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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년 3월 10일 새벽. 윤석열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던 시간. 나는 깊은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5년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다. 그만큼 막막하고 암울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20대 대선에서 누구보다 열렬히 윤석열을 비판하며 어떻게든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몸을 불살랐던 나는, 대선 이후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세무조사나 검찰의 신상 털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나는 대선 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으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때 알았다. 선관위 조사가 때로는 경찰이나 검찰 조사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것을.
2. 20대 대선이 끝나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김부겸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경기도 양평에 칩거했다.
나는 그 이유를 잘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섞는 것 자체가 구차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더 흘러, 문재인은 양산에 책방을 차렸다.
그때 나는 김부겸이나 문재인과 같은 사람의 속내에 대해, 내가 짐작했던 것이 옳을 것이라는 확신을 굳히게 되었다.
문재인이 서점을 차리고 중앙정치와 최대한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나, 김부겸 등이 정치와는 담을 쌓겠다는 것은, 본인들이 정말 그런 삶을 살겠다는 뜻이 아니라, 윤석열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조용히 살 테니 제발 정치보복 같은 걸랑은 하지 말아주세요."
실제로 문재인은, 윤석열 정권이 자기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달달 털어가며 괴롭힐 때도 본인은 별일 없이 잘 산다는 식으로 일관하다가도, 그러나 검찰이 본인의 가족을 건드린다 싶으면 유달리 대놓고 발끈하곤 했다.
모든 관심사가 자기와 가족의 안위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3. 나는 지금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대체 문재인 정권에서 누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왜 20대 대선 막바지에, 문재인은 이재명이 요청한 소상공인 지원금을 거부했는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모두 입을 꾸욱 다물고 있으니, 어쩌면 이런 궁금증은 영원히 미제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문재인 정권에 몸담고 있으면서 잘 나갔던 사람들, 윤석열이 대권을 거머쥘 수 있도록 방조했거나 협조했던 사람들은,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잘 생존하는 듯했다.
나는, 지난 2년 7개월 동안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윤석열과 맞서 싸우거나, 앞장서서 비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4. 하지만 시민들은 달랐다.
시민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광장과 거리에 모여 윤석열과 싸웠다.
우리 예배 모임에는 경북 포항에서 오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은 매주 토요일마다 포항과 서울을 오가며 윤석열 탄핵을 부르짖었다.
민주 사민들의 이런 애끓는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결국 윤석열이 제 스스로 헛발질을 하여 감옥에 간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의 몰락이 확실해지자, 그동안 여기저기 숨어서 눈치를 보던 자들이 일거에 등장해 '민주당이 어쩌구저쩌구'하며 '이재명으로 되겠냐'는 발언을 쏟아내고, 또 그걸 조선일보 등이 받아서 대서특필해준다.
야, 이쯤되면 (노무현 버전으로) 막가자는 거잖아.
5. 내가 잘 아는 사람들 중에는, 지금 이재명을 흔들어대는 민주당측 잠룡(?)들의 핵심 참모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대강 그쪽 분위기를 잘 듣고 있다.
한마디로, 이 사람들은 지금 국힘당 못지 않게 이재명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대선에 못 나오길 학수고대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내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만약 이재명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대선에 못 나오고, 그래서 김00, 김××, 김 ** 등이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어부지리로 차지할 것 같으면, 그냥 선거 기권할 겁니다.
진짜로 나는 또다시 문재인 시즌 2를 겪을 것 같으면 차라리 국힘당 치하에서 쓸개를 씹으면서 훗날을 기약할 겁니다."
이 말은 나의 진심이다.
그리고 비록 일개 시민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명예와 자존심을 몽땅 건 고백이다.
나는 21대 대선을 이재명과 치를 것이다.
그것은 내가 이재명을 특별히 좋아해서도 아니고(그런 것 없음),
이재명과 무슨 일면식이 있어서도 아니다(전혀 모름).
단지, 우리가 함께 지난 3년간 윤석열 일당과 맞서 처절하게 싸워온 역사적 자취에 대한 신의 때문이다.
나는 그 외의 다른 옵션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