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상사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조카들을 10년 이상 키워 대학에 진학시킨 사실이 알려져 가정의 달을 맞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해군 6항공전단에 근무하는 민병완(45) 상사.
민 상사는 1991년 12월 강원도 삼척에 거주하던 친형이 지병으로 숨지고 3년 후인 1994년에는 형수마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졸지에 천애의 고아가 된 두 조카의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박봉으로 노모와 자식 2명을 부양하기도 힘든 상태에서 당시 11살, 9살이던 조카 금순(22)씨와 우기(20)씨가 한지붕 밑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가정생활은 극도로 곤궁해졌다.
가사에만 전념하던 부인 임순옥(45)씨는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힘들다고 판단, 급기야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낮에는 편의점으로 출근해 시간제 직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근무했던 것.
민 상사 부부는 갑작스럽게 식구가 늘어나 하루하루 삶이 힘들었으나 부모를 잃고도 아무런 구김살없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조카들을 볼 때면 그간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스르르 사라지고 저절로 힘이 쏟구쳤다.
조카들은 중.고교 재학 시절 남들처럼 과외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무난히 합격해 친자식처럼 극진하게 보살펴준 민 상사 부부의 사랑에 보답했다. 누나 금순씨는 지난해 경북 포항 선린대학 전산응용학과에 합격해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고 동생 우기씨는 포항 제1대학 건축학과 1학년에 합격한 것. 우기씨는 애초 금오공대에 합격했으나 작은 아버지 민 상사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항 제1대학으로 옮기는 효성까지 보여줬다.
민 상사는 사춘기 시절 "부모 없는 자식"이라고 놀림을 받고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늘 걱정이 돼 자식들의 학교 졸업식에는 가지 않아도 조카들의 졸업식은 반드시 챙길 정도로 애지중지 키웠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는 또 25년간 해군 시설부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부사관 능력평가 우수상을 2차례나 수상하고 건축산업, 제도, 목공, 도장, 타일 등 건축관련 자격증 6개를 보유하고 있는 모범 부사관이기도 하다.
금순씨는 "아무리 혈육이라도 우리를 모른 척할 수도 있었는데도 부모님 이상으로 애정을 쏟아주시고 대학까지 보내주신 작은 아버지와 엄마의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