 아우성이 넘쳐나고 사람 많은 장터나 길거리를 나서면 배부른 임산부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도시와 농산어촌 지역을 불문하고 초등학교(이하, 초등학교)는 저·중·고 학년 교실을 막론하고 교실이 미어터질 정도로 학생 수가 넘쳐났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한 학급당 평균 50명을 채울 정도로 스무남평(실제: 일반교실의 크기는 9.0 X 7.5m/20.45평) 남짓 되는 교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비좁기만 하였다.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요즘 전국 초등학교 법정 학급 편성 인원수가 평균 20여 명 내외로 낮아졌다. 2024년 2월 29일 자 지방 소식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 내 초등학교 중에 입학식이 없는 학교가 12개교로 조사되었다 한다. 이런 비극의 원인은 바로 출산율 저하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다.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소멸할지도 모른다.
나라는 잘살게 되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필자의 단견으로는 요즘 모든 처녀, 총각들이 연애하기는 좋아하나 결혼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세태의 저변에는 일류병, 사치 병, 아파트 병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의 텃밭이요 씨앗인 대한민국의 처녀, 총각들이 모두 이런 병에 걸려 미남 미녀를 찾는 것은 개인적인 성향이라 하더라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보금자리가 되는 가정을 꾸릴 집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이끄는 위정자들은 그동안 국민 복리보다는 좌우로 편 갈라 정권 탈취에 이전투구 하느라 민생을 살피는데 소홀히 하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라고 했다. 정부는 국가 존립을 위해 산실청(産室廳)이라도 세워서 출산장려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실효성 낮은 예산을 돌리고 아껴서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살기 편한 주택구매 부담을 줄여 제공하면 어떨까? (사실 그렇게 하고 있지만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그리하여 세계 어디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은 정도로 우월한 유전형질을 갖춘 선남선녀들이 짝을 만나 결혼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를 많이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 아이들을 국가가 부모를 대신하여 키워주면 안 될까? 거기에 앞서 선남선녀들이 만나 교제할 수 있는 건전한 만남의 장도 마련하는 사회적 기풍을 북돋우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가 종교단체에서 미혼 남녀가 만나서 교유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면 더 좋지 않을까?
은퇴한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최근 졸업기와 입학기를 즈음하여 들려오는 소식으로 몇몇 초등학교에서는 졸업생과 입학생이 없어 수년 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니 서글프기 짝이 없다. 벌써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다. 국민이 많아야 힘 있는 나라로 발전한다. 그래야만 국민에게 저마다 국방·근로·납세. 교육의 4대 의무를 지우면서 나라가 균형 있게 발전함은 불문가지다.
오늘은 105주년 3.1절이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선열이 전국적인 만세운동을 통해 일본의 식민 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을 발표해 조선의 독립의사를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날이다. 갖은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뜻을 깊이 새기며 그분들이 피땀 흘려 지키려 했던 내 조국의 상징인 태극기를 내달면서 우리 후손들이 번성하는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빌어본다. 2024년 삼일절 아침
첫댓글 시의적절한 작품에 감동을 표합니다.
나라 발전의 초석은 아버지가 놓았지만
지금의 나라는 우리가 만든 것이지요.
그 무엇보다 열사의 나라에서 3교대로 벌어 들인 검은 진주 덕이지요.
중동건설에 기여한 근로자들이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그럼요. 다음 글을 쓸 때는 빠뜨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