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이런 날이 있었다.
허리가 교보문고를 갔다가 커피한 잔 할 여유를 호소하길래 집에 있다가 종로로 가는 길이었다. 34-1번 버스를 타야했지만. 나는 34번을 타버렸고 버스타고 조금 지나서 -수습할 충분한 여력이 있었을 시기에- 이 버스가 종로에 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고 명동에서 내렸다.
언뜻 명동에서 종로가기보다 어려운 일이 별로 없을 듯 하지만, 명동에서 종로를 잘 찾아가기란 사실 한번에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고난도의 기술을 요한다.
명동에서 361을 탄 야한달은 종로.종로를 맘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방송을 듣고 있었지만. 어느새 이화동. 다음이 방통대 앞이었다. 당황한 야한달은 뜻하지 않게 대학로까지 갔다가 길을 건너 종로가는 222번을 타고소야 간신히 종로에 도착했다.
오늘은 이런 날 이었다.
오늘 역시 교보문고에서 씨네 21을 사고 장 자끄 쌍페의 책을 `본의 아니게` 훔친 허리와 잠실에 있던 야한 달은 이번엔 야한 달에게 절실했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찾고자 종로에서 만나기로했다.
야한 달이 가야할 곳 : 종로 3가의 씨티오브 에스프레소.
야한 달이 잠실에서 출발한 시각 : 8시 06분.
야한 달이 세운 야한 달의 경로 : 잠실역에서 지하철 탑승. 교대역에서 3호선을 갈아타고 종로 3가에서 내리기.
정거장수 : 18개.
예상 소요시간 : 약 40분.
예상 도착시간 : 약 8시 40분.
miss 1.
지하철에서 허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잠시 가방정리를 하고 저장된 문자들을 지우는 사이 교대역을 지나치다.
여유있는 야한 달의 반응 : 어라.. 할 수 없지 사당에서 내려서 4호선타고 서울역 가서 1호선 갈아타고 종로3가에서 내려야지..
사당에서 무사히 내렸으나 갈아타는 곳 찾지 못해 나가는 개찰구까지 갔다가 다시 지하로내려오는 수고를 범했으나 평소 ㄹ,ㅁ,ㄷ,ㅇ 걷기에 익숙한 야한 달은 평이한 길찾기라고 생각함.
miss 2.
사당에서 4호선을 타고 덜컹덜컹 열심히 가던 중. 갑자기 핸드폰 게임이 하고싶어져서 푸시푸시를 하다가 과도하게 승부에 집착한 결과. 고개를 들어보니 서울역이었으나 지하철 문이 닫힘.
조금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야한 달의 반응 : 우씨. 뭐가이래. 어쩌지?
순간. 예전의 어느 날 명동에서 종로에있는 허리를 만나러 간 일을 기억해냄. 그 날의 어려움들은 까맣게 잊고 종로를 갔다는 것만 기억해냄.
기억의 간사함.. 고생의 시작.
miss 3.
명동에서 내려 또 이상한 출구로 나온 야한 달.
버스 정류장에서 최장거리 출구로 용케나와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감.- 지상과 지하를 잇는 ㄷ자 걷기의 발견.
명동에서 지난 번과 똑같이 또 361 버스에 탑승. 실수를 깨닫고 한정거장 가서 하차.
남은 돈 2000원.
퇴계로 3가.
비오고 바람 심한 날씨.
종로의 높은 벽 앞에 결국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하며 눈물이 앞을가림.
핑클이 말한 우산속에 내리는 비가 무엇인지 알았음.
허리에게 전화해서 `허리야 나 더는 못가겠어. 나 집에 갈께.` 라고 말했으나 허리는 택시타고 오라고 했고. 2000원을 손에 꼭 쥐고 2000원이 넘질 않기를 바라며 조마조마한 맘으로 단 5분만에 종로 3가에 도책했다.
실제 소요시간 : 1시간 24분.
야한 달 도착시각 : 9시 30분.
예상치 못한 지출 : 1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