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결과는 포항 U-18팀인 포철공고가 제주 U-18팀인 서귀포고에 3:1로 이겼구요.
서귀포고 입장에선 경기 시작하자마자 포철공고가 코너킥을 얻었는데 평범한 볼을 서귀포고 골키퍼가 잡다가 미끄러뜨려서 자책골을 넣은 게 경기 끝날때까지 아쉬웠겠네요. 경기 끝나고 박승수 골키퍼가 너무 서럽게 울던데.. 사실 1:1 동점상황에서 허용한 결승골도 막기 어려운 볼은 아니었구요. 후반 추가시간에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공격가담했다가, 하프라인을 넘지 않으면 오프사이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룰을 이용한 포철공고의 역습에 무너진 쐐기골은 논외로 치더라도...
역시 기대처럼 많은 서귀포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서귀포고가 90년대 후반쯤부터 제주축구의 강자로 군림해 왔지만 백록기 결승은 올해가 처음이었거든요. 서귀포고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응원하러 온 것은 물론이고, 동문들을 비롯한 많은 축구팬들이 E석 1층을 가득 메워 주었습니다. 평일 3시 경기에 이 정도 관중이 모였으니, 예전처럼 결승전을 야간경기로 치루었으면 정말 대박이었겠네요.
확실히 느낀 건 양 팀 경기력이 기대를 훨씬 초월했다는 겁니다. 군입대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서 2007년 이후 백록기를 관전하지 못했는데, 그 3년 사이에 고교축구 수준이 정말 환골탈태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들의 미세한 기본기 하나하나에서부터 톱니바퀴처럼 이어지는 패스플레이까지... 약간 오바하자면, 우리나라 고교축구도 성인축구와의 격차를 거의 좁혔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처럼 유소년 레벨에서 특출난 선수들은 바로 성인팀으로 올라가는, 그런 시스템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 동안 한국축구 전반의 발전속도에 비해 고교축구의 발전속도가 느렸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인프라 확충 및 주말리그제의 시행으로 고교축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습니다. 특히 어제 결승전에서 맞붙은 양 팀처럼 프로팀 유스로 지정된 팀들은 더더욱요. 이건 축협을 백 번 칭찬해도 됩니다.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아 보자면, 서귀포고 선수들 위주로 봤는데 오른쪽 풀백인 8번 김현석,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 4번 장은규 두 선수는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한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풀백임에도 활발한 오버래핑을 선보이고 동점골까지 기록한 김현석의 플레이는 마이콘을 연상시키게 하더군요. 장은규는 작은 체구에도 중원 전지역에서 활발히 뛰어다니며 공격형 미드필더 13번 김선우와 함께 전반 내내 미드필더를 완전히 장악했구요. 기대했던 김상원-김세훈 투톱은 상당히 실망적이었습니다. 특히 김세훈은 전반전에 노마크 역전 찬스를 관중석으로 날려보내 버리고 결국 후반 도중에 교체아웃됐습니다. 김상원은 풀타임을 뛰긴 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구요. 포철공고 선수 중에선 역시 플레이메이커 10번 손준호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아무튼 확실한 건, 제가 관전한 고교축구 경기 중에서 (대기고가 이긴 경기 빼고)가장 재밌는 경기였고, 가장 수준높은 경기였고, 유니폼에 쓰여진 학교이름만 빼고 보면 K리그 제주:포항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엄청난 경기력이었습니다. 만약 제주도 축구팬들 중에 어제 월드컵경기장에 올 수 있었는데 안 온 분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셔야 될 겁니다.
첫댓글 손준호 진짜 기대된다. 카카 처럼 되는게 목표라던데.
2년 중등부에서도 공동 최우수선수상을 받았었고 [ 1명은 울산현대고에 갈지웅 ] 일듯 ㅎㅎ
http://u18.kleague.com/cs/gateway.aspx
난 백록기 경기 죠낸많이 봐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