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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통합-2>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 썼던 <최악>이라는 글이 삭제됐다는 경고가 떴다. 빡침이 그대로 드러나있기는 했겠으나 무슨 욕설이나 폭력적인 표현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뭔 삭제람... 하고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앞으로 어지간하면 빡쳐서 어떤 글을 쓴다거나, 어떤 시각으로든 다른 분들을 빡치게 할 수 있는 글은 자제하려고 하던 차였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냥 안 넘어간다고 해도 방법이 없기도 하다.)
어제 썼던 다른 글은 <화합과 통합>에 대해 조금 더 얘기를 해볼까 한다.
보통 정치적으로 '통합'을 내세울 때는 용서해서는 안되는 누군가를 법적으로 사면해주는 걸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성격의 사면을 하면서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그렇지 그게 통합의 어떤 조건인지도 의심스럽고, 더군다나 통합이라는 것이 그런 형태의 사면이나 대립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인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선 기간 동안의 선거 구호가 '국민통합'이었다.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면 기득권과 대차게 싸우면서 확 다 쓸어버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하고, 반대 쪽에서는 진짜로 그럴까봐 죽어라 죽어라 했던 것인데, 그런 노무현의 구호가 '국민통합'이라니 그때는 정말 뜨악했고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를 거치는 동안,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민통합'이란 게 저들과 사이좋게 오손도손 꽁냥꽁냥 잘 지낸다는 그런 게 아니라, 싸우든 토론을 하든 경쟁을 하든 서로 말이 되고 얘기가 되는 공통적인 인식과 사고의 토대를 공유하는 그런 걸 말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광주에서도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고 대구에서도 콩인..."이라는 말에서처럼, 예를 들어 '평화'라는 말이 어디서는 분쟁하지 않고 격돌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어디서는 상대를 절멸시켜 분쟁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버리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는 식의 괴리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게 '통합'이 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어떤 바람직한 형태의 통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 가치가 있겠지만 이 사태를 통해 최소한 헌법과 법치에 대해, 단순히 의견이 다른 차원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려는 쪽과 파괴하려는 쪽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헌법을 파괴하려는 자들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엄정한 처벌과 배제의 대상이라고 봐야하고, 그들을 배제한 세력과 구성원 간에는 다른 부분의 의견과 지향이 모두 다르더라도 '헌법 수호'라는 가치에 대해서는 강고하게 합의하고 공유하는 차원의 '통합'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그런 게 가장 근본적인 의미의 통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주장해왔던 '공통 공약의 우선 추진'도 통합의 실질적인 방편이 될 수 있다. 통합의 상대 개념인 '분열'의 양상에 있어 단지 의견과 지향이 다른 것을 넘어서서,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하겠다고 내뱉었던 말도 민주당이 한다고 하면, 혹은 상대방이 한다고 하면 호떡 뒤집듯 뒤집고 절대 안 하려고 버티며 깽판을 놓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공통 공약의 신속 추진'은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국힘은 쌩까기로 일관하다가, 대선 후 2년 반이 지난 작년 10월에 이재명-한동훈 회동을 통해 반도체·AI 산업 지원법안, 저출생·고령화 대책,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지구당 부활 등 정당 개혁 방안 등을 의제로 하는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를 출범시켰고, 그 중 몇 가지는 입법화까지 이뤄내기도 했다. 그러다 한 달 남짓 뒤에 내란을 저지르는 바람에 무산됐다.
'통합'이라고 하면 내란 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것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란의 엄정한 처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통합은 언젠가 윤석열을 사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니라(생각만 해도 끔직함) 헌법과 민주주의의 수호, 그리고 대선 공통 공약의 신속 추진과 같이 '합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의 경계를 넓혀나가는 것이 통합의 본질적인 의미이며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