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수현!
그분은 언제나 날이 선듯한 예리함과 특유의 힘이 들어간 말들로 인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드라마가 한 편씩 새롭게 태어날 때 마다 그분은 많은 시선과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하고....
나는 그녀를 몹시 좋아한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은 우선, 나이와 관계없이 부단한 몸짓으로 작품을 생산해내는 엄청난 에너지를
읽을 수 있어서이며 또한 그녀의 화려하고 예리한 언어 이면에 숨은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이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가족의 냄새가 나고, 사람의 냄새가 곳곳에서 난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다.
그리고, 화면이 화려해서 좋다.
나같은 서민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화려하거나, 넉넉해 보이는 풍경들을 그녀는 좋아하는 듯 하다.
드라마가 반드시 일상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내 생각을 그녀는 충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그냥 대리욕구 충족의 개념으로 해석하든,
아니면 그냥 한 폭의 그림을, 또는 사진을 바라보듯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그녀는 해 주는 듯 하다.
매사 뒤늦은 감각으로 살아가는 내가 겨우 그저께 그 분의 드라마가 새로 방영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제 모처럼 일찍 퇴근한 덕에 다시보기 서비스로 지난 4회분을 단숨에 보았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전원주택 처럼 이쁜 펜션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일상 속에서
왠지 동성애가 은근하게 펼쳐지고, 그와 관련한 스토리가 펼쳐질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나는 그 동성애라는 것을 생각하며 안타깝고 애처러운 마음이 된다.
내 딸 아이 친구 중에는 레즈비언도 있고, 게이도 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딸아이는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내가 미국에서 지내면서 경험했던 정서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가끔 집으로 친구들을 데려와서 overnight 을 하며 놀기를 즐기던 내 딸 덕에
나는 비교적 딸의 친구들과 친한 편이다.
그래서 그들이 커 가는 과정을 지켜 볼 수도 있었으며,
때로는 한 잔의 술을 함께 마시며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여자친구 보다 남자친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딸 아이는 늘 말괄량이 같기만 했었는데
이젠 어느 새 다 큰 사람이 되어 곧 결혼을 하게 된다. 세월이 빠르다.
내 딸의 친구 중에는 잘 생기고 운동 잘 하고 마음 씀씀이도 천사같은 아이가 있었다.
그는 약간의 흑인의 피를 물려 받았는데 대단히 날렵하여 운동도 잘 하고 봉사활동도 탁월하게 잘 했었다.
대학을 가면서 그는 캘리포니아의 스텐포드 대학엘 갔다.
내 딸은 보스톤의 Wellesley College를 다니게 됨에 따라 그들은 먼 거리를 두고 친구로 지냈다.
대학을 들어가고 첫 여름방학때 집으로 돌아 온 딸이 내게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가 게이" 라고!
나의 놀라움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으며,
그의 얼굴과 표정이 떠 오르면서 방망이질 하는 가슴을 달래기가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온 말 "넌 어떻게 그걸 알았어?"
딸 아이의 말로는 그 녀석은 최초로 내 딸에게 커밍아웃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딸아이는 기분 좋게 그의 어께를 다독여주며 힘을 실어주었는데
그는 자신의 엄마에게 그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내 딸에게 상담해 오기에
그냥 사실대로 편안하게 말씀드리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그 다음해에 내 딸의 best friend 였던 핀란드계 친구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대생들이 4년동안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다 보니 알려진 레즈비언 커플도 많다고 한다.
그 때 내가 한 말은
"말아먹을 놈의 세상"이구나....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휴우...... "혹시 너도?"
그렇게 과잉반응을 보이면서 나는 서서히 나의 틀을 깨고 마음으로부터 그러한 것들을 받아들였다.
귀 얇은 나는 쉽게 딸아이의 논리에 무너지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진화한 것이다.
스탠포드를 졸업한 그친구는 지금 하버드 대학원에서 탁월성을 인정받으며
자신의 학문에 몰입하고 있으며 그들은 아직도 서로를 자주 만나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친구를 받아들이며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의 그런 편견이 없다.
내가 직접 아는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이라는 것이 더 이상 안타깝지도 않으며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되지도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양성애적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이성에게로 관심이 커지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그 중에는 왠지 동성이 더 편안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사람이 살아가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대단히 다양하고 다면적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상담이라는 일을 하고 있는 나는 날마다 무수한 사람의 다양성을 만나게 된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나는 조금씩 발전되어감을 깨닫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지혜가 결코 모두가 아님을 날마다 깨닫는다.
세상과 관계없이 역사를 거슬러 아주 아주 오래 전에도 그런 취향의 사람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 역시 평범한 나와 똑 같은 사람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면 불편함이 없어진다.
내 딸아이는 좀 심한 페미니스트이다.
그녀가 졸업한 학교의 풍토가 기여한 바도 커 보이고,
그녀 자체의 성향도 그러한 부분이 있긴 했었다.
나는 내 딸의 친구들이 게이와 레즈비언이 수두룩 하다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그 아이들은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에 소속되어 기꺼이 자신의 길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크게 주눅들지 않고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김수현 작가의 의도를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분은 자신이 드라마 속에 예전에 홍석천을 출연시킨 적이 있음을 기억한다.
보수적인 우리 사회가 그것에 대해 비난을 퍼 부을지라도
작가는 어쩌면 그들에게 작은 격려를 해 주고 힘을 실어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 딸의 친구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엄마에게 말 했을 때 그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아들을 비난하는 대신, 아들의 사랑이 세상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살아갈 아들이 안타까워서.....
그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기분 좋은 작가, 김수현....
나는 그분에게서 내 게으름이 극에 이를 때 나를 깨어나게 하는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나의 적당한 타성으로 인해 나의 세월이 발전되어가지 않고 정지신호를 받은 듯 할 때
작품 하나를 쓰기 위해 부단히 자료를 찾고 작품을 위한 연구를 성실히 해 온 그분으로부터
마음으로 부터 채찍을 맞는 기분이 되기도 한다.
삶이 별거든가?
서로 힘겨운 순간 어께를 내어주고,
목 마른 순간 시원한 생수 한 잔을 내밀어 줄 수 있다면 삶은 그리 고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또 어떠하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격려해주는 것,
그것이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닌가...
누구를 판단하고 비판하기 이전에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 보아 주는 마음을 갖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를 다시금 챙겨봐야 할 것 같다.
첫댓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 동감 합니다
사랑이 없고 상대가 없는게 문제지.. 사랑하고파 ,,~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