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39) - 우리는 친구, 사이좋게 걷자
~ 제25회 한국국제걷기대회 참가기
(사)한국체육진흥회는 송파구와 함께 해마다 10월말에 국제걷기대회를 연다. 금년으로 25회, 이번 행사는 2021년에 이곳에서 열리는 제17회 IVV(세계시민스포츠연맹) 올림피아드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한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 스위스, 루마니아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동호인들과 함께 즐긴 걷기축제의 이모저모를 살핀다.
1. 흥겨움이 가득한 국제친선의 밤
10월 25일(금) 저녁 6시, 을지로 5가에 있는 라마다동대문호텔에서 제25회 한국국제걷기대회에 참가하는 국내외 인사 100여 명이 한데 어울려 친목을 다지고 우정을 나누었다. 지난봄에 가졌던 서울~도쿄 제7차 한일우정 조선통신사 옛길걷기의 보고회도 겸하여서.
오후 5시 반에 연회장에 도착하니 엔도 야스오 대표를 비롯한 일본 참가자와 블라디미르 회장을 비롯한 러시아 참가자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속속 등장, 정답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살핀다. 다시 만나 반가워요!
개막과 동시에 울려 퍼진 금노리 해금연주단의 청아한 악조가 친교의 분위기를 돋우고 영상으로 접한 제7차 한일우정걷기의 화목한 분위기는 1년 넘게 냉각관계가 지속된 한일 간의 갈등 속에도 민간의 친선과 우호가 굳건함을 되새기게 한다. 연회가 무르익자 캄차카에서 온 소년들의 민속춤이 흥을 돋우고 폐막에 앞서 모두가 한데 어울려 손잡고 부르는 아리랑의 여운이 은은하다. 친목과 우정을 다진 연회는 저녁 8시 반에 종료, 참가자 여러분 좋은 밤 보내고 내일 다지 만납시다.
2. 황홀하여라, 코스모스 만발한 성남 탄천
10월 26일(토) 오전 9시, 국제걷기 출발장소인 송파구 장지동의 가든파이브 광장에 도착하니 많은 참가자들이 운집하여 삼삼오오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주최 측은 출발준비로 부산하다. 오전 9시 반에 개회식, 25년이나 이어진 뜻깊은 대회의 개막을 선포하며 즐겁게 걷기를 다짐한다. 천여 명의 참가자가 42km(아침 7시 반 이미 출발), 25km, 10km, 5km 순으로 나누어 모두 씩씩하게 출발한다.
출발식장에 모인 참가자들
나는 25km 걷기, 송파구 장지동에서 강남구 세곡동을 지나 성남비행장을 거쳐 탄천 따라 장지동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2주 전에 한국체육진흥회원들과 미리 걸었던 길, 그 사이 가로변의 단풍이 은은하게 물들었고 탄천의 코스모스 꽃밭이 만발하여 황홀한 분위기다. 걷는 내내 같은 연배의 일본친구 고바야시 카츄이치 씨와 짝을 이루어 나누는 대화가 유익하고 42km를 힘차게 걸어 앞서는 장년의 등에 붙은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자랑스런 딸의 수능만점을 기원’, 모든 부모의 지극한 자녀사랑을 대변하는 듯, 그의 염원이 갸륵함을 치하하며 격려의 뜻을 전하였다. 이처럼 간절한 소망과 깊은 상념에 젖는 것도 걷기의 묘미다.
화려한 코스모스 꽃길 지나며
열심히 걸어 출발지점에 돌아오니 오후 3시 40분, 차 대접하는 박스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받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른다. 쌀쌀한 날씨에 하루 종일 차 대접하는 손길이 고마워라. 오후 5시쯤 첫날 걷기를 마무리,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또 걸읍시다.
3. 사이좋게 걷자
10월 27일(일요일), 오전 9시에 2일차 걷기를 위하여 가든파이브에 도착하였다. 9시 반부터 출발식, 각국 대표들이 간단한 인사말을 전한다. 엔도 야스오 일본 대표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이좋게 걷자’,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표는 ‘다함께 재미있게 걷자’를 제창하고 24회째 참가하는 스위스의 아드리안 쿠퍼 씨는 ‘대한민국, 사랑해요’를 외친다. 출발에 앞서 걷기베테랑들에 대한 시상, 홍순언 한국 걷기 왕은 2만km 돌파한 상을 받고 오혜란‧영란‧애선 3자매에게는 200~500회 참가 상을 수여하였다.
오전 10시에 일제히 출발(42km는 참가자는 아침 7시 반에 먼저 출발)하는 수백 명 건각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나는 10km 걷기, 장지동에서 탄천을 걸어 석촌 호수 지나 장지동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탄천은 휴일을 맞아 자전거 하이킹 하는 이들로 붐비고 석촌 호수에서 바라보는 롯데타워가 우뚝하다. 실제 거리는 13km쯤, 열심히 걸어 출발지에 돌아오니 오후 1시가 가깝다. 완보증을 받아들고 청주 행, 집에 돌아오니 오후 4시가 지난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만 이틀, 10월의 마지막 주말을 걷기행사로 힘차게 보냈다. 내 배낭의 전단에 쓴 메시지는 우정과 평화, 냉혹한 삶 속에서 온기를 나누는 걷기이기를 염원하며. 멀리서 가까이서 함께 한 친구들,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 사이좋게 걸읍시다.
탄천 지나 롯데타워를 바라보며 걷는 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