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종 엔트리에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지금 뽑혀있는 선수들의 대부분은, 어느 감독이 왔어도 뽑혔을 만한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작으면 한,두자리, 많아야 네,다섯자리 정도 차이가 지겠지요.
2. 이번 월드컵 대표팀엔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서로 친해서 팀웍도 좋은 선수들도 많고요. 홍명보 감독이 많이 뛰는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꺼고, 토너먼트에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지 않는 전술은 효과적입니다. 조편성도 쉽다고는 못하겠지만, 어렵다고만도 할 수 없는 편성이고요. 16강 가능성은 반반정도, 16강전에서 실점안하고 잘 버텨서 승부차리를 유도하면 8강이나 그 이상의 성적도 노려볼만 할 지 모르겠습니다.
3. 월드컵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빕니다.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게, 탈락하는 거 보다는 올라가는게 좋겠지요. 대표팀이다 보니 아마 좋은 성적을 거두면 축하해 줄것 같기는 합니다.
4. 그런데, 그 축하라는게,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을때 축하해 주는 정도? 아니면 LPGA에서 한국 여자 선수가 우승했을 때 축하해 주는 정도 ... 뭐 그런 느낌이 될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니까 그냥 의무적으로 응원해 준다 정도. 지금의 이 대표팀이 예전처럼 "우리 팀" 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게 된거 같습니다.
5.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뭐랄까, 어떻게 보면 한 20년, 30년전으로 돌아간 느김이 들었습니다. 80년대만 해도 대표팀 선발에 이런 잡음이 없었죠. 그냥 축협에서 관리하는 엘리트 선수들 위주로 선발되었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표팀 세대가 한꺼번에 물갈이 되고 뭐 그랬었습니다. 무지한 '팬'들은 4년에 한번씩 보여주는 축구를 지켜보면서, 왜 우리는 브라질 만큼 못하느냐, 저 선수는 누구냐 소리나 지르고, 어쩌다 국제대회에서 승리라도 하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냥 고함이라도 지르고 뭐 그러면 되는 거였죠.
6. 영광의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를 거치면서, 나는 팬들이 대한민국 축구와 함께 발전해 오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더랬습니다. 단순히 아무 정보 없이 국가주의에 함몰되어서 빨간색 우리팀, 파란색 남의팀 우리나라 좋은나라, 이런 것보다는 조금더 가깝게 팬들이 적극적으로 응원도 하고, 감정이입도 하고, 팀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그런 사이클이 완성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단순히 4년에 한번 열리는 월드컵 3경기에서 5경기 정도 결과를 확인 하는 수준이 아니라 말입니다. 근데 지난 일년간의 대표팀의 행보는, 최종 결과를 봤을때,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냥 1년동안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80년대 처럼 이너서클에 속한 선수들과 감독들이 축협의 "소유자"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팬들은 제3자와 구경꾼들인것입니다.
7. 단순히 좋아하는 선수 선발이나 감독의 전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건 국대 감독이 바뀔때마다 얼마든지 토론하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문제이고, 국대 팬질의 일환입니다. 선수 선발의 전권은 감독에게 있습니다. 감독이 선수 선발할때 팬투표로 뽑을 필요도 없고, 뽑아서도 안됩니다.
근데 지난 1년의 경우에는 단순히 그런 부분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났습니다. 감독이 되도 않는 "원칙"이나 강조하면서 시작했으면서, 사실 그건 말뿐이었습니다. 그동안 엔트리에 올릴 생각도 없었던 선수들 가지고 명분쌓기를 위한 요식행위나 하고 있었습니다. 감독의 기준에 맞춰서 팀이 빌드업 되는 과정을 지켜봐주려고 했던 팬들도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순진하게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려 했던 선수들도 속았고, 감독이 밝혔던 기준을 가지고, 선수들을 지켜보던 팬들도 속았습니다. 이 일년의 경험은 지금껏 국대 팬질해오던 저같은 사람들한테,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이런 환멸감이 들게 되더군요.
8. 특히나 이 사건의 당사자가 축협의 적자, 20년안에 축협 회장 떼논 당상인 홍명보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더 씁슬하게 여겨집니다. 결국 축협이란 곳은 언제나 특정 이너서클에 들어간 일부 엘리트들의 놀이터겠구나.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팬들은 그저 구경꾼, 월드컵 성적만 좋으면 다 무시되는 그저그런 방관자들로 취급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9. 그래서 저도 그저 그런 방관자 하기로 했습니다. 월드컵 성적 좋으면 박수쳐주고, 아니면 말지요 뭐. WBC에서 야구 대표팀이 4강간거나 월드컵에서 축구대표팀이 4강가나 뭐 비슷하게 박수나 쳐줄렵니다. 복고가 대세인데, 축구도 80년대로 돌아가면 좋겠네요.
첫댓글 대단 하십니다 저는 박수도 안쳐줄 생각인데 진짜 대인배시네요..
모든 사람이 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돼서 그런겁니다.
모두가 남 탓이고
정말 공감이네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내 팀 우리 팀이라는 생각이 줄고 있어요ㅜㅜ하...
진찐 진짜 실망감이 크지만... 그래도 일단은 응원합니다
월드컵대표가 뽑혔을때 이렇게까지 논란이 된적도 없었던거 같고 이제 불과 한달가량 남았는데 별로 기대도 안되고 평소 같았으면 두아들 되리고 응원복 구입하고 어디서 보면서 응원하고 이런거 의논할때이지만 이번만은 조용히 눈감고 잠이나 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