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묵호와 초저녁의 묵호의 표정은 다르다. 거의 새벽에 돌아다니는데, 오늘은 초저녁에 돌아다니다가 방금 들어왔다.
K 라는 애국심을 가스라이팅 당한 정신병으로 규정 짓는 나도, 축구에서는 나를 잠시 용서한다.
2002 년에 가스라이팅 당해서, 지금까지 중병을 앓고 있다.
축구는 고교시절부터 앓아온 정신병일지 모르겠다.
축구부가 없었던 우리 학교에서 축구부를 만들어 유니폼을 만들어 입고, 학교 내에서 시합을 하다가, 도저히 상대가 될만한 팀이 없어, 다른 학교를 찾았다.
축구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강릉농고와 강릉상고 아이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학교 대표선수는 아니고 일반 학생들이었다.
전부 이겨 버렸다. 샌님 학교라고 깔 보던 녀석들이 자존심이 상했나 보다.
그것이 패싸움으로 이어졌다. 운동장에서 싸우다가, 정식으로 붙어보자고 결론짓고, 모산봉으로 올라가서 단체로 붙었다.
축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를 눌러버렸다.
그래도 포기 못한 상대는 2 차전을 제의해서 강릉중학교 운동장에서 또 한번 붙었다.
아마, 추석 전날 같았다.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었는데, 상대는 한놈도 보이지 않았다.
잔디밭에 앉아 있는데, 한 녀석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우리 몸을 난데없이 수색한다는 것이다. 의아해 하면서 몸을 맡기는 순간, 운동장 미루 나무 뒤에서 녀석들이 벌떼처럼 튀어 나왔다.
우리의 인원은 고작 6명인데, 녀석들은 20 명도 더되어 보였다. 손에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었다. 삽, 곡갱이, 낫, 심지어 장대에 낫까지 달고.....
그날 우리는 철저히 패했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축구 이야기를 하다가 엉뚱한 곳으로 새버렸다.
하여간, 축구는 그렇게 나에게는 어쩌지 못하는 애물단지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이강인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본다.
그 외의 K 는 벗어날 자신이 있다.
대신 나는 묵호 M 이다. M 은 곧 나 자신이다. 현재 내가 살고 몸담고 매일 만나고 숨쉬는 곳이다.
오늘 초저녁 M 의 거리는 밝아 보였다.
새벽의 M 은 어둡지만 초저녁의 M 은 그런데로 봐 줄만하다.
소개하고 싶은 M 이 있다.
우리마트 앞의 ‘한결축산’ 그리고 ‘피자는기가막혀’ 두 군데다.
둘 다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데,
‘한결축산’은 세 사람이 동업하는 거 같은데, 십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한결 같다.
항상 앞을 지나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기를 파는 곳에 음악이라니.
‘피자는기가막혀’ 도 역시 젊은이가 운영한다. 역시 10년도 넘은 것 같다. 처음에는 제대 군인이었는지 가게에 항상 군복이 있었고, 어느 날 부터인가 결혼을 했는지 젊은 여자가 같이 보였다. 흑미로 만든 피자가 한판에 6000 원이라는 믿어지지 않는 가격이다.
그리고 또 한군데, ‘까치분식’ 이다.
중앙시장 뒤에 있다. 발한 삼거리에서 묵호항으로 가다가 첫 번째 대로를 좌측으로 회전해서 10 미터 만 가면 된다.
잔치 국수 1000원 비빔국수 2000원 오뎅 5개 1000원 삶은계란 3개 1000원.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김치 대신 단무지를 준다.
조심할게 있다. 주인 여자가 사나워서 함부로 말을 걸면 안된다.
이상이 내가 M 으로 추천하는 것들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나의 M 들을 소개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