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넷째 춘분(春分)입니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이날 빙실(氷室)
곧 얼음창고의 얼음을 꺼내 쓰기 전에 북방의 신인 현명씨(玄冥氏)에게
“사한제(司寒祭)”라는 제사를 올렸습니다.
《고려사(高麗史)》 권63 지17 길례(吉禮) 소사(小祀) 사한조(司寒條)에
“고려 의종 때 상정(詳定)한 의식으로 사한단(司寒壇)은
초겨울과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거나 춘분에 얼음을 꺼낼 때 제사한다.”라는 구절이 보입니다.
춘분 앞뒤로는 많은 바람이 붑니다.
그래서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라는 속담과
꽃샘추위, 꽃샘바람이라는 말이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춘분 앞뒤 이레 동안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때로 보았습니다.
춘분에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손길도 분주해집니다.
논밭에 씨앗 뿌릴 준비를 서두르고, 천수답(天水畓, 천둥지기)에서는
귀한 물을 받기 위해 물꼬를 손질하는데 이때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 오늘은 춘분, 밭갈이를 시작하는 날(출처, 크라우드픽)
이제 춘분, 겨우내 밥을 두 끼만 먹던 것을 세 끼를 먹기 시작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끼니 걱정을 덜고 살지만,
먹거리가 모자라던 예전엔 왕실이나 부자들을 빼면
백성은 하루 두 끼가 고작이었지요.
원재훈 시인은 그의 시 <춘분>에서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오는데 /
당신이 그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살고 싶어라“라고 노래합니다.
오늘은 춘분, 아장아장 봄볕이 걸어오는 날, 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