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월 28일, 구이팔 그날이기도 한데
21세기를 맞는 2000년 9월 28일이었다.
나는 다니던 직장 동료들에게
졸 저 시집 <강변 이야기>를 나눠주고 퇴임했다.
감사하러 왔소
그대의 땀에 감사하려 하오
나라님이 감사하다 할 것인지 궁금해한다오
감사를 마치겠소
감사할 일뿐이니 감사하오
나라님도 감사하려 할 것이오
이제 감사하려 하오
그대에게, 그대의 이웃에게
그리고 감사할 감사를 기약하며 떠나려 하오.
(졸 저 ‘강변 이야기’ 중에서)
그해 가을 어느 날,
이 시집을 들고 혜화동 ‘문학시대’를 찾아갔다.
상남 성춘복 시인이 운영하는 문학실이었다.
이제 직장에서 나와 문학생활을 하고 싶다 했더니
신작 시 아홉 편을 보내보라 하셨다.
한평생 견딘 세월 사연도 많아
목메어 가슴마다 숨이 차다네
놓아라 지난 사연 하소연하게
그대로 세월 가면 덧난단다
저고리 좁은 가슴 한숨만 가득
달님이 이웃하니 옷고름 푸네
두어라 묵은 한숨 토해 버리게
아이야 멀었으니 잠이나 자렴.
(신작 시 ‘어머니’ 전문)
이로 인해 시 문단에 등단하고
계간 ‘문학시대’ 및 상남 시인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계간 ‘문학시대’에 글을 투고하면서
상남 시인의 첨삭 지도도 받고
상남 시인이 이끄시는 해외문학기행에도 참여하면서
시인 및 이웃 문인들의 문향(文香)도 함께 즐겼다.
특히 문학동아리 ‘문학시대 문인회’에 가입해
회장직을 맡으면서부터
매월 한 차례 상남 시인을 모신 가운데
문인회원들과 함께 ‘문학토크’ 모임을 갖고
新作 시나 수필을 발표하면서
감상평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오고 있는 건
나의 인생 후반 및 문학생활에서
참 보람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지난 세월 삭막한 모래벌판에서
전갈처럼 두리번거리기나 하다가
하늘로 벋은 푸른 난(蘭) 잎에 올라
딱정벌레처럼 붙어 있으면
어디선가 난향(蘭香)이 풍겨오곤 했으니,
그건 올곧고 청아한 문사(文士) 성춘복 시인과
함께 한 때문이었다.
그런 세월로 나는 상남 시인과
사반세기를 살아온 것 같아 행복하다.
이제 시인은 미수(米壽)를 맞는다니
이 자리를 빌려 감축과 함께 건강과 행운을 빌어 올린다.
(2023년 12월 어느 날에)
그로부터 다섯 달 만에
상남 선생님은 하늘의 부름을 받고 이승을 떠나셨다.
(2024. 5. 22.)
하늘의 부름이니 이를 어쩌랴.
두 손 모아 명복을 빌 뿐이었다.
상남 선생님은 1998년도부터 2000년도까지
한국문인협회 제21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 미수를 맞아서는
그동안 펴낸 21권의 시집을 통합해
<성춘복 시 전집>을 펴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시향이 널리 퍼지길 바라지만,
특히 선생님은 자신의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행려병자로 떠돌다 타계한 천상병 시인의 작품들을 발굴해
유고시집을 발간하는 데에 앞장선 일이
미담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오늘은 2024년 9월 28일인데
내가 24년 전 직장에서 나온 날이기도 하고
74년 전 9월 28일은 북한군에 의해 침공당했다가
90일 만에 서울이 수복된 날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북위 38도 선이 다시 회복되었다.
나는 당시 충청도로 피란하여 충청도인이 되었다가
다 성장하여 상경해 서울사람이 되었지만
여차하면 공산치하의 삶을 살 뻔했다.
그리하면 조지 오웰의 <1984년> 매로
사랑까지 감시당하며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
남성 휴게실의 신사 여러분!
자유를 구가하며 한껏 자유롭게 살지어라.
첫댓글 선배님 아기때 모습이 너무 예쁘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