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이미지 벗기(2)
문화가 결합된 부동산 개발만이 살 길
무조건 고층빌딩과 아파트만 짓고 보는 형국 ‘부동산 자충수’
공공디자인의 새 패러다임 인식이 관건
공공디자인 반성
공공디자인 개념이 우리 사회의 한 화두로 떠 오른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덕분에 가로등이 바뀌고 버스정류장도 바뀌었다. 너도 나도 문화를 외쳤고, 무언가 특별하고 멋있게 보이는 각종 ‘아이템’들이 거리의 풍경을 바꾸고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간판도 바뀌었다. 중구난방으로 난립하던 간판은 전부 철거되고 똑같은 모양의 작은 간판들이 새로 들어섰다. 획일적이고 강제적으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해당 상가의 특색이 잘 나타나는 간판이 제대로 된 디자인 이라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 수준에서 그런 대로 봐줄 만할 뿐. 도시나 지역마다 개천하나 안 끼고 있는 곳은 없다. 당연히 천변도 바꾼다. 산책로와 둑방길에 쉼터를 만들고 풀과 나무도 가져다 심는다. 물이 흐르고 사람들은 천변을 걸으며 운동을 즐긴다. 둑방 주변으로는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아파트 주변엔 상가들이 들어선다.
자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 그 다음이 있었느냐고 반문할 만하다. 이 정도면 살만하지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공공디자인은 이 정도 수준의 사업만을 위한 것이었다. 정말?
미시적 시각에서 거시적 시각으로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거시적인 시각에서 재정립해야 될 이유는 많다. 즉, 가로등이나 도로표지판 등을 교체한다고 해서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공공디자인은 이제 도시와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생활 자체를 재정립하는( re - design) 하는 수준에 다다른다.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내적인 변화를 통해 생활수준의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공공디자인의 새 패러다임이다.(하지만 새 패러다임이 아니라 우리가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잘 못 사용하고 있었던 경향도 없지 않다.)
생활수준의 향상은 어떻게 가져 올 수 있을까.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의 양부터 환경, 교육, 관광, 경제 생산 지표를 동시에 개선시킬 수 있는 자치단체장이 있다면 최고의 자치단체장이라 불릴 만 할 것이다. 방법은? 지역 단위 개발에 ‘디자인’을 입히는 것이다. 그것은 본래적인 의미의 공공디자인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고, 본질적인 의미의 공공디자인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공디자인이란 중장기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도시재생산 사업이면서 지역의 브랜딩化를 의미한다. 사진은 용인에 조성되는 타운하우스.
현재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지구별, 단위별로 막대한 예산들 들여 개발을, 즉 도시 재개발 및 지역 리모델링 사업을 실시 중에 있거나 시행하려고 한다. 어떤 계획에 따라 건물들이 만들어질까. 아주 간단하다. 맨 처음 금융 및 주상 복합 단지가 들어선다. 새 건물이 들어서는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경제워칙에 따라 투자 대비 최대한 확실하게,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순서대로 들어선다. 물론 초고층빌딩이나 아파트등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만 있고 문화와 디자인은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작금의 부동산 호흡이 아쉬운 것이다. 건축가 르 꼬르뷔제는 “기계처럼 작동하는 도시”를 주장했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그것은 “은행처럼 작동하는 도시”라 불릴만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워낙 많은 돈이 움직이는 사업이다 보니 모험을 벌이기에 너무 위험하다는 우려에서였을 수도 있고, 또 정말 상상력 자체가 부족해 아파트를 짓는 것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부동산 개발 패러다임
부동산 개발에 상상력과 이야기를 입혀야 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제외하고서라도 거시적 관점에서의 부동산 개발과 공공디자인이 필요한 곳은 얼마든지 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원동력을 찾지 못하고 늘 아파트만 짓고, 아파트 값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고만 있다. 그러나 아파트 값은 시장수급 이 이유로도 충분히 올라 갈 수 있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허쉬빌리지, 작은 문화로도 도시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제공 : 네이버
예를들어 펜실베니아 주의 허쉬(hershey)는 아주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지만 초콜렛 마을로 유명하다. 초콜렛 마을이라고 해서 거창한 초콜렛 타워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소박한 공장 견학 코스를 만들고 마을에서 우표를 발행하기도 한다. 가로등도 모두 유명한 밤톨 모양의 초콜렛으로 만들어져 있다. 초고층빌딩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주상 복합 센터도 없지만 이 마을은 이미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하다.
1916년 농 어업의 감퇴로 구리 제철소가세워졌던 나오시마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1917년 미쯔비시 합자 회사 중앙제련소로 출발해 한 때는 일본 최고의 공업도시로 이름을 날린 적도 있었던 이 작은 섬마을은 그러나 환경오염 사례와 구리 제련소의 쇠퇴로 1970년 경 부터 섬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곳을 몇 몇의 예술가들이 접수(?)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오시마 섬의 아트 프로젝트가 시작된 1994년부터 2006년 현재가지의 각종 지표 비교, 자료제공 : PDM
이에 도시를 몇 개의 문화권 및 지역권 등 단위로 나누어 그 지역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디자인으로서의 부동산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와 이야기, 주민들의 삶과 역사가 잘 드러나면서 그것 자체가 지역의 특성이 되고 또 그로 인해 도시와 지역의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자치단체와 민간이 힘을 합쳐 도시의 브랜딩을 새로 하고 주민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나오시마에 아파트를 세우고 백화점이나 쇼핑몰 정도만 들어오게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제상승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었을까? 우리 모두 나오시마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도시 개발 사업에 냉랭한 자본의 질서만 따지지 말고 문화와 인간이 살아 있는 ‘디자인’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디자인이 지역의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다시 지역민들에게 부가가치 창출의 원인이 되는 ‘디자인 선순환 고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부동산개발 이미지 벗기(3)에 계속
mbn art & design center 유호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