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본 미국의 정책결정 구조
 
트럼프 참모진을 알면
美 대외정책이 보인다
 
1년 새 30명 인원교체…대통령 의지 관철 위한 인사로 체계 구축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 백악관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살상 사건과 관련해 주요 군사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및 안보·국방정책,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해와 전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으로 기존의 미국 행정부들과는 차별화되는 파격적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출범 후 최근까지의 경험은 대통령의 신념과 정책 비전이 대체로 미국 대외정책 일반에 투영되고 있다는 것이며, 의사결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 역시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역시 거대한 미 행정부의 의사결정 체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를 운영하는 모습과 양상,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향후 정책 방향을 전망하는 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 헌법은 대외관계에 대한 주요 권한을 의회와 대통령에게 분할해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결에 의한 의결기관인 의회에 비해 일인 기관인 대통령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대외정책 및 안보·국방정책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조직은 크게 의회의 청문절차가 불필요한 백악관의 보좌진과 중앙행정부처인 내각으로 나뉜다. 백악관 보좌진은 규모에서 내각에 비해 훨씬 작으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통령마다 다른 백악관 조직
백악관 내 업무 부처 및 보좌진 조직은 대통령마다 다르다. 대통령은 법령 및 예산상의 한계로 인해 25명의 보좌관(Assistant to the President), 25명의 부보좌관(Deputy Assistant to the President), 70명 내외의 특별보좌관(Special Assistant to the President)을 백악관 내에서 운영할 수 있다. 이들 보좌진을 어떻게 편성하고 운영하는가를 통해 대통령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별 백악관 조직은 차이보다 유사성이 많다.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 차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핵심적인 정책의 수립과 집행, 정부 기관 내 의사소통 및 업무 조정, 의회·언론 등 대외기관과 협조관계 구축 등 핵심적인 업무를 추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통령은 백악관 내 구조를 파격적으로 혁신하기보다 기존 부서를 보강, 조정하고 일부 새로운 부서를 신설해서 운영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디지털 전략실(Digital Strategies)’을 신설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혁신실(American Innovation Council)’, ‘백악관 무역실(White House National Trade Council)’, ‘국가 기간산업실(National Infrastructure Council)’ 등을 신설했다. 새로운 부서의 설립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백악관 보좌진 간의 관계 설정 및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방식이다. 그러한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 2기 백악관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재선 후 오바마 대통령은 정책, 기관 간 조정, 대외기관 관리의 세 가지 기능에 핵심 고위 보좌진을 위치시키고 비서실장 데니스 맥도너(Dennis McDonough)가 이들을 총괄하도록 함으로써 업무 전반을 일원적이고 효율적으로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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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느슨하게 구성한 보좌진 체계
이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거 캠페인 참모와 가족 구성원들을 자신에게 직보할 수 있는 핵심 보좌진으로 활용하고, 보좌진 체계의 구성을 느슨하게 운영해 비서실장에게 일원적 통제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2017년 7월 라인스 프리버스(Reince Priebus)가 물러나고 국토안전부 장관이던 존 켈리(John Kelly) 예비역 장군이 새로이 비서실장이 되면서 모든 참모가 그를 통해 보고하도록 하는 일원적 체계 수립을 위해 노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하위 보좌진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백악관은 시간이 갈수록 조직과 체계를 갖추어 가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복잡한 정책들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일원적 조직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서 간 충돌과 중복 보고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업무 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인원 구성에서도 점차 선거 전문가보다는 정책 전문가 및 과거 유경험자의 필요성이 증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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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장관·부장관 2명·차관 6명
행정부의 내각 기관 중에 대외정책 결정과 관련해 핵심적 기능을 하는 것은 국무부와 국방부다. 먼저 국무부는 그림2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장관(Secretary of State) 아래 두 명의 부장관(Deputy Secretary)과 6명의 차관(Under Secretary)을 둔다.
6명의 차관은 각각 정치(Political Affairs), 경제 및 에너지, 환경(Economic Growth, Energy & Environment), 군비 통제 및 국제안보(Arms Control & International Security Affairs),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 and Public Affairs), 관리(Management), 민주주의와 인권(Civilian Security, Democracy & Human Rights)의 6개 분야를 담당한다. 그리고 이 중 정치를 담당하는 차관 아래 각 지역 및 국제기구를 담당하는 7명의 차관보(Assistant Secretary)가 있으며,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차관보, 줄여서 아태 차관보가 동북아 지역 및 한반도 관련 정책을 입안·집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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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관·부장관·차관 5명으로 구성
국방부 역시 방대한 조직이다. 국방부 내에는 과거 독립된 부처로 존재하던 육군부(Department of the Army), 해군부(Department of the Navy), 공군부(Department of the Air Force)가 소속돼 있으며 합참(Joint Chiefs of Staff)도 소속돼 있다.
이들을 제외한 국방부 조직에 한정해 살펴보면 그림3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국방장관(Secretary of Defense) 아래 한 명의 부장관과 정책(Policy), 예산감사(Comptroller), 인사 및 준비태세(Personnel & Readiness), 정보(Intelligence), 획득, 기술 및 군수(Acqusition, Technology & Logistics)를 담당하는 5명의 차관이 있다. 이 중 정책을 담당하는 차관하에 한 명의 부차관(Deputy Under Secretary of Defense)과 5명의 차관보가 있는데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문제(Asian and Pacific Security Affairs)를 담당하는 차관보가 동북아 및 한반도 정책을 총괄한다.
16개의 독립 정부 운영 정보기관
주요 정보기관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 내에는 16개의 독립적인 정부 운영 정보기관이 있으며 이들을 ‘정보 커뮤니티(IC, Intelligence Community)’라 부른다. 이들 16개 기관은 기본적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되나 국가정보국(DNI,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의 주도 및 감독하에 협력하기도 한다. 이들 중 특히 대외정책과 관련된 주요 기관으로는 국가정보국과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 (Defense Intelligence Agency) 등을 들 수 있다.
대통령 결정 보좌 위한 국가안보회의 운영
미국의 대외정책은 이와 같이 방대한 자문 및 행정조직들로부터 기획·기안돼 결정되고 집행된다. 그러나 그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효과적으로 보좌하기 위한 핵심 기구로 국가안보와 직결된 모든 조직과 기구가 함께 모여 논의하는 국가안보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가 운영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7년 설치된 국가안보회의는 소련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교’와 ‘국방’, ‘군사’, ‘정보’ 등의 제 기능을 통합해야 할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이 의사결정에 앞서 모든 관련 사항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방대한 제 부서와 조직들이 일관된 조정·통제하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명실상부한 대외정책 결정의 중심기구다.
표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국가안보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이며, 구성원은 1947년 국가안전보장법 및 대통령 행정명령(Presidential Memorandum)으로 정한다.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에너지장관 등은 당연직 구성원이며 국가안보실장(National Security Advisor), 법무장관(Attorney General), 국토안보부장관 등도 모든 회의에 참석하도록 돼 있다. 합참의장(Chairman of the Joint Chief of Staff)과 국가정보국장, 중앙정보부 국장(Director of Central Intelligence Agency), 유엔대사(Ambassador to the United Nations), 상무장관(Secretary of Commerce) 등은 업무 관련 시 초청되는 인사다.
미 대외정책 방향 결정하는 NSC 구성원들
국가안보실장은 모든 국가안보 사안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위이며 대통령 부재 시 국가안보회의를 대신 주재하는 관행에 따라 국가안보 정책의 결정과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국가안보 회의의 주요 구성원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 및 이들과의 친밀도, 의사결정에서의 영향력 등은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 방향을 전망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대규모 인사 교체…불협화음 우려도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보도돼 온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1년간 많은 인사들을 교체해 왔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오바마·부시·클린턴 대통령이 10명 내외를 교체한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교체 인원은 30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인원의 대규모 교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의 CEO 출신으로 보좌진과 장관들을 마치 회사의 직원처럼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정치적 기반이 크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직후 상원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인물군을 확보하지 못해 사실상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을 임명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앞으로 대통령의 인식과 정책비전을 공유하는 인사들이 발굴되거나 자원하는 인사들이 나타날 경우 이들을 중심으로 주요 보직을 바꿔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도 백악관 및 행정부 내 불협화음과 사퇴, 해고를 둘러싼 워싱턴발 소식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결정 보좌 조직에 대한 이해 필요
우리로서는 위에서 살펴본 대통령의 의사결정 보좌 조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인사가 갖는 의미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고려할 때 특정 직위의 인사변경은 향후 정책집행 방향에 대해 함의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정책개발실 국방현안팀장, 외교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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