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7. 불날.
[모둠마다 교육밑그림]
아침나절에 뿌리샘 3, 4학년과 공연 나들이를 서울로 다녀왔습니다. 뮤지컬 “폭풍우 치는 밤에”를 봤어요. 늑대와 염소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재미난 뮤지컬인데 요즘 몸이 골골해서인지 중간에 졸기도 했습니다. 이예지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멋진 공연을 선물한 덕분에 어린이들은 다들 눈을 반짝이며 즐겁게 봤어요.
학교마치고 교사회의에서는 모둠마다 교육밑그림 2차 회의를 했습니다. 한 해 교육밑그림을 바탕으로 모둠마다 교육밑그림을 살피는 시간입니다. 모둠마다 교육밑그림은 모둠마다 교육계획과 수업채비가 들어있습니다. 맑은샘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을 학년마다 발달단계에 맞게 나눠 한 해 공부를 담아내는 과정입니다. 새 학년 모둠 선생에게 주어진 교육과정 구성의 자율성이 최대로 보장된 시간이라 지난해 12월말 교육평가회에서 내년 모둠이 결정되면 교사들은 새해 교육 활동 구상으로 들어갑니다. 모둠마다 그린 교육활동은 모든 교사들이 함께 살펴서 보태고 빼고 도움말을 주고 고쳐나갑니다. 생태전환과 마을 속 교육과정이 담겨있는지, 학년마다 인지교과 표현교과 수업은 발달단계에 맞게 달마다 계획에 반영되어 있는지 함께 살피는 시간은 서로에게 배움을 주고 학급 운영의 경험을 나누는 기회이기도 해요. 교사마다 기운과 색깔이 드러나기도 하고, 더 많이 하려는 꼭지가 들어있어 학교 철학과 교육과정 구현에 알맞은지 살피다가 보면 학년 밑그림은 풍요롭게 거듭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마다 더 학고 싶은 꼭지와 특별한 계획이 있다 보면 더 살피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체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끝내는 모둠선생님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잡아내지만 교사중심이 아닌 어린이 중심으로 무리스럽거나 의욕만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학년마다 과목마다 해당되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초등과정 교과서 또한 모두 살펴서 학년 밑그림에 소화시켜 담아내는 것은 교과서를 쓰지 않는 대안교육기관학교에서 공교육의 성과를 잘 활용하는 측면에서 뜻이 있습니다.
교사마다 경험의 차이, 실천 방법의 차이가 존중받지만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협력과 소통이 일상인 작은 학교의 수업계획 결정과정은 소중한 교육 역량입니다. 3월 학기가 시작되면 어린이들의 의견이 더 반영되고, 모둠마다 부모교사모임에서 살피는 과정이 더해지면 한 해 교육밑그림은 완성되어갑니다. 교장 처지에서는 전체로 진행되는 공부와 특별한 마을과 연계 과정을 살펴 제안할 때도 있고, 오래된 교사로 살피는 교육활동 지점도 보이고, 학교 운영을 총괄하는 교장으로 교육활동을 뒷받침하는 교육재정의 규모를 살펴 도움말을 줄 때도 있어요.
교사회의 시간에 길게 토론한 게 한 가지 더 있는 날입니다. 겪어보기와 면접차례를 마친 편입생들의 입학 시기를 다시 살피는 토론입니다. 본디 편입학 시기를 정할 때 편입생들에게 더 집중해 적응을 도우려는 계획으로 4월 등교부터 차례로 일정을 계획했는데 여러 차례 살피다보니 새 선생님과 새 학기 시작할 때 편입한 어린이들도 함께 시작하는 장점을 더 보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4월로 입학 시기를 늦춘 식구에게도 연락을 미리 드려 사정을 말씀드리고 3월 편입학을 상의 드렸어요. 다행히 처지에 맞게 입학 시기를 맞출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편입생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끝에 활동보조교사 배치를 예정과 달리 하기로 했어요. 김은지 활동보조교사가 올해 알찬샘 3학년 모둠에서 모둠 선생님을 돕고, 옹달샘 2학년 모둠은 교장이 모둠 선생님을 돕기로 했습니다. 본디 활동보조교사 배치와 달라져서 따로 2학년 식구들에게도 미리 말씀드릴 계획입니다. 맑은샘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서 반가운 일이지만 편입학하는 어린이들을 더 돕고 살피려는 교사들을 많이 도와주시라는 부탁을 교육공동체 식구들에게 해야겠어요.
저녁에는 교사회 회식을 했어요. 본디 밥선생님 환영과 안식년을 가는 선생님 환송회 자리인데 사정이 있어 환송회만 했습니다. 대안교육기관학교에서 교사에게 주는 큰 선물 가운데 하나인 안식년은 시간을 선물받는 상상만으로도 의미 있는 제도입니다. 맑은샘교육과 교사성장을 돕는 안식년은 끝내는 맑은샘교육공동체를 가꾸는데 잘 쓰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