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하면 떠오르는 말은
여유,
커피,
간단한 샐러드와 버터향이 풍기는 빵요리,
세련되고 우아한 장소,
등등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엔 카페에도 웬만하면 브런치 메뉴가 다 있다
사실 브런치란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오전식사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그야말로 세끼식사의 개념을 깬 식사법일 뿐인데
언제부턴가 브런치 하면 서양식의 메뉴가 떠오르는 고정관념이 되어버렸다(나만 그럴 지도)
오늘 토요일이니 짠딸의 늦잠을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안방에서 브런치 메뉴를 정해놨다
느지막이 잠에서 깬 짠딸과 브런치를 먹으러 향한 곳은?
하하하
전통수제비집이다
터미널 근처에 있고 오래된 식당인데 그야말로 주차장도 달리 없고 건물 앞에 서너 대 댈 수 있는 건물이기에
우리 집에서의 거리도 그렇고 주차의 어려움이 있어 자주 가진 않는데
가끔 이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특히 이 집의 수육은 부드럽고 맛이 좋다
3명이면 중으로 시켜도 된다는데 우린 대자로 시켜 푸짐히 먹는 스타일이다
주인은 그러면 수제비는 2인분만 시키라고 권한다
워낙 인심이 후해 3인분 같은 2인분이 나온다
수육을 게눈 감추듯 먹고 이어서 나온 수제비를 음미하기 시작한다
수제비는 잡맛이 없고 상호 그대로 전통적인 맛이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것 같은 전통의 맛이다
수제비 반죽도 어찌나 쫄깃거리는지 식감까지 일품이다
젓가락으로 건져먹는 칼국수에 비해, 숟가락으로 떠먹는 수제비는 국물까지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더 배가 부른 지도 모르겠다
이 많은 양을 언제 다 먹었지?
그릇이 텅 비어 가는 것을 본 주인이
"밥 드릴까?"
셋이서 동시에 도리도리.
브런치 메뉴의 정석을 깨버린 것 같은
투박한 브런치 메뉴 '수육과 수제비'가 좀 우습기도 하지만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으니
브런치의 의미엔 충실하지 않았나요?
주차장 부족으로 차를 멀리에 대놓은 남편이 차를 가지러 가며 기다리라고 한 장소가
하필 요구르트 아줌마의 전동카가 서 있는 곳이다
우리 하나씩 마시자
아마도 멋진 손흥민이 우릴 유인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