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산을 찾았다. 산은 나를 반겼다. 소리없이 반겼다. 나뭇가지는 흔들어주었다. 고마웠다. 소나무는 그 자리에 있었다. 각종 나무도 자기 자리에 있었다. 산을 산을 찾는 등산객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산이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보았다. 역시 산은 넓은 품을 품고 있었다. 푸른 잎을 띠는 소나무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작은 나무들도 품고 있었다.
우리 선생님들이 산과 같은 넓은 품을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산이 넓은 배려와 사랑이 없었다면 온갖 나무들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 중에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학생도 많다. 꿈도 없고 비전도 없고 하루하루 그냥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보통 선생님이라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만 좋아하게 되고 그렇지 않는 학생들은 멀리한다. 선생님들이 산과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지면 어떤 종류의 학생들도 모두 좋아할 것 같다.
올해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좀더 넓으면 좋겠다.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배려와 사랑이 모든 학생들에게 고루 전달되는 한해가 되면 좋겠다. 모든 잎이 말라 그대로 붙어있는 나무도 품고 있는 산의 넓은 마음은 우리 모든 선생님들이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역시 산은 말이 없었다. 오랜만에 왔느냐고 말을 할 것 같기도 한데 역시 소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외면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는 것은 경험해본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도 말을 참지 못한다. 말은 안 하는 게 제일 좋다. 꼭 해야 한다면 적게 하는 것이 좋다.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웃음으로 나타내고, 손을 흔들며 나타내면 된다. 산은 나무를 통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역시 산은 성인 중의 성인이다.
산에 있는 나무 중 역시 나무는 소나무였다. 소나무만이 푸른 잎을 지니고 있었다. 꿈과 희망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칼바람이 불어도 푸른 잎을 지니고 있었다. 내 앞에 어떤 역경이 있어도 꿈을 버리지 않는 소나무, 내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굴하지 않는 소나무. 소나무는 나무 중의 나무라 할 수 있었다.
꿈이 있는 선생님, 꿈이 있는 학생, 꿈이 있는 교육, 꿈이 있는 학부모님이 되면 언제나 싱싱한 푸른 잎을 지니고 있게 된다. 꿈이 있는 나무는 언제나 곧게 자란다. 모든 소나무들의 대부분이 내 키의 10배는 넘어보였다. 대부분이 곧게 자랐다. 하늘만 바라보았다. 땅을 바라보지 않았다. 높은 곳만 바라보는 소나무는 정말 희망이 있어 보였다.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니 푸른 하늘이 반기고 있었다. 푸른 꿈을 지닌 이는 언제나 푸른 하늘만 바라본다. 새해에는 꿈을 지닌 선생님, 학생들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꿈이 소나무는 한때 흔들려 굽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곧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 중에는 중간에 흔들려 굽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그 때부터 곧게 잘 자라게 된다.
바람은 시도 때도 없이 분다. 오늘의 바람은 아주 찬바람이었다. 막아도 막아도 비집고 들어오는 게 바람이었다. 아주 차가운 바람이었다. 이 바람이 나무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을까? 그래도 참아낸다. 봄을 기다리며 이겨내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길에는 칼바람과 같은 매서운 고난과 역경이 가로놓여 있다. 그래도 흔들리지 말고 참고 또 참으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잎이 없는 나무도 뿌리만은 튼튼해 보였다. 땅 깊숙이 박고 있었다. 이들이 뿌리가 튼튼하기에 머지않아 푸른 잎은 선보이게 될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칼바람이 불어도 이겨낼 수 있다. 기본이 있는 교육, 튼튼한 교육, 기초가 다져진 교육에 힘쓰면 실력있는 인재를 많이 기를 수 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