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소년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꼬마 스타’인 대런 베이커가 공식 인터뷰에서 ‘코리안 빅맥’ 최희섭(24)을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다. 5일(한국시간)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커브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경기에 행사 진행자로 초대된 대런은 행사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최희섭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WGN-TV의 아나운서인 칩 캐리가 “이제 커브스의 팬이 됐는데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것이 어색했던지 모든 질문에 “네”라고만 짧게 대답하던 대런은 또렷한 발음으로 “희섭”이라고 대답했다. 최희섭이 ‘아이들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최희섭과 대런이 친해진 것은 지난 3월 스프링캠프에서다.
부인 멜리사와 아들 대런 등 베이커 감독의 가족이 메사를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대런은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오는 최희섭에게 달려가 음료수를 전해주는 등 호감을 나타내면서 금방 친구가 됐다.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최희섭도 그를 조카처럼 아끼면서 함께 장난을 치며 놀았다.
대런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샌프란시스코의 배트보이로 활약하면서 깜찍한 행동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홈플레이트로 돌진하는 선수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연출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대런 베이커 룰’(배트보이의 나이제한을 14세로 정한 것)을 만들도록 한 주인공이다.
대런은 7회초가 끝난 뒤 WGN-TV의 중계부스에서 진행되는 ‘나를 야구장으로 데려다줘’(Take Me Out To The Ball Game)의 지휘자(conductor)가 돼 노래를 불렀다. 3만7000여 관중은 모두 일어서 홈플레이트 뒤쪽 스탠드 상단에 있는 중계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란 커브스 모자를 쓰고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그는 흥에 겨워하는 관중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 모습은 WGN-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대런은 아버지 못지않은 유명인사답게 행사를 마친 뒤 공식 인터뷰를 했다(그는 시카고 지역 한 아동복 회사의 전속모델로 개인 명함까지 있다).
미디어 휴게실에서 신문과 방송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면서 최희섭을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밝혀 ‘최희섭’이라는 이름 석 자를 미국 전역에 알리는 ‘홍보대사’ 구실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