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으로 시작한 공소… 신자 수 10배로 늘어난 비결은?
광주대교구 봉황공소
‘교구-신자-수도자’ 어우러지며
모범적 지역 공동체로 자리매김
인구 감소·고령화 위기 속에도
공동체 성장·활성화 이뤄 ‘눈길’
11월 12일 추수감사미사를 봉헌한 광주대교구 영산포본당 봉황공소 신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선교는커녕 존립조차 위태로운 농촌 공소의 현실 속에서 설립 후 15년 만에 미사 참례 신자가 10배 가까이 늘어난 공소가 있어 눈길을 끈다. 공소 활성화를 위한 교구의 의지, 모본당과 공소 신자들의 성당 신축 의지와 선교 열정, 수도자들의 헌신적인 사목이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진 성과로 더욱 뜻깊다.
광주대교구 영산포본당(주임 천정기 요셉 신부) 봉황공소는 지난 2008년 ‘1면 1공소 설립’ 사목 방침에 발맞춰 교구의 74번째 공소로 설립됐다. 당시 첫 미사 참례자는 불과 10명. 그럼에도 공소 공동체는 5㎞가량 떨어진 옥산공소와의 통합과 새 성당 신축이라는 두 가지 숙원을 이루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봉황공소 신자들이 11월 12일 추수감사미사에서 예물을 봉헌하고 있다.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2011년에는 모본당인 영산포본당에서 사흘간 건축기금 조성을 위한 음식 바자를 열었고, 소식을 접한 서울과 광주, 여수의 몇몇 본당도 건축에 힘을 보탰다. 기금 마련뿐 아니라 옥산공소 신자들과의 결속도 과제였다. 두 공소 신자들은 성당 건축이 한창이던 2013년 사순 시기 매주 금요일 십자가의 길 기도와 묵상, 교리교육을 함께하며 통합을 위한 친교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 같은 노력은 설립 5년만인 2013년 8월 공소 통합과 새 성당 봉헌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성당 봉헌으로 선교 거점을 마련한 봉황공소는 이후 지역의 냉담 교우와 예비신자를 공동체 울타리 안으로 초대하는 전교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교구와의 계약에 따라 공소에 상주하는 수도회 사제와 수사들도 힘을 실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수도자 4명이 사목했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도자 5명이 교대로 상주하며 사목하고 있다.
박종희(스테파노) 공소회장은 “공소 신자들이 바르게 생활하며 지역에 모범을 보이고 특별히 신부님, 수사님들이 선교 목적을 떠나 지역 행사에 적극 동참하고 가정방문도 열심히 하는 등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우러지려 노력한 것이 ‘살아있는’ 공소 공동체로 자리매김한 이유”라고 전했다.
실제로 공소 공동체가 활성화되면서 봉황면에 살지만 인근 나주 혁신도시로 출퇴근하며 나주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신자들도 ‘이곳에 성당이 있는 줄 몰랐다’며 뒤늦게 교적을 옮기기도 했다. 광주뿐 아니라 타 지역 신자들도 성지순례를 겸해 지역을 방문했다가 피정을 하거나 공소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15년 전 두 손으로 꼽을 수 있던 미사 참례자는 2013년 30명, 현재는 80~1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수천 명의 도시 본당 공동체와 비교할 수 없지만 지역 공동화(空洞化)로 건물만 남은 채 폐쇄되는 공소가 늘어나는 것에 비춰보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뜻깊은 성당 축복 10주년을 맞은 봉황공소는 11월 12일 전남 나주시 봉황면 죽황로 17 현지에서 교구와 수도회 성직자,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수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신심단체 활성화와 신자 교육 등으로 내실을 다지며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미사 중 열린 기념식에서는 영산포본당 주임 시절 성당 신축에 힘쓴 광주대교구 사무국장 민경철(안토니오) 신부와 역대 공소회장, 평신도 선교사 등 5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추수감사미사 봉헌 후 길놀이를 하고 있는 봉황공소 신자들.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