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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라이더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 플랫폼 종사자 사회적 보호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고 플랫폼 종사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노동법 보호의 범위 밖에 놓여 있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혁신 및 사회적 후생 증가 등을 두루 고려한다면, 기존 근로자-사업자 개념에 따른 이분법적 논의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본고에서 는 외견상 유사한 근무 형태를 보이더라도 거래 상대방인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 정도에 따라 보호수준을 달리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보이고 있다. 노동정책과 경쟁정책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Ⅰ. 플랫폼 노동의 확대와 사회적 보호 논의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얻고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 즉 플랫폼 종사자와 마주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매일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배달앱 종사자나 택배 기사, 고객의 위치를 알고 찾아오는 택시나 대리운전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청소 · 가사 · 돌봄 · 이사 · 수리와 같은 개인서비스나 IT · 디자인 · 번역· 금융과 같은 전문서비스 등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플랫폼의 중개나 알선을 통한 인적 서비스의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가 현재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 비정형 · 단기 취업이 많으므로, 통계적 정의에 따라 규모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꽤 분명해 보인다. 예컨대 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나 알선을 통해 일감을 얻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득을 얻은 적이 있는 자”의 수는 2021년 하반기 대비 2022년 하반기에 32% 증가했으며, 단순 정보제공을 넘어서 일의 배정에 관여하는 플랫폼의 경우로 한정하더라도 2021년 대비 2022년에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용노동부, 2021. 11. 18; 2022. 12. 27).
오늘날 플랫폼 노동은 그 범위와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플랫폼 종사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예컨대 EU는 2025년까지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가 2022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는 코로나19 기간 중 비대면 분야가 확장된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디지털 대전환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 가운데 기존 산업들이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점이 보다 근본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으며, 이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편익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특정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급속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고 플랫폼 종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분명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많다. 예컨대 디지털 플랫폼은 획득한 가입자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생각하지 못했던 편리함과 만족감을 주고 종사자에게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한다. 플랫폼이 창출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기존의 조직 내 상하관계나 근로 시간 및 장소의 경직성을 벗어나 높은 유연성을 가진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인식된다.
플랫폼 종사자 확대에는 긍정적 측면들이 많지만, 최근 여러 부정적 측면들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부정적인 측면들도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는 대부분 프리랜서 내지 독립사업자로 취급되어, 실제로는 근로자와 비슷하게 일하더라도 노동법의 규제나 사회보험 가입 의무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 근로자처럼 일하는데도 사업자로 취급받는 경우 플랫폼 종사자가 지나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플랫폼 기업이 기술 · 경영의 혁신이 아니라 순전히 노동규제의 회피, 소위 ‘규제 차익’에 의해 기존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부당한 결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플랫폼 경제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현재의 일부 분야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근로자에 가까운 플랫폼 종사자 외에 실제로 프리랜서나 독립사업자에 가까운 플랫폼 종사자라고 하더라도, 높은 수수료를 비롯하여 부당한 계약 취소 · 변경이나 소비자와의 분쟁 등 지나친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플랫폼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하기 위해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까지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몫이 지나치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특히 ‘오분류’를 둘러싼 법적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예컨대 긱(gig) 경제의 대표 주자였던 우버 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두고 각국 법원에 서 논쟁이 있었으며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실제는 근로자인데도 형식만 사업자로 취급하여 노동규제를 회피하는 ‘위장(가짜) 자영업자’ 고용형태가 있다면, 이는 해당 종사자의 권리구제뿐 아니라 규제 차익 축소 관점에서도 막을 필요가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사회적 보호 논의가 활발한데, 주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플랫폼 종사자가 처한 현실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여 ‘오분류’ 논의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접근은 ‘실제로 사업자’로부터 ‘실제로 근로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 위치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며, 자칫 과잉 규제로 인해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플랫폼 종사자 논의는 지난 외환위기 이후 활발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논의와 일면 유사해 보이지만, 시장구조가 판이할 뿐 아니라 플랫폼에 의한 서비스 혁신과 세계적 선점 경쟁은 이전에 없던 현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국내 플랫폼 간 경쟁 상황이 미국이나 EU 등 해외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양용현 · 이화령, 2021)도 고려사항 중 하나이다.
본고에서는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중심으로 하는 접근방식을 논의한다. 먼저 사업자와 근로자의 중간 영역에 위치한 플랫폼 종사자들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중심으로 실증분석을 수행하고, 다음으로 이들을 위해 어떤 방식의 사회적 보호 설계가 필요할지 살펴본다.
플랫폼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를 제공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Ⅱ. 플랫폼의 노동수요 독점력과 노동공급 탄력성
(기업의) 노동수요독점력(monopsony power)이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흔히 사용되는 (기업의) 독점력(monopoly power)과 대칭적인 개념이다. 기업의 독점력이 강할수록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산비용보다 높은 가격(mark-up)을 책정할 수 있듯이, 기업의 수요독점력이 강할수록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생산한 가치보다 낮은 수수료(mark-down)를 책정할 수 있는 힘이 커진다.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에 초점을 맞출 때 근로자 대상의 노동정책과 사업자 대상의 공정거래정책의 통합적 논의가 가능하다. 노동정책과 공정거래정책 모두 계약자 유의 원칙을 수정함으로써 계약체결자 간 실질적 대등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유사성을 가진다. 근로자성 논의에서 핵심적인 ‘전속성’이나 ‘경제적 종속성’ 개념 그리고 공정거래법의 ‘거래상 지위’나 ‘시장지배적 지위’ 개념 모두 ‘노동수요독점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 인정 여부와는 별개로 ‘노동수요독점력’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판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수요독점력의 실증적 정의와 측정을 통해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노동수요독점력이 높게 측정되는 분야일수록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클 것이며,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보호가 요구될 것이다.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에 초점을 맞출 때 노동정책과 공정거래정책의 논의를 포괄하면서도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중심으로 플랫폼 종사자의 상황을 살펴본다. 노무제공 플랫폼의 경우 크게 웹 기반과 지역 기반으로 구분되는데(장지연 외, 2020), 웹 기반 프리랜서 플랫폼의 주요 사례로서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상황을,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의 주요 사례로서 배달앱 종사자의 상황을 살펴본다. 물론 하나의 사례가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각각은 해당 범주 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는 데 유용하다.
두 가지 사례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노동수요독점력을 가늠하고자 한다.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의 경우 실제 공고와 지원에 관한 데이터로부터 노동공급 탄력성을 직접적으로 추정하고, 이를 통해 노동수요독점력의 정도를 판단한다. 배달앱의 경우에는 배달앱 종사자 설문조사와 함께 동태적 차원을 고려한 소비자 측면의 분석을 병행하여 배달앱 종사자-소비자의 양면에서 멀티호밍 현황, 플랫폼 간 전환의 용이성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노동수요독점력에 대한 함의를 제시한다.
웹 기반 프리랜서 플랫폼과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의 주요 사례로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과 배달앱 플랫폼을 살펴본다.
참고로, 노동수요독점력은 노동공급 탄력성과 역의 관계에 있으므로 노동공급 탄력성 추정을 통해 실증적 측정이 가능하다. 노동공급 탄력성은 노동의 대가가 낮아질 때 노동공급자가 얼마만큼 반응할 수 있는지의 정도를 의미한다. 노동의 대가가 낮아지더라도 노동공급을 쉽게 줄이지 못한다면, 노동수요독점력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경제에서의 노동수요독점력 논의는 일반적 논의와 구별되는 특수성도 존재한다. 특히 플랫폼 간 경쟁에서는 플랫폼의 독과점 여부나 시장집중도 외에도 소비자-공급자의 양면(혹은 그 이상의 다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동수요독점력은 노동공급 탄력성을 통해 실증적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플랫폼 경제에서는 보다 다양한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Ⅲ. 플랫폼 종사자 현황: (1) 웹 기반 플랫폼 -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먼저 웹 기반 프리랜서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력시장을 살펴본다. ICT 개발자 인력시장은 프리랜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관리의 어려움과 빠른 기술변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으로 인해 외부 전문기업이나 전문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이승렬 외, 2019). 특히 각 기업의 특수한 수요에 따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시스템 통합(SI)분야에서 프리랜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ICT 분야 프리랜서의 경우 특정한 일의 완성을 요구하는 도급계약 형태(외주)로 작업이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개발자가 발주사에 가서 근무하거나 원격 근무하는 형태(상주)도 가능하다. 상주 형태 계약의 경우 일정한 계약기간 동안 일반 회사원처럼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기간은 평균 3~4개월 정도로, 짧으면 1일부터 길면 1년 이상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상주 형태 계약을 대상으로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추정해 보았다. IT 분야 대표 플랫폼의 한 곳에 게시된 온라인 프로젝트 공고 상황을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 웹 스크래핑(web scrapping) 방식으로 매일 수집하여 데이터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인당 월소득에 따라 빈 일자리 지속기간이 얼마나 반응하는지, 즉 제시된 소득액이 감소(증가)할 경우 빈 일자리 지속기간이 얼마나 크게 증가(감소)하는지 추정하였다. 이러한 소득액 변화에 따른 빈 일자리 지속기간의 반응 정도는 노동공급 탄력성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표 1>에 나타나듯이 1인당 월소득이 높아질수록 빈 일자리 지속기간은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특성, 개인 특성 및 기업 특성 등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1인당 월소득 1% 증가 시 빈 일자리 지속기간(일)이 0.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계약들이 섞여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업무나 부문, 프로젝트 규모, 지역이나 재택근무 여부 등의 변수들을 통제하고 나면 추정치가 훨씬 커지며, 특히 업체(시행사) 고정효과까지 통제하고 나면 1에 가까운 추정치를 얻는다.
기존 문헌에서 노동공급 탄력성 추정치의 평균은 1 근처이므로(예: Webber, 2015), 국내 ICT 프리랜서 플랫폼의 수요독점력은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의 평균적 사용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해외 온라인 기반 플랫폼의 노동공급 탄력성 추정치(예: Dube et al., 2020)에 비해서는 5~10배 큰 값으로, 국내 ICT 프리랜서 시장에서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은 기존의 우려만큼 강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 결과는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성이 높을 수 있는 상주형태 계약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계약의 보호 차원을 넘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적어도 현재까지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
의 역할은 정보제공과 거래 중개에 머무르고 있으며, 복수의 플랫폼 간 의미 있는 경쟁
이 존재하고 있다.
ICT 개발자 플랫폼에서의 상주 형태 계약과 관련하여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노동시장 수준으로 추정되었다.
Ⅳ. 플랫폼 종사자 현황: (2) 지역 기반 플랫폼 - 배달앱 종사자
다음으로 지역 기반 플랫폼의 대표적인 사례로 배달앱 시장을 살펴본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음식 서비스 거래액 규모는 2019년 9.7조원에서 2022년 26.6조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배달앱 종사자의 근로자성 문제는 일찍부터 논의되어 왔는데, 이는 본고의 관점에서 는 배달앱의 노동수요독점력이 높을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앞서 살펴본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과 달리, 배달앱은 단순 중개에 머무는 플랫폼이라 보기 어렵다. 배달앱 플랫폼들은 라이더의 보수와 근무 여건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외견상 배달앱이 라이더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배달앱 시장은 세 개의 주요 배달앱이 경쟁하고 있어 플랫폼 간 경쟁이 시장 지배력의 행사를 제약하고 있을 수 있다. 즉, 특정 배달앱 플랫폼이 타 경쟁 플랫폼들 과 다른 보수 및 근무 여건을 결정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플랫폼의 영향력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플랫폼 경제의 양면에 위치한 소비자들 과 배달앱 종사자들이 얼마나 쉽게 다른 배달앱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또는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와 배달앱 종사자 각각의 측면에서 이용 결정과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배달앱들이 소비자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과 경쟁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국내 소비자의 앱 선택에 관한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국내 소비자의 배달앱 이용행태를 조사한 패널 데이터는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경쟁 상황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배달앱 시장의 경우 배달앱 종사자와 소비자 양면 모두에서 플랫폼 간 경쟁 양상을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여러 앱을 동시에 이용하는지(멀티호밍) 여부와 그 이유, 플랫폼 간 전환의 용이성이 중요한 관심사이다.
세 개의 주요 배달앱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앱 선택을 살펴보면, 2020년 하반기 이후 총 이용자 수의 증가와 복수 배달앱 이용(멀티호밍) 비중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그림 1). 멀티호밍 이용자를 중복 집계하지 않도록 조정한 총 이용자 수는 2019년부터 계속하여 증가하였고, 특히 2020년 하반기 이후 빠르게 증가하였다. 이 시기 소비자의 멀티호밍 비중도 기존의 약 40% 수준에서 60% 이상으로 빠르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후발업체인 쿠팡이츠가 빠르게 확대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수도권에서 이러한 변화가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
한편, (주요) 배달앱의 시장집중도 지수(HHI)는 2020년 이전에 4,000을 넘을 만큼 매우 높은 수준이었지만, 2020년 하반기 이후 빠르게 하락하였다(그림 2). 물론 여전히 시장집중도가 낮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집중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기준인 2,500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에서 이러한 변화가 먼저 나타났고, 비수도권에서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
다음으로 배달앱 종사자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지난 1년간 배달 라이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KDI 설문조사(2022년 9월)에서는 배달앱 종사자가 복수의 플랫폼을 이용하였는지 여부 및 타 플랫폼으로의 전환비용 등을 자세하게 질문하고 있어 기존 조사에 없던 정보를 제공한다.
플랫폼 이용 유형은 크게 이동자와 비이동자로 나눌 수 있으며, 이동자는 복수 플랫폼 이용자와 전환자를 포함한다. 조사된 배달앱 종사자의 약 47% 정도가 2개 이상의 배달(대행)앱을 동시에 이용(멀티호밍)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14% 정도는 한 시기에 하나만 이용하였지만 전환하였다(싱글호밍/전환)고 답했다. 나머지 40% 정도는 1개의 배달(대행)앱만 이용(싱글호밍)하였다고 답했다(표 2).
소비자 측면에서는 후발업체의 진입과 배달앱 간 경쟁의 확대로 멀티호밍 경향 증가와 시장집중도 하락이 관찰된다.
이용 유형의 이유에 관한 설문 결과는 소비자 측면에서의 배달앱 간 경쟁과 달리 라이더를 확보하기 위한 배달앱 간 경쟁이 그다지 치열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이화령 · 한요셉, 2022). 예컨대 멀티호밍의 이유로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응답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는 동기가 비자발적임을 시사한다. 싱글호밍의 이유로는 ‘여러 앱 사용의 복잡함 및 불편함’과 함께 ‘단일 플랫폼 이용 시 보너스/혜택’의 응답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자연적 혹은 인위적 전환비용의 존재를 시사한다. 이 경우 높은 소비자 수요가 있더라도, 종사자 근무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배달앱 종사자의 근무 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가 상당 부분 확인된 다. 비록 일의 배정, 근무시간의 결정, 대기 시간의 활용 등에 있어서 앱의 통제 정도는 낮음에도 불구하고, 배달앱 종사자의 약 71%는 자신이 일하는 형태가 임금근로에 가깝다고 응답했다(표 3). 물론 이는 주관적 응답으로 객관적인 상황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배달앱이 보수 수준을 결정한다는 응답 비중이 높고, 평점이나 후기와 같은 업무 수행 평가 시스템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표 3). 이와 관련된 세부 응답 결과는 업무 수행 평가에 따라 일거리 제한이나 계정 정지 가능성이 상당함을 시사했다(이화령 · 한요셉, 2022).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배달앱의 노동수요독점력이 높다는 우려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약화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된다. 특히 소비자 측면에서 바라보면 후발업체 진입으로 시장집중도는 완화되고 멀티호밍 비중이 증가하는 등 플랫폼 간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배달앱 종사자(라이더) 측면에서 바라보면, 불충분한 소득으로 인한 비자발적 참여 내지 상당한 전환비용 등의 이유로 플랫폼 간 이동에 제약이 있어, 플랫폼 간 경쟁이 라이더의 근무 여건 향상으로 쉽게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비록 일거리나 근로시간 선택은 자유롭더라도, 사후적 평가나 업무 배정 알고리즘 등을 통해 상당한 통제도 받는 상황이다.
배달앱 라이더는 자신을 임금근로자로 보는 비중이 높았다. 일의 선택이나 근로시간의 유연성은 높았으나, 업무 수행 평가에 따른 사후적 통제도 상당하였다.
Ⅴ. 결론 및 정책제언: 플랫폼의 노동수요 독점력 기반의 사회적 보호 설계
지금까지 국내 플랫폼 종사자 보호 논의는 주로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러한 논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냐 사업자냐 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현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하기 어렵고 대다수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의미있는 보호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본고에서는 먼저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 관점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웹 기반 프리랜서 및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 각각의 주요 사례에서 노동수요 독점력을 실증적으로 살펴본 결과, 웹 기반 프리랜서 플랫폼에 해당하는 ICT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의 경우 노동수요독점력의 추정치는 일반적인 노동시장 수준에 머물러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반면, 지역 기반 노무제공 플랫폼에 해당하는 배달앱의 경우 배달앱 종사자들에게서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나 플랫폼 간 전환의 어려움 등이 관찰되어 높은 노동수요독점력을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최근 플랫폼 간 경쟁 및 소비자 멀티호밍도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플랫폼 분야마다 경쟁 상황이 다르고 플랫폼 종사자 보호의 필요성도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과소 혹은 과잉 규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각 분야마다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이 다를 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쟁 상황이 변화하는 등 각 분야 내에서도 노동수요독점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에 의한 혁신을 허용하면서도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적 보호를 제공하려면,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한다는 목표하에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플랫폼 간 경쟁 촉진만으로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공정거래정책과 협상력이 열악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정책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도 요청된다.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지위에 있는 경우, 플랫폼 종사자를 일단 사업자로 바라보되 해당 플랫폼의 수요독점력을 측정하여 사회적 보호의 수준을 비례적으로 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만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독점력이 측정되거나 그러한 정황이 합리적으로 추정될 경우, 당국의 검토를 거쳐 개입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물론 상황이 변화한다면 개입 수준을 다시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수요독점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판정되면, ‘거래상 지위’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아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준은 플랫폼 종사자뿐만 아니라 노무제공자 전반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지만, 플랫폼의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독점력을 추정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에 보다 적합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에 의한 혁신을 허용하면서도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실효적 보호를 제공하려면,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을 낮추거나 그 남용을 억제한다는 목표하에 유연하고 통합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알고리즘 투명성 규제도 수요독점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알고리즘 투명성 규제는 자사우대와 관련하여 논의된 바 있는데, 예컨대 구글이나 애플의 앱마켓에서 검색 순위와 관련된 앱 개발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국내 모빌리티 앱에서도 자사우대 관련 논쟁이 전개된 바 있다. 수요독점력이 높을수록 더 높은 알고리즘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는데, 예컨대 업무 배정에 관한 자동화된 결정에 대해 사람이 사후적으로 검토하고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포함하여 핵심사항에 대한 플랫폼의 설명의무 부과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시대 알고리즘에 대한 안전성 확보(‘guardrail’) 차원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플랫폼 간의 경쟁은 플랫폼 종사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통해 보수를 포함한 근무 여건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통적 경쟁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만, 플랫폼 간 경쟁이 있더라도 플랫폼 간 종사자의 이동성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는 개별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이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플랫폼 내지 임금근로로 이동하는 제약을 적극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이 강한 상황에서 멀티호밍 금지 혹은 최혜대우 조항 등을 제한하거나 데이터 이동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노동정책까지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논의하자면, 관행적으로 계약서에 포함되는 겸업 및 경업 금지 약정의 효력 인정을 보다 엄격하게 하거나 해당 약정의 미포함을 권장하고, 플랫폼에 축적된 각 종사자의 업무 수행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이동할 수 있게 하거나 경력증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플랫폼 간 경쟁 촉진이나 사업자 기반의 공정거래정책만으로는 종사자 개인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노무제공자 전반에 걸친 기초적 보호도 필요하다. 예컨대 안전 · 보건과 관련된 규제나 재해보상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 보호는 인적 서비스의 특성상 최소한의 인권 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노동수요독점력에 대한 최소한의 제약으로 도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보호를 ‘플랫폼 종사자’에게만 적용한다면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노무제공자 전반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최소보호 수준이 너무 높게 설정된다면 국내 플랫폼 경제를 지나치게 위축시키거나 규제 사각지대(예: 해외 플랫폼)에서의 부당한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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