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
김종숙
이른 새벽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고 일어났다. 오늘은 희망을 찾아 길을 나서기로 한날이다. 밖으로 나가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귓볼 을 스친다. 옷깃을 끌어올려 깊게 여미고 잔뜩 움츠린 채 걷기 시작했다.
골목은 어둠이 짖게 깔린 채 깊은 잠에 취한 듯 보였지만 주택가를 지나치자 개들이 컹컹 짖으며 새벽을 깨우고 있다. 신호등도 빨갛게 불을 켜고 추위를 달래려는 듯 깜박이며 떨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우리는 말없이 굴다리를 지나 산기슭에 당도했다.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으니 웅크렸던 어깨도 펴지고 길동무들과 어우러져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다. 걷다보니 자꾸만 무언가 발부리에 걸리어 비틀거렸다. 아직은 날이 어두워 잘보이지 않으니 앞으로 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에 밀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목적지에 다달았다. 등에선 땀이 흘렀지만 볼은 에일듯 시리다. 생각 밖의 많은 사람들에 사뭇 놀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천명을 넘기도록 새해 해돋이는 처음이다. 참 각박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하며 인파에 묻혀 동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검고 해가 떠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발끝도 시리고 손도 몹시 시리다. 괜히 왔나 하는 후회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마침 사찰에서 뜨끈뜨끈한 떡국을 끓여주어 한 그릇 맛있게 먹으니 언 몸이 녹고 가슴이 훈훈하다. 매섭도록 추운 새벽에 사찰에서 베풀어준 떡국 한 그릇은 감사하는 마음을 몇 배는 더 크게 느끼게 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위해 밤잠설치며 떡국을 끓였을 분들께도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인파 중에 젊은 청년들이 많이 섞여있음에 놀랐다. 해돋이 보기로 유명한 명승지라면 놀랄 일도 아니다. 그저 여행겸 즐기러 왔겠거니 하겠지만 이곳은 다르다. 짐작컨대 빠른 취직을 기원하기 위해 온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들 또래쯤 되어 보이니 그들의 답답한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여기모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간절한 소망을 담아 기원하고자 모여 들었으리란 생각이다.
언제쯤 해가 뜨려나 시간을 보고 있자니 멀리서 사물놀이 팀이 꽹과리 소리도 힘차게 산을 오르고 있다. 그 경쾌한 소리는 묘하게도 우리들에게 대 희망을 알리는 소리로 들렸다. 모두가 같은 생각인지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같이 어우러졌다.
그리고 모두 눈망울에 깊은 소망을 담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동녘이 점점 붉게 물들이며 그야말로 하늘이 열리고 빨간 일출이 폭 솟아 올랐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목적도 잠시 잊고 폰카를 찰칵찰칵 눌러 댔다. 그리고 소원을 마음속에 가득 담아 빌었다. 주지스님의 중저음 목소리로 새해 평화를 기원하는 염불 소리는 모두에게 큰 복을 받을 것 같은 희망을 주었다.
금방 해는 눈부시게 떠오르고 인파는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돌아오는 길은 오를 때보다 한결 쉽다. 어두웠던 산길을 태양이 환하게 비춰주니 내려가는 길은 만사형통이다. 산을 오를 적에 발부리에 성가시게 걸리던 것이 툭툭 땅위로 불거져 솟아오른 나무뿌리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이 좋아, 건강을 위해 오르내리니 땅이 파이고 돌맹이도 뽑혀 자연히 뿌리가 땅위로 돌출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 밟혀 껍질이 벗겨진 채 만신창이가 되어 있지만 우리들은 그 뿌리를 깔고 앉아 쉬기도 하고 발을 올리고 이야기도 나눈다. 누구도 뿌리에 아픔이나 고난은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인내하고 희생하는 뿌리가 있어 나무들이 푸르고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려면 서로를 위하고 이 나무뿌리 들 처럼 얼히고 설히여 인내하며 살아야 할것 같다. 허면 푸른 가정 이며 화목한 가족이고 어쩌면 그것이 나의 미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희망일 것이다. 나는 오늘 희망을 쫒아 여기 왔다. 아들의 앞날도 불어나지 않는 재물도 약해져 가는 건강도 모두 좋게 해달라고 빌러 온 것이다. 알수 없는 미래 보이지 않는 희망을 힘들이지 말고 술술 풀리게 해주십사 기도하러 왔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욕심이리라 힘들이지 않고 노력 없이 어찌 잘살 수 있을까!
이 뿌리들 같이 어우렁더우렁 부비며 감싸주고 아픔을 만져주면서 보듬어 주는 노력이 있어야 우뚝 선 나무 들 처럼 우리의 삶이 행복할 것이다. 생각해 보니 오늘 산을 오른 목적은 얻고 간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한해도 지혜롭게 열심히 살면서 순리를 따르면 좋은 끝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이 홀가분하고 발 거름 도 가볍다. 나도 우리 집의 뿌리다. 항상 푸른 정신과 건강한 마음으로 가정을 가꾸고 보듬어야겠다.
헌데 또 정신 나간 생각이 든다. 하늘에서 돈 다발 좀 툭하니 떨어지지 안으려나! 하는 생각이 퉁 하니 불거져 나온다. 자신이 한심해 웃는다. 내가 지금 무슨 나무뿌리 벗겨지는 생각을 또 하나, 생각이 튼튼해야 우리가족 건실하지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고 바라보니 우리 집이 보인다. 귀갓길은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준다.
그것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일게다. 집이 가까워지니 배가 고프다 빨리 들어가서 식구들과 밥 먹어야지 아구 배고파!
첫댓글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이 홀가분하고 발 거름 도 가볍다.
나도 우리 집의 뿌리다. 항상 푸른 정신과 건강한 마음으로 가정을 가꾸고 보듬어야겠다.
헌데 또 정신 나간 생각이 든다. 하늘에서 돈 다발 좀 툭하니 떨어지지 안으려나! 하는 생각이 퉁 하니 불거져 나온다,,"
ㅎㅎ 선생님? 우리 모두 공감합니다. 지난주에 못뵈어 섭섭했습니다. 오늘 저젹엔 꼭 뵙기를요...상큼하게 감상 잘 하고 갑니다.
"어두웠던 산길을 태양이 환하게 비춰주니 내려가는 길은 만사형통이다. 산을 오를 적에 발부리에 성가시게 걸리던 것이 툭툭 땅위로 불거져 솟아오른 나무뿌리들이다."~ 감상 잘 하였습니다. 건필 건필 하소서~~!!
뿌리들 같이 어우렁더우렁 부비며 감싸주고 아픔을 만져주면서 보듬어 주는 노력이 있어야 우뚝 선 나무 들 처럼 우리의 삶이 행복할 것이다. "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뿌리되신이여!
여러 선생님 감사합니다. 홈에도 들어가보지 못하고 학교도 나가지 못했는데 댔글달아주시고 너무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올 한해도 지혜롭게 열심히 살면서 순리를 따르면 좋은 끝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이 홀가분하고 발 거름 도 가볍다. 나도 우리 집의 뿌리다. 항상 푸른 정신과 건강한 마음으로 가정을 가꾸고 보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