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에는 여러 분과들이 존재합니다.
제가 아는 것만 따져도 10개 정도는 가볍게 넘어가는 것 같은데,
개 중, 일반 대중들이 "심리학"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상담심리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단순히 심리학과를 나왔단 이유만으로,
주변의 여러 지인들로부터 상담 좀 해 줘란 문의를 많이 받는데,
사실 제 전공은 수많은 분과들 중에 "사회심리이론" 입니다.
이를테면, 제가 배운 건 (이론을 다루는) 순수학문에 가깝고,
상담심리, 임상심리, 소비자심리 등은 응용학문에 속한다고 보면 되죠.
저 또한, 힘들 적에 심리 상담을 받아 본 바가 있고,
상담심리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해 본 적도 있으며,
그 세계가 어떠한가에 대해 어깨너머로나마 알고 있음으로 하여,
금일은 이걸 주제로 간단하게 썰을 좀 풀어보고자 합니다.
심리 상담의 기본
사실,
심리 상담 뿐만이 아니라,
누가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대전제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이라면, 콩으로 팥죽을 쑨대도 믿어야 한다.
이건, 무슨 말인고 하니,
그만큼, 상대방을 높게 보고, 믿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다시말해, 그 상대방이 내가 기대고 의지할 만한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는 거에요.
심리 상담의 기본 또한 마찬가집니다.
상담가는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충분히 기대고 의지할 만한 존재여야 하는 거죠.
그래야지만,
상담가의 썰이 무게감을 가지고 크리티칼하게 내담자들의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
자,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내 문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잘 알 순 없다.'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백날 심리 상담을 받아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나에 대한 전문가는 나인 거고, 아무리 상담심리학 박사 타이틀이 있다 한들,
나라는 전공에선 그들이 일반인인 거죠.
그러니, 상담가란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든, 소 귀에 경 읽기처럼 들릴 겁니다.
그러니까,
내담자(피상담자)가 상담자에게 리스펙트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은,
심리 상담이란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상담가는 반드시 내담자에게 리스펙을 받는 존재여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상담가의 말에 무게감이 실리고, 내담자가 믿고 따를 수 있게 되죠.
그런 고로,
상담심리 박사보단, 내가 존경하는 누군가나, 혹은 멘토 같은 존재가 있다면,
사실상, 이런 사람들이 상담자로선 더 제격일 수 있습니다.
But, 내가 믿고 따르는 사람이라 해도,
내 문제를 꿰뚫는 통찰력이라든지, 심리상담에 대한 제반 지식이 없다면,
날 올바르게 리딩하는 건 힘들겠죠.
자, 심리 상담의 기본을 요약해서 다시 한 번 얘기해 봅시다.
① 내담자는 상담자를 믿고 따라야 한다. 즉, 상담가는 리스펙을 받을 만한 존재여야 한다.
② 상담자는 내담자를 올바르게 리드할 수 있을 만큼 통찰력과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사실, 후자는 학위를 이수하면서 어느정도까진 다들 갖추는 영역이고,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상담자로서 가장 중요한 요건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이 글에서 누차 밝혔다시피 전자입니다. 리스펙 말입니다.
그래서, 상담 심리학에선 이 부분을 따로 Rapport(라뽀)라고 하여, 특별히 더 강조하고 있죠.
Cf) http://dic.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kdic&sm=tab_nmr&query=rapport&ie=utf8
라뽀는, 간단히 말해서, 상호신뢰 같은 겁니다.
상대방을 내가 인간적으로 얼마나 믿고 따를 수 있느냐 하는 거죠.
쉽게 말해서, 내가 지금 가장 믿고 따르고 좋아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즉,
콩으로 팥빙수를 만들어준대도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나 사이의 관계 정도를 라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심리 상담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인간은 기본적으로, 내 생각과 다른 것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도 하죠.
심리 상담은 통상,
내담자를 힘들게 하는 어떤 잘못된 생각을 찾아내 그걸 교정해 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합니다.
근데 문제는, 보통의 사람들은 내가 지니고 있는 생각들 중 뭐가 안 좋고 뭐가 잘못된 생각인지 잘 모른다는 겁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잘못된 생각을 올바른 생각이라 간주하는 경우로써,
이런 경우는, 뭐가 잘못된 건지 당췌 알 수는 없고, 나한테 문제는 있는 것 같고, 정신적으론 힘들고,
이런 식의 존재론적인 고통을 겪게 될 수 있어요.
상담자가 해야 할 일은,
내담자가 지니고 있는 그릇된 관념을 찾아내서 그걸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시켜 주는 것입니다.
잘못된 생각을 찾아내려면,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죠.
또한,
내담자에게 그렇게 찾은 잘못된 점을 알리고 이를 개선하도록 리드하기 위해선,
앞서 말했듯, 상담자에게 신용과 권위가 있어야 해요.
즉, 상담자는 내담자로부터 리스펙을 얻어야 하며, 다시말해, 상담자와 내담자가 온전한 라뽀를 형성하기까진,
이 역시, 상호간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내가 니 멘토라서, 상황을 대충 다 알고 있고, 넌 날 완전 리스펙트 해
이런 경우면 커피숍에 마주 앉아 두세시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근데,
보통의 경우는, 걍 일반인과 생판 남인 상담심리 박사의 조합이란 겁니다.
들어봐야 할 얘기도 많고,
상담자가 내담자로부터 리스펙을 얻기 위해선 역시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최소, 한시간씩 열번 이상은 만나야 효과가 있단 소립니다.
즉, 심리 상담으로 효과를 보려면, 이건 "장기전"이란 얘기지요.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에요.
근데, 상담자가 통찰력도 甲이고, 인간적인 매력도 뛰어나서,
문제를 찾는 것도 순식간이요, 라뽀 형성도 기가 막히게 한다,
이런 경우라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겠죠.
또는, 내담자 스타일이 전문가의 말을 잘 믿고 따르는 편이다,
의사나 변호사, 교수, 이런 권위 있는 사람들의 말은 철썩같이 신뢰하는 편이다,
이런 경우는, 상담자를 향한 리스펙이 보다더 쉽게 형성될 수 있겠죠. 이 또한, 시간이 많이 단축될 수 있을 겁니다.
제 경우를 돌이켜 보자면, 전 아예 효과가 없었습니다.
제 스타일이야말로, 전문가의 말이라도 잘 믿지 않는 까탈스러움에,
내 일은 내가 제일 전문가다란 확고한 자의식을 지닌 경우였거든요.
저 같은 사람에겐, 아예 심리 상담 같은 건 멕히지가 않습니다.
상담자를 리스펙트하지 않으니, 그가 뭔 말을 해도, 듣질 않는 거에요.
걍, 시간 낭비인 셈이죠.
상담자라면, 본인이 내담자로부터 리스펙을 받을 만한 존재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학위만 따면 장땡이 아니에요.
내담자를 휘어잡을 수 있을 정도의 뭔가 크리티컬한 카리스마와 매력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심리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 이런 경우엔,
우선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하며, 상담자를 리스펙할 마음의 준비를 해 놓아야 합니다.
저처럼, 니가 내 일에 대해서 뭘 알아 流의 분들은, 마음을 달리 먹지 않는 이상에야
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니 유의하시구요.
여담이지만,
만약, 여러분 곁의 누군가가 여러분의 발언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건 둘 중 하납니다.
귀가 얇거나, 귀하를 정말 좋아하고 신뢰하거나.
후자라면,
내 한 마디가 심리학 박사의 한 마디보다 소중할 수 있으니,
좀 더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맙시다.
듣자하니, 심리 상담 비싼 건 한 시간에 10만원 내외라고 하던데,
뭐 비싼 돈 들일 필요 있겠습니까? ㅋㅋㅋ
※ 무명자 블로그 :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일고 갑니다. 그분야 관련된 일을 해서인지..ㅠㅠ 정말 한구절 한구절 마음에 와 닿네요 흑흑흑..
좋은글이네요!
완전히 제 케이스네요. 효과는커녕 상담해주는 박사분께서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 다 반박해대다가 저한텐 심리상담따위 먹히지 않는다는걸 깨닫고 그만뒀었죠 ;;
인간 관계가 그렇죠 카리스마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쩐지 심리상담 효과가 없더니.. 제 문제였군요-_-; 나에 대한 조언은 제일 친한 친구말만 들어서..
난 작년에 학교에서 쫌 해봤는데 효과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얻은거는 있더라 ㅋㅋ
최근에 심리상담으로 큰 도움을 받았었어요. 비교적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제 성향때문인지 인생의 전환점 수준이었습니다. 무명자님과 달리 심리학에 문외한인 제 입장에서 감성적인 면을 논리적이고 이론적으로 접근해 주시니 도무지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제 행동들이 이해가 되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더군요. 심리상담 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 같아요 ㅎㅎ
심리학에서 라뽀라고 하는군요. 교육쪽에선 래포라고하는데ㅎ 라뽀형성이 중요하다는데 적극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