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이름이 <안녕 인사동>인가 보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인사 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이다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몰려왔기에 거장전이 맞다
앤디워홀의 작품은 몇 년 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만났고
간간히 많은 컬렉션을 보유한 굵직한 미술관에서 자주 만났기에 그다지 큰 목마름은 없었다
그런데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인디에나의 작품은 감질나게 만났었기에 이번 기획이 너무 반갑다
낯선 작가들(무식함 고백)인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제임스 로젠퀴스트, 톰 웨셀만, 짐 다인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작품세계를 만난 것 같다
국가적인 사건들이 국민들을 갑자기 똑똑하게 만들거나 예술적 식견을 확장시켜 주는 매개체가 될 때가 있다
오래전 동물복제에 성공해 유명해진 황우석박사의 스타십이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무리한 실험조작을 했음을 파헤친 방송프로그램으로
온 국민이 줄기세포 등등 생명공학에 관한 지식이 꽤 높아졌다고 본다
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모 대기업에서 구입한 일반인들에게(우리나라) 인지도가 크지 않았던 한 점의 그림이 널리 회자되었던 적이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게~~ 이 그림이 그렇게 비싼 그림이야? 했었다
왠지 만화 같기도 하고 유명화가의 작품을 피카소처럼 굴절시키고 쪼개어서 그린 작품들이 이렇게 비싸고 유명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앤디워홀 이후 팝아트라는 장르가 크게 대두되었지만 워홀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 리히텐슈타인
오늘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충분히 볼 수 있어 그동안의 목마름을 해소했다
위의 그림이 만화 같은 가요?
맞아요 이 그림은 바로 아래 만화의 한 장면을 가져온 것이랍니다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엔 수많은 점이 들어있음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이 점은 '벤데이 점'이라고 하는데
이 벤데이 점은 인쇄할 때 색과 농도를 결정하는 미세한 점이라고 한다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은 마치 인쇄 품질이 낮아 벤데이 점이 커진 것처럼 그려져 있다
이 점 하나하나 화가가 직접 의도적으로 그려 넣은 것이다
위 그림은 이 만화의 어떤 장면을 가져왔을까?
금방 찾으셨죠
아마도 그 시대 유명한 만화 속에서 가져온 그림이니 이 만화를 읽은 독자들은 이 작가의 그림에 더 열광했을 수 있다
앤디워홀이 코카콜라나 메릴린 먼로 등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물이나 상품을 오브제로 활용해 친숙함으로 다가간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렇다고 꼭 만화 속 장면만을 그린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아스펜 겨울 재즈페스티벌 포스터>인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벤데이 점을 그대로 녹여내 제작한 작품인데
그 어떤 구상화보다 사실적이고 멋지다
팝 아트 하면 화려한 색채와 다소 만화 같은 그림, 그리고 상업적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폭넓은 실험정신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려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역시 워홀의 작품은 화려하다
다 아는 인물이고 다 아는 사물인데 워홀의 손을 거치면 특별해진다
비록 작가 자신의 아틀리에를 팩토리라고 지칭했듯
공장에서 마구 찍어낸 듯한 작품인데도 묘한 끌림이 있고 아름답다
LOVE라는 단어 하나로 세계를 사로잡은 사나이 로버트 인디애나
마치 현대미술의 시그니처로 느껴질 만큼 그가 세계 곳곳에 설치한 이 단어는 그의 미술세계의 전환점이 되었다
뉴욕 모마미술관의 <파리의 네 미국인들> 전시 포스터
<우리 모두의 어머니>
로버트 인디애나는
미국의 팝 오페라라고 불리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세트 및 의상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연극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여성 참정권 운동 활동가 수잔 B, 앤서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라고 한다
그 밖의 작가들의 메시지는 작품 몇 편으로 대신한다
모든 작품들에서 작가들의 자기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 어떤 작품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나 할까
인사동에 나들이 가실 일이 있다면
'그라운드 서울'과 '인사센트럴뮤지엄'을 둘러보심도 좋을 듯합니다
그라운드 서울의 뱅크시 전을 보고 난 후 티켓을 챙겨가면 아메리칸 팝아트 전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답니다
9월과 10월까지 진행되는 전시이니
이 더위가 좀 꺾이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쯤 산책 삼아 가시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