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3. 토요일 피에트첼치나의 성 비오 (1887-1968) 기념일
1티모6,13-16 루카8,4-15
여여如如한 삶
-수행자의 삶-
오늘 강론 주제는 ‘여여한 삶’입니다.
‘여여하다’는 산스크리트에 어원을 둔 불교용어로 ‘한결같다’, ‘변함없다’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여여한 삶은 한결같은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나오는 씨 뿌리는 사람의 삶이 여여한, 한결같은 삶의 전형입니다.
'주님앞에서 겸허하라Humble Thyself before the Lord’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 참 좋습니다. 주님 앞에서 겸허한 삶이 바로 여여한 삶입니다.
오늘 제1독서 바오로의 말씀대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는 삶이 바로 여여한, 한결같은 삶입니다.
어제 읽은 사막교부 대 안토니오의 일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안토니오가 하느님의 심판의 깊이를 생각하며 그분께 물었습니다.
“주님,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젊어서 죽고 어떤 사람들은 지극히 오랜 나이까지 삽니까?
왜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왜 악한 사람들이 번영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궁핍합니까?”
그러자 그는 그분의 답변 말씀을 들었습니다.
“안토니오, 너 자신에 집중하라. 이들은 하느님의 판단에 따라 일어난다.
이들에 관해 네가 무엇을 안다한들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답이 없는, 부질없는 질문들은 접어두고 네 본연의 일에 충실하라는
한결같은 여여한 삶을 살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복음의 씨뿌리는 사람처럼 이웃과 비교하여 자만하거나 내 운명을 탓할 것 없이
본연의 삶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한결같이 하느님을 신뢰하며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삶을 사랑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듯 해도 참으로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삶입니다.
살다보면 ‘길바닥’같은 환경도 있고, ‘바위’같은, ‘가시덤불’같은 환경도 있고,
‘좋은 땅’같은 환경의 때도 있는 법입니다. 이런 환경이나
이런 나의 내적 상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결같이 정진의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런 삶의 환경은 삶의 리듬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끊임없이 삶은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씨뿌리는 사람처럼 좌절하거나 절망함이 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개의치 말고 한결같이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는 것은 목표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의 충실도입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입니다. 문제는 나한테 있습니다.
아무리 은총의 말씀 씨앗이 뿌려져도 내 마음의 토양이 척박하다면 결실을 내지 못합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서 열매을 맺는 사람들이다.”
한결같이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서 열매를 맺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이래서 한결같은 렉시오 디비나 말씀의 수행입니다.
타고난 고정불변의 길바닥같은 마음밭도, 바위같은 마음밭도,
가시덤불같은 마음밭도, 좋은 땅같은 마음밭도 없습니다.
항구한 노력과 정성이 없이 방치하면 좋은 땅같은 마음밭도
잡초우거진 척박한 마음밭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일희일비 개의치 않고 한결같은 노력이 제일입니다.
사실 이런 좋은 땅의 마음밭같은 때를 기다려 강론 쓰기로 하면
그런 때는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예화를 기억할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겼다는 재미난 일화입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한결같은 자세로 노력할 때 놀라운 기적입니다.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 눈으로 깨어 현실을 직시하며
뚜벅뚜벅 소처럼 걷는 것 역시 한결같은 수행의 삶을 뜻합니다.
수행생활의 중심에는 늘 생명과 빛의 말씀이 현존합니다.
마침내 이런 한결같은 수행의 결과 길바닥같은, 바위같은,
가시덤불같은 마음밭도 서서히 좋은 땅같은 옥토의 마음밭으로 변할 것입니다.
하여 100% 하느님의 손에 달린 듯이 기도하고,
100% 내 손에 달린 듯이 노력하라는 현자의 권고입니다.
그러니 남의 좋은 땅같은 마음밭을 부러워할 것도 없고,
나의 척박해 보이는 마음밭에 좌절할 것도 없습니다.
깨달아 시작하면 언제든 늦지 않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새롭게 마음밭을 가꾸고 돌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마침내 가난한 마음, 깨끗한 마음의 좋은 땅같은 마음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우리의 매일, 평생, 끊임없는, 한결같은 기도와 일,
그리고 말씀공부의 수행이 우리의 마음밭을 비옥하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당신과 하나됨으로 우리 마음밭을 날로 비옥하게 변화시켜 주십니다.
끝으로 한결같은 수행을 강조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의 자작시 한연을 나눕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맑게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아멘.
성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