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가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실종 사건’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사라지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그제 오후 10시 50분 일시 정회가 선포된 뒤 청문회장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은 어제 이틀째 청문회를 열었으나 여당 의원들은 “합의한 적 없다”며 불참했고, 김 후보자는 종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청문회 파행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의정사에 청문회 도중 ‘후보자 실종’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주가조작 논란이 발단이었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회사에 후보자가 한때 사외이사로 등록됐다는 점을 야당이 지적하자 후보자는 “알지 못하는 일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차라리 고발하라”며 반박했다. 공방이 반복되자 권 위원장은 “그런 태도를 유지할 거면 본인이 사퇴를 하든가”라고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은 중립을 지키라”며 퇴장했다. 고성 속에 “10분간 정회”가 선포되자 김 후보자는 자료를 챙겨 떠났다. 청문회는 다시 열렸지만 후보자 없이 오전 1시가 넘어 끝났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 절차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다. 야당의 의혹 제기가 타당했는지와는 별개로 국회 청문회라는 제도와 절차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국무위원 후보자의 기본에 속한다. 게다가 김 후보자는 파행 이튿날인 어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여가부 폐지를 두고 “드라마틱하게 엑시트(극적인 부 폐지)” 하겠다고 했는데, 청문회장 이탈이야말로 드라마틱한 엑시트(전에 없던 중도 이탈)라 해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다 답변하겠다”던 10년 전 백지신탁 논란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창업자인 후보자는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었다. 그때 이해충돌이 큰 인터넷뉴스 주식을 정부에 백지신탁해 제3자에게 매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공동창업자와 남편의 시누이에게 주식을 사적으로 팔았고, 7년 뒤 되샀다. 이 주식 가치가 110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법 조항은 안 어겼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지인에게) 매각 그 방법밖에 없었다”는 식의 답변만 되뇌었다. 그의 인터넷뉴스가 선정적이고 여성 혐오를 담은 보도로 클릭 수를 늘려 돈을 벌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나도 부끄럽지만 이게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 파행으로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자료를 충실히 내지 않았고, 의원들 질문에는 동문서답과 긴 설명으로 피해 갔다. 의원들끼리의 고성과 말싸움도 빠지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채 장관급으로 임명된 인사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17명이다. 그러다 여야 대치 끝에 청문회 중도 포기라는 초유의 일까지 봐야 하는 지경이 됐다.
김승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