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180〉
■ 고풍 古風 (신석초, 1909~1976)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 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회관(花冠)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龍簪)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 1971년 <시문학> 7월호(창간호) 수록
*요즈음은 주변을 둘러봐도 한복을 입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우리들에게 한복은 민속촌이나 무슨 행사장 또는 결혼식이나 칠순 등 특별한 날이나 설, 추석 같은 명절에 잠깐 입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선지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의 자태는 더욱 아름답고 단아하게 비쳐지는군요.
이 詩는 이렇듯 한복을 입은 여인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태에 대해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여 유려하면서 간결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즉, 시인은 아침에 일어나 전통적인 의상과 머리 장식을 새로이 하고 말없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난간에 서 있는 여인의 우아한 모습을 한 폭의 동양화를 보듯 은은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용잠(龍簪)은 비녀를 말합니다.
좀 더 자세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여인을 보는 시선이 상하로 움직이면서 점점 부분에서 전체로 확대됨으로서 전통적인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겠습니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