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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공)학은 매우 '이타적 학문'이다. 병든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 만든 학문이기 때문이다. 지구촌 곳곳에 환경위기가 도래하자 20세기 후반 새롭게 탄생한 학문이 바로 환경공학이다. 국내에 환경공학이 도입된 시기는 1960년대 후반. 당시는 환경오염이 심하지 않았고 환경보전에 관한 인식도 희박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본격화된 1970년대 후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환경의 질이 나빠지면서 환경공학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최진희 교수는 "지금의 환경부 전신인 환경청이 1980년 발족했다"며 "서울시립대도 그해 '위생공학과'에서 '환경공학과'로 명칭을 바꿨고 그 뒤 여러 대학에서 환경공학과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 ▲ 학생들이 호수유역에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 한국외대 제공
이화여대 환경·식품공학부 박석순 교수는 "환경공학은 지구촌에 도래한 환경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20세기 후반에 새롭게 탄생한 학문"이라며 "쉽게 말해 병든 자연을 치료하고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인류의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미국 공학한림원이 발표한 '21세기 인류가 추진해야 할 위대한 도전' 과제 14가지 가운데 3가지가 지구환경 분야다.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조호영 교수는 "14가지 도전 과제 중에서 '이산화탄소 격리 및 보관' '생태계 질소 교란방지' '물 자원의 양과 질 확보' 등이 포함될 정도로 중요하다"며 "이는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국가 장기 패러다임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 학생들이 수질정화 실험을 하고 있다. / 한국외대 제공
◆공학과 인문사회학의 통섭이 진행 중
환경(공)학과의 교과 목표는 환경오염의 발생 요인에 따라 오염물질을 분석하고 오염도를 평가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지식을 배우는 데 있다. 박석순 교수는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거나 오염된 물질을 복원시킬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이론과 실험을 함께 공부한다"고 말했다. 여기다 환경문제를 제도적으로 막는 환경정책과 법률까지 다룬다.
연세대(원주캠퍼스) 환경공학부의 경우 신입생들은 먼저 물리·화학·생물 등의 기본 교과를 배운다. 물리·화학·생물은 환경공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인 동시에 가장 중요하다. 또 환경오염과 인간, 환경보전과 기업경영과 같은 인문사회 분야의 강의를 듣게 된다.
유체역학이나 미분·적분학도 전공 기초과목으로 꼽힌다. 기체와 액체 등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유체역학은 오염물질의 이동을 추적하는데 필수적이다. 미분·적분학을 통해 함수와 극한, 도함수, 적분법을 배우는데 수질 및 대기관리에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 지질학과로 시작해 1994년 지구환경과학과로 명칭을 바꾼 고려대 학생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1학년 때 일반 물리, 일반 화학, 수학, 일반지구환경과학 등 전공관련 과목을 배우고 2학년부터는 지구물리학, 광물·에너지자원학, 지구화학, 지하수환경학, 토양환경학, 대기환경학, 환경과학실습 등 세부 전공과목을 배우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조호영 교수는 "최근 원자재의 가격 폭등과 광물 에너지 자원의 장기적 수급문제가 핵심적인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광물자원 및 석유자원 탐사 개발에 대한 연구투자와 전문인력 수급이 급증하고 있어 향후 인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자연과학대학 환경학과의 경우 2학년 과정부터 환경공학 분야, 청정에너지 분야, 생명공학응용 분야 등으로 나눠 본격적인 전공 공부가 시작된다. 한국외대 환경학과 김영성 교수는 "환경분야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환경연구 컴퓨터 프로그램(visual Basic, STELLA)과 환경오염분석 및 방지기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교과과정도 편성돼 있다"고 했다.
연세대 환경공학부 김성헌 교수는 "환경공학은 물리, 화학, 생물 등 자연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토목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등 공학적 지식이 아우러진 융합학문"이라며 "학문의 체계는 대기, 수질, 폐기물, 토양 및 지하수, 소음진동, 환경영향평가의 세부 분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환경문제를 사회학적으로도 접근하는 시도가 교육과정 및 연구 활동에서 빠르게 진행돼 이공학과 인문사회학의 학문 간 통섭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는 대도시 서울의 환경문제를 공부한다. 정부로부터 서울지역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연구사업과 인력양성사업의 역할을 부여받은 '서울지역환경기술개발선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Eco-Star사업단(폐자원에너지화 및 Non-CO₂온실가스사업단)' 및 'BK21 사업단(도시환경시스템공학 인력양성사업단)'으로도 선정됐다.
환경공학과는 여러 학문과 '통섭'이 이뤄지면서 학과 명칭도 분화하고 있다. 환경건설교통공학(아주대), 토목환경공학(충남대), 토목환경지구정보공학(세종대), 건설환경공학(중앙대, 울산대), 환경생명과학(서울여대), 환경조경(상명대), 에너지환경공학(순천향대), 환경화학공학(숭실대) 등 다양하다.
박석순 교수는 환경공학 비전에 대해 "환경산업이 정보통신, 의료생명과 더불어 21세기 3대 주요 산업으로 등장했다"며 "환경이 우리 생활과 사회의 규범이 되고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환경공학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생활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학문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후 진로
환경공학과를 졸업하면 공직으로 가장 많이 진출한다? 실제로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환경직 공무원에 환경공학과 출신이 대거 진출한 상태다. 또 환경 관련 국공립 연구원, 기업체 부설 환경연구소, 엔지니어링업체, 환경기술 기업, 대학 연구소에서 환경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시립대의 경우 전공분야 취업률이 78%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외대는 2009년 2월 졸업생의 30%가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학부 졸업 후 환경교사 혹은 연구기관에 다수 취업했다. 또 대학원 졸업 후 국공립연구소 연구원, 기업체 등 환경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종사하고 있다.
연세대 환경공학부는 매년 졸업생의 15%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으며 취업률이 70%를 넘어 올해 '취업 및 진학지도 우수학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