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 쇠날
[여는 잔치 인사말]
반갑습니다.
스무 번째 여는 잔치(맑은샘 이름으로 열여덟 번째)를 다 함께 축하해요. 아직도 날이 차갑지만 봄이 오고 있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란 말처럼 봄의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람입니다. 우리 푸른샘 식구들과 새식구들을 맞이하는 여는 잔치를 할 때마다 민간의 힘으로 교육기관을 세우고 20년째 행복한 교육을 실천해온 맑은샘교육공동체의 역사를 떠올립니다.
한국 사회에서 맑은샘학교 처럼 작은 대안교육기관 학교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은 아직도 용기가 결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교육을 인연으로 아름다운 교육공동체를 가꾸며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작은 학교는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임을, 행복한 미래교육임을 말씀드립니다만 살아가다 보면 부족함과 불안함도 있을 것이고 잘 한 선택인지 생각할 때도 있겠지요. 그럴 때마다 교육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교육의 앞날을 열어가요. 함께 가면 길이 된다고 하듯이 우리가 가는 길이 행복한 교육의 길입니다.
해마다 작은 학교 맑은샘교육공동체 여는 잔치는 늘 특별합니다. 푸른샘 1학년 승주, 시현, 윤건, 푸른샘 식구들을 정말 뜨겁게 환영합니다.
푸른샘 1학년 승주, 시현, 윤건 !
푸른샘 어린이 여러분! 학교를 오가며 이미 맑은샘을 경험했지만 우리 맑은샘학교는 말하는 사람 눈을 보고, 귀 기울여 듣고, 부드럽고 뚜렷하게 말하기와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함께 살기 공부가 가장 중요하답니다. 처음이니까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탁하면 맑은샘 식구 모두가 친절하게 도와줄 거랍니다. 우리 맑은샘학교 푸른샘 1학년으로 재미나게 살아요.
여는 잔치의 주인공인 푸른샘 식구들과 푸른샘 1학년 선생님, 그리고 새로 편입학하는 어린이들과 식구들도 뜨겁게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
여는 잔치 때마다 해마다 하는 말을 또 같이 나눕니다. 맑은샘교육공동체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말이고 스스로에게 하는 말로 해마다 새기고 있습니다. 푸른샘 1학년 학부모님들과 맑은샘교육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실천해 봐요.
첫째. 어린이들을 믿어주세요. 어린이들의 실수와 잘못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지 말고, 정직한 어린이 마음을 믿고 기다려주시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맡겨 스스로 자라도록 도와주십시오. 부모와 교사를 자라게 하기 위해 온 어린이들의 사심 없는 마음을 굳게 믿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둘째, 맑은샘교육공동체를 함께 가꿔주세요. 우리는 살아온 역사가 다른 사람들입니다. 내 아이를 우리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시인의 말을 들어보실 겁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가정환경과 교육관으로 살아온 사람임을 인정하고 소통하며 어린이 삶을 가꾸며 다 함께 자라는 맑은샘교육공동체의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함께 마을과 과천, 우리나라 교육을 함께 가꿔갑시다.
셋째, 교사들을 믿고, 교사들을 사랑해주세요. 대안교육기관을 선택하신 우리 학부모님들의 용기와 교육에 대한 열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 삶을 가꾸며 함께 자라는 교사들이기에 많이 부족합니다. 교사들의 말과 행동이 서투르고 부족하더라도 선생님들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흔들려서는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넷째, 우리말과 글을 살려 쓰고 바로 쓰는데 애써주세요. 기후위기와 코로나 같은 감염병 시대, 어린이들의 앞날을 위해 지구인으로 함께 살기 위한 애씀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또한 마을 속 작은 학교 식구로 마을을 가꾸는데 함께 해주세요. 부모님들의 관심과 실천이 삶을 위한 교육으로 어린이 삶을 가꾸고 살찌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맑은샘학교 교육 철학으로 삼는 이오덕 선생님 말씀을 읽고 마치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워 가는 일"이 교육이다. 첫째는 몸에 병이 없는 사람, 둘째는 사람을 슬기롭게 하는 지식을 가진 사람, 셋째는 사람다운 넉넉한 감정을 가진 사람, 넷째는 도덕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가정교육의 기본은 아이들이 먹고 쓰고 놀고 한 결과가 자연을 해치거나 더럽히지 않도록 하는 삶을 몸에 배게 하는 일이고 무엇보다 먼저 학부모님들이 앞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올바른 자녀교육의 길은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이니 ‘지능학습’이니 해서 너무 일찍이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가정교육에서 첫 번째 할 일은 온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배달말을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다. 부모들이 한자말, 일본말, 영어말 찌꺼기에 물들지 말고 우리의 살아 숨 쉬는 일하는 사람들의 깨끗한 생활 말을 가르쳐야 한다.”- 이오덕
고맙습니다.
2024년 3월 1일
맑은샘학교 교장
전정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