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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산, 뒤의 흐릿한 산은 추월산 연릉
걷는 것에는 꿈이 담겨 있다. 그래서 잘 짜여진 사고와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사고
는 고운 모래밭에서 말랑말랑한 베개를 베고 누워 반쯤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거나, 솔밭에서
낮잠을 청할 때 더 잘 이루어진다. 걷는 것은 행동이고 도약이며 움직임이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풍경, 흘러가는 구름, 변덕스러운 바람, 구덩이투성이인 길, (…) 생각은 이미지와 감
각과 향기를 빨아들여 모아서 따로 추려 놓았다가, 후에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것들을 분
류하고 각각에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에서
※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60세 때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실크로드 12,000㎞를 걸어서 갔다.
▶ 산행일시 : 2013년 4월 21일(일), 맑음, 박무
▶ 산행인원 : 4명(킬문, 캐이, 황현필, 산진이)
▶ 산행시간 : 16시간 16분
▶ 산행거리 : 도상 28.4㎞
▶ 교 통 편 : 캐이 님 승용차
▶ 시간별 구간
11 : 20 - 강동구 상일동 육교 아래
02 : 25 - 장성군 북하면사무소
03 : 30 - 북하면 성암리(星岩里) 용동(龍洞) 마을, 산행시작
04 : 29 - 매봉(387m)
05 : 12 - △477.2m봉
05 : 50 - 492m봉
06 : 37 - 면계(북하면, 월산면) 진입, 552m봉
07 : 17 - 장군봉(△558.3m)
08 : 16 - 송대봉(松大峰, 451m)
08 : 50 - 월래치(月來峙)
09 : 59 - 병풍산(屛風山, △826m)
10 : 35 - 투구봉(755m)
11 : 00 - 대치(大峙)
12 : 12 - 병장산(△685.2m)
15 : 08 - 구신재(九申-)
16 : 45 - 420m봉
17 : 11 - 도곡재
18 : 00 - 깃대봉(420m)
19 : 09 - 쑥굿봉(△482.6m)
19 : 46 -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丹田里) 보은사 앞, 산행종료
1. 병풍산 북사면 상고대
▶ 병풍산(屛風山, △826m)
잠이 오지 않는 건 무박산행의 잠자리가 바뀌어서만은 아니다. 승용차를 운전하는 캐이 님과
그 옆에 앉은 킬문 님은 뒷좌석 차지한 나더러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자도록 누차 권하지만 졸
음조차 오지 않는다. 동고동락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그보다는 이들과 함께 밤으로 드라
이브하는 것이 어디 쉬운가? 저간의 산행이야기와 여러 악우 님들 근황 나누다보니 오히려
밤이 짧고 장성 북하가 가깝다. 꼬박 지샌다.
북하면사무소 앞 가로등 아래 버스정류장에서 오뎅과 라면 끓인다. 입산주 분음 겸해 새벽밥
먹는다. 마침 황현필 님이 차 몰고 온다. 나주에서 온단다. 황현필 님과는 초면이다. 산행 도
중 캐이 님의 넌짓 소개로 조금 알게 되었다. 무박 3일에 걸친 지리산 태극종주왕복 이력의
소유자라는 말로 여러 말을 대신한다.
황현필 님은 술을 전혀 안 한다. 입산주는 물론 산행 중 쉴 때 탁주로 목 추기지도 않는다. 까
닭인즉슨 지인을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여 주었다고 한다. 그 말 듣고 다시 권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산행은 특출했다. 아무리 가파른 오르막이라 할지라도 시위 떠난 활처
럼 날랐다. 완보(緩步) 축에 드는 우리 발걸음이 적잖이 답답했으리라.
매봉 때문이다. 들머리를 바꾼다. 당초에는 용두교에서 시작하여 278m봉, △257.7m봉, 280m
봉 넘어 주릉에 이르고 곧바로 매봉(387m)을 다녀오기로 했다. 매봉은 북동쪽으로 630m 떨
어져 있다. 한밤중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텐데 구태여 갔다 오기보다는 용동 마을을 들머리
로 삼아 매봉을 지나가자는 캐이 님의 의견이 먹혔다. 산행거리가 짧아지니 나로선 쌍수 들어
반길 수밖에.
북하천을 용동교로 건너 용동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어귀 송죽정 앞 공터에 차 대 놓는다. 송
죽정 옆에는 보호수인 거목의 느티나무가 두 그루가 있다. 그중 한 그루는 수령이 401년(오기
가 아니다. 401년이다.)이라고 한다. 우리는 느티나무 뒤 시커먼 산자락에 냅다 덤빈다. 시누
대 숲 사이로 난 산길을 보고 내심 쾌재를 불렀으나 이 산길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희미하던 산길이 그나마 흐지부지 되고 잡목 숲 헤친다. 풀숲은 밤이슬이 내려 비 온듯 흠뻑
젖었다. 살갗에 닿는 밤이슬이 차디차다. 이내 바지자락이 착착 감긴다.
안개다. 헤드램프 불빛조차 뚫기 버거워하는 자욱한 안개다. 믿을 건 나침반. 북진해야 한다.
발로 더듬어간다. 이 지점이 매봉일까? 더 높은 봉우리를 오르지만 진행방향이 서쪽으로 꺾
여 매봉으로 단정한다.
대체 날이 새기나 할 건가? 어두운 안개 속 미로를 헤맨다. 바위 나오면 미끄러워 으레 돌아
간다. 공제선이 가늠되지 않는다. 용두교에서 오르는 능선과 만났어도 등로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477.2m봉이 첨봉이다. 땀인지 밤이슬인지 얼굴에 물 범벅이 되어 오른다. 무인산
불감시탑이 있다. 삼각점은 담양 431, 1981 복구.
2. 이른 아침 산길
3. 이른 아침 산길
4. 진달래
5. 장군봉, 능선 마루금 546m봉에서 180m 떨어져 있다
6. 가인봉 연봉, 546m봉에서
△477.2m봉 내리는 길. 진행방향의 마루금을 찾느라고 잠시 주춤한다. 날이 밝다면 무에 일
일까 안개 속 어둡다보니 발로 확인한다. 오던 길로 20m쯤 뒤돌아 내렸다가 남서방향을 잡는
다. 여명이 희뿌옇게 밝아온다. 나는 새벽에 이런 산길 걷기를 좋아한다. 이슬에 젖는다 관계
할까. 고사리들이 밤이슬 마시려고 목 쑤욱 빼고 있는 모습 또한 보기 좋다.
날이 밝아지자 헤드램프 불빛 아래에서 고개 갸웃하게 했던 기화(奇花)의 정체를 상수리나무
의 새잎으로 알고는 캐이 님과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기회가 드물지만 조경전문가이기도 한
캐이 님과 함께 산행하면 배우는 것이 많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왕괴불나무(Lonicera vidalii,
인동과의 낙엽 관목)의 꽃도 그 이름을 새삼 안다. 꽃 색깔이 달랐지 아브틸론 닮았다. 삼나
무. 잎으로만 보면 아로카리아와 비슷하다. 편백. 측백과 편백과 화백을 구분하기 어렵다.
부드러운 산길이다. 여러 생각 폈다가 접는다. 봉분이 납작하여 평장이 되어버린 무덤이 있는
492m봉에서 왼쪽으로 방향 꺾는다. 산빛이 곱다. 진달래 꽃길을 간다. 연분홍 꽃잎이 찬이슬
에 함빡 젖어 움츠러들었다. 면계에 진입하고 552m봉. 멀리 병풍산 북사면의 설화를 보고 의
견이 갈렸다. 바위다 눈이다 하고.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여 봉마다 첨봉이다. 그런 봉우리를 숱하게 오르내린다. 546m
봉. 오른쪽으로 180m 정도 떨어진 장군봉을 알현하러 간다. 솔숲에 둘러싸인 장군봉이다. 아
무 조망 없다. 삼각점을 어렵게 판독한다. 담양 307, 1981 재설. 다시 546m봉으로 돌아와서
나뭇가지 사이로 보는 가인봉 연봉이 모처럼 가경이다.
남진을 계속한다. 병풍산 연릉까지 이럴 것이다. 523m봉은 헬기장이다. 다음 봉우리에 노송
이 몇 그루 보여 송대봉이라고 예단했다. 그러나 송대봉은 한 차례 더 가 소나무 한 그루 없는
헬기장이다. 월성에서 오르는 등로가 뚜렷하다. 그래서인지 송대봉은 병풍산에서도 대치에
서도 이정표에서 요처로 대접받는 지명이다. 골 건너 쑥굿봉 산릉 살피고 내린다.
월래치는 안부 아닌 산봉우리로 등로 다듬고 장의자 놓은 쉼터다. 길 좋다. 쭉쭉 나아간다. 산
벚나무 늘어진 가지의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을 꽃다발 흔드는 응원으로 여긴다. 569m봉은
매봉이다. 632m봉. 무덤이 넓게 자리 잡아 조망이 탁 트였다. 병풍산의 북사면은 눈꽃이 확실
하다. 차라리 눈꽃이 지고 말았더라면 나았을 것을.
역주하기 시작한다. 다급하다. 눈꽃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다. 꽃길 춘유를 그만 두고 줄달
음한다. 등산화 끈이 풀려도 고쳐 맬 틈이 없다. 방광이 터질 듯한 요의(尿意)도 꾹 참는다. 입
가에 버캐가 인다. 눈꽃은 녹아내리고 나는 녹아난다. 병풍산 주릉에 가까워서지자 경사가 더
욱 가파르다. 눈물(雪水)이 뚝뚝 떨어진다. 바람이 불면 후드득 눈꽃이 다발로 떨어진다. 상고
대다.
장막을 일시에 젖히듯 주릉에 올라선다. 6년 전 늦가을 날 용동 마을에서 이 길을 이대로 왔
었다. 그때 주릉에 머리 내밀어 삼인산과 그 주변의 담양 너른 벌판을 보던 벅찬 감동이 되살
아난다. 아쉬운 건 그때 피안으로 보였던 무등산과 월출산, 지리산이 박무로 가렸다. 바윗길
오르내린다.
병풍산 정상. 삼각점은 담양 1등 삼각점이다. 담양 11, 복구 1989. 눈꽃은 가뭇없이 사라져버
렸다. 상고대 맑은 얼음만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 있을 뿐. 이미 병풍산 정상에 오른 등산
객에게 눈꽃 소식을 물었으나 뜬금없다는 듯 나를 멀뚱히 바라본다. 눈꽃이 시들어서 아니라
멀리서 볼 때 상고대가 햇빛에 반사되어 하얀 눈꽃으로 보인 것이 아닐까?
7. 가인봉 연봉
8. 병풍산 북사면 상고대
9. 삼인산
10. 병풍산 연릉
11. 병풍산 연릉, 뒤는 불태산
12. 병풍산 연릉
13. 병풍산 상고대
14. 삼인산
15. 캐이 님과 황현필 님(오른쪽)
16. 이 한 장의 사진. 사진 찍히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니 귀한 사진이다. 왼쪽부터 나,
황현필, 킬문, 캐이
▶ 병장산(△685.2m)
동쪽으로는 옥녀봉 넘어 추월산이 흐릿하게 윤곽만 보이고, 서쪽으로는 암릉 이은 투구봉 넘
어 불태봉과 병장산이 겁나게 보인다. 쑥굿봉으로 이어지는 장릉(長陵)이 장쾌하다. 저기를
간다! 바윗길 내린다. 오가는 등산객들을 무더기로 만난다. 그들은 가벼운 차림이라 묵직한
배낭에다 지도 든 우리들이 약간 멋쩍다. 이곳 등산객들은 인사성도 밝다. 숨 할딱이면서도
수인사 건넨다. 답하느라 입안 침이 밭는다.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나고 투구봉 오르는 길. 오른쪽 사면으로 도는 우회로 마다하고 암릉을
직등한다. 암반마다 사방 트인 조망이다. 투구봉을 신선대라 할만하다. 우리 온 길 아스라하
고 갈 길 아득하다. 발아래 대치 넘는 898번 도로가 한 오라기 실이다. 대치와 고도차 350m.
쏟아져 내린다. 대치가 병풍산 오르내리는 주등로인가 보다.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른다.
꽃길 지나 노송 쉼터 다 놔두고 내린다. 대치는 대처다. 도로 양쪽의 갓길 수백 미터에 이르도
록 주차하였다. 고갯마루 간이매점의 야외탁자 차지한다. 매점은 간단한 음식을 판다. 킬문
님과 황현필 님은 라면을 주문한다. 캐이 님과 나는 라면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며 꾹꾹
눌러 담아온 밥을 볼 미어지게 먹는다. 등 뒤로 매점 여주인의 친절한 환송을 받으며 병장산
을 향한다.
길이 뚜렷하지만 가파른 오르막이다. 선두로 나선 황현필 님은 금세 보이지 않게 날랐다. 아
무쪼록 내 걸음으로 갈 일. 부른 배 다 꺼지게 오른다. 숨 가쁘면 등로 주변의 각시붓꽃, 보춘
화, 제비꽃 들여다보며 삭힌다. 불태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야 병장산 정상이다. 병장산은
병풍산, 병봉산, 불다산 등으로도 불린다. 이 근방 사람들이 병장산으로 부르기에 그 산명을
따르기로 한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병장산 암반에 서면 불태산의 너른 품과 장성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장관이다. 킬문 님과 캐
이 님은 진작 저기를 답파했다니 그저 부럽다. 쭉쭉 내린다. 봄날을 간다. 얕은 안부 지나고
611m봉. 왼쪽으로 깃대봉(△436.8m) 가는 길이 있다. 킬문 님은 깃대봉을 다녀오기로 아까부
터 발싸심했다. 거기까지 편도 도상 1.8㎞다. 육안으로도 너무 멀다.
캐이 님은 전에부터 가급적 옆구리봉은 사양하겠다는 의견을 나타냈으니 이번이라고 다를
바 없고 나도 그렇다. 결국 킬문 님은 깃대봉을 단념한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능선 마루금은
부드러운 산길 내리다가 산벚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임도에 닿는다. 바람 피한 양지에서 일광
받으며 긴 휴식을 갖는다. 20분.
486m봉 넘고 뚜렷하던 길은 왼쪽으로 빠진다. 우리는 직진하여야 한다. 우리 길 간다. 간벌한
나뭇가지 넘고 잡목 헤친다. 양쪽 사면은 급사면. 능선 마루는 도도하게 △459.6m봉(삼각점,
담양 481, 1981 재설)으로 이어진다. 등로 주변의 굴참나무와 리기다소나무는 오른쪽 사면의
편백나무 숲을 닮아 늘씬늘씬하다.
등로는 점점 사나워지더니 399m봉에 이르러 절정이다. 암릉이 나온다. 나이프 릿지다. 차라
리 사면으로 쏟아 내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직하를 감행한다. 갈지자 촘촘히 그린다. 낙하가
속이 붙으려는 참에 ‘위험’, ‘접근금지’ 라는 양철표지판을 단 녹슨 가시철조망이 막는다. 급브
레이크를 밟는다. 뭔가 사연이 있을 것. 능선으로 기어 올라가 암릉 밑으로 돌아내린다.
가시덤불 헤치며 구신재로 내려서 돌아본 399m봉 사면 철조망 아래는 채석장으로 깊은 절벽
이다. 거기를 바라보노라니 뒤늦게여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구신재는 도로확장 공사 중이
다. 절개지 훨씬 비킨 왼쪽 사면으로 오른다. 거의 수직사면이다. 인적은 희미하다. 바윗길도
나온다. 기진지경이다. 이윽고 400m봉. 늘빈자리 산행표지기가 인적으로 반갑다.
18. 투구봉(신선대)
19. 투구봉, 뒤는 불태산
20. 병풍산, 투구봉에서 바라봄
21. 대치 넘는 도로와 그 주변
22. 용동 마을에서 병풍산에 이르는 능선
23. 오른쪽이 병장산
24. 병풍산 뒷모습
25. 구신재 건너편 산사면
26. 채석장과 그 위는 399m봉, 저 절벽으로 내릴 뻔했다.
▶ 쑥굿봉(△482.6m)
마루금은 왼쪽 능선으로 호(弧)를 크게 그리며 나아간다. 도상 그리 큰 오르막은 없지만 발걸
음이 무거워 육안으로는 넘어야 할 봉봉이 하나같이 만만하지 않게 보인다. 산벚꽃 흐드러진
초원을 지나고 임도 잠깐 따르다 358m봉에 올라 쉴 때다.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아버렸다.
설마 저기 하늘금의 준봉은 넘지 않겠지. 맘 속 꿈틀거리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도와
대조하였다. 아, 깃대봉과 쑥굿봉이 아닌가!
420m봉, 327m봉 넘기가 되다. 도곡재는 후손이 잘 보살핀 여러 기의 무덤이 있다. 290m봉.
┤자 갈림길 왼쪽 능선 끄트머리에 감투봉(266m)이 있다. 능선 마루금에서 530m 떨어졌다.
그러면 그렇지 킬문 님과 황현필 님은 다니러간다. 나는 한 걸음 한 발자국이 아까운 판에 그
럴 기력이 없다. 깃대봉(420m) 오르는 길이 평탄해도 낙엽이 수북하여 걷기에 불편하다.
해는 서녘 안개에 가렸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주위 경물이 희미하게 보인다. 비틀거린다. 가
다 멈추고 쉬는 횟수가 잦아진다. 내가 왜 이럴까? 진땀이 난다. 눈꺼풀이 감긴다. 앞서가는
캐이 님의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아련하니 들린다. 깃대봉과 능선 마루금은 고도차가 없
다. 사면 질러 깃대봉으로 가다말고 널브러진다. 깃대봉 정상이 30m 앞이지만 포기한다. 캐
이 님과 둘이서.
허기져서다. 비상식으로 준비한 빵을 꺼내먹는다. 입맛이 없지만 죽기 살기로 막 우겨넣는다.
그리고 물 들이켠다. 비로소 눈에 초점이 잡힌다. 가자. 고지가 저기다. 산마루로 임도가 가고
그 길 따라가니 쑥굿봉 정상이다. 쑥굿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한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
만 보인다. 삼각점 아래로 무덤 2기가 크게 자리 잡았다.
어디로 내릴까? 당초 선 그은 날머리는 쑥굿봉에서 북동능선으로 내려 용두교로 가는 것이
다. 그리로는 인적이 끊겼다. 너무 늦었다. 곧 사정없이 어두워질 것이다. 멀리 북하 가로등은
불 켰다. 더구나 특용작물 재배지라고 가시철조망 치고서 막고 있지 않는가? 하여 그냥 임도
따라 내리자고 이구동성이다.
임도는 무덤을 위해서 냈다. 광산 김씨 선산이라고 한다. 무한궤도차나 오르내릴 수 있는 임
도다. 골짜기로 난 임도가 1급 슬로프로 가파르다. 열이틀 살 오른 달이 길 밝힌다. 한후리에
이르러 임도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이어진다. 산중턱 외딴 전원주택은 폐가로 보인다. 보은
사 절집이 조용하다. 본전 부처님 주무시니 풍경(風磬)도 잠잠하다.
1번 도로. 북하면 택시 부른다. 캐이 님으로서는 여태의 산행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시작
되려 한다. 오죽하면 수마(睡魔)라고 했을까. 수마를 이기고 차 운전하여 서울로 가야 한다.
우선 저녁밥을 먹으러 간다. 북하면 음식점은 다 영업이 끝났고 백양사역 앞으로 간다.
27. 맨 뒤는 병풍산과 투구봉, 대치
28. 장성 쪽 산릉
29. 등로, 킬문 님과 황현필 님(오른쪽)
30. 보춘화(報春花, Cymbidium goeringii),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31. 앞은 감투봉(266m), 그 아래는 장성호
32. 쑥굿봉에서 남쪽 조망
첫댓글 사진 한장 한장이 다 예술입니다. 그나마 가시덤불이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오고가며 운전한 캐이님이 제일 고생 하셨지요. 가을에는 저 가인봉 돌아 입암산 지나고 시루봉, 장자봉 멋진 암릉들을 넘어 장성의 인양산으로 내려올 계획입니다. 그때도 같이 발 맞추시지요. 같이 해서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덕분에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가을에 진하게 가보지요.
감사합니다.
16.16 시간두어쩜이리두 이쁘게 맞춰서 산행을 마감들하셨는지..암튼~참!!대단하신분들입니다.ㅎ
암튼 저기 따라갔음 반죽었을텐데..
제가 저 고생안한것두 다 마누라 잘둔덕인것 같습니다.^^*
캐이님이 오메가메 운전하시는라 고생많이 하셨겠습니다.
상세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산행하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하여튼 이날 힘들었다는~~~
제가 사는 지역을 저보다 더 깊숙히 더 잘 아시니..풍경과 산행기가 어울러 파노라마를 연출하네요..
멋진 사진에 글...
덕분에 나중에 갈 때 많은 참고 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