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아프가니스탄의 황금'을 구경했다.
전시물은 약 1,400 점이 된다는데, 소품 위주이고 새끼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하트 모양 꾸미개와 같은 군집 전시물이 포함된 관계로 전시물 숫자는 많았지만 전체 전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또 아프가니스탄 전시 관계자가 중앙박물관측에 관람객의 사진촬영 금지를 요청하여 전시물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전시물에서 고대 동서 문명의 교류 흔적을 직접 볼 수가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구경을 했다.
전시물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의 아이하눔 지역에서 발굴된 진흙을 구워만든 기와장식이 있었다. 지붕의 숫기와 끝에 장식용으로 설치하는 마구리 장식기와였는데, 우리나라 한옥의 수막새에 해당하였다. 기와 문양은 고대 그리스 문양으로 잘 알려진 종려나무 잎사귀 문양, 일명 팔메트 (palmette) 문양이었다.
테라코타 마구리 장식기와 (기원전 3세기, 아프가니스탄 아이하눔 출토); 국립중앙박물관 발행 도록
고대 그리스 건물 지붕의 마구리 기와장식 (막새)
다양한 형태의 팔메트(Palmette) 문양
주로 건물의 벽면이나 기둥을 장식하는데 사용되었던 팔메트 (Palmette) 문양은 마구리 기와장식(막새) 문양으로도 사용되었다. 팔메트 문양은 흔히 고대 그리스 문양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이보다 앞선 문명이었던 신 바빌론 제국과 같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사용되었다. 현대 사회였다면 상표등록해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을텐데.... ^^
마구리 장식기와(막새)의 문양으로는 팔메트 이외에도 고르곤(메두사) 얼굴상도 흔히 사용되었다.
고르곤 얼굴 문양은 장군의 전투용 흉갑, 건물의 정면 상단부의 삼각형 박공을 흔히 장식하였다. 윗 사진은 진흙을 구워 만든 막새인데 고르곤 얼굴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도깨비 문양 기와처럼 부정한 것을 막는 액막이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고대 그리스 문양으로 잘 알려진 팔메트 문양이 우리나라 승탑에서도 관찰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의 황금 구경을 마치고, 국립중앙박물관 정면 뜨락에 놓여 있는 승탑 구경을 했다. 박물관 정면에 몇 기 전시되어 있어서 박물관 구경을 갈 때마다 바라 본 것이지만 오늘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찬찬히 둘러봤는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승탑의 귀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 귀꽃은 석등과 승탑의 지붕돌이나 연화 하대석을 장식하는데 사용되었는데 그 모양새가 매우 독특하여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강원도 원주 흥법사터 진공대사 승탑 (고려초, 940년): 하대신라 신덕왕과 고려 태조(왕건)의 왕사(王師)를 지낸 진공대사 충담의 묘탑인데, 연화 하대석을 장식했던 귀꽃은 모두 부러져 없어지고 지붕돌에만 남았다.
그런데 방금 아프가니스탄의 황금전에 전시되었던 팔메트 문양의 막새를 봐서 그랬는지, 이 귀꽃 모양이 고대 그리스 문양인 팔메트 문양을 무척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왼쪽 사진) 고대 그리스 팔메트 문양, (오른쪽) 강원도 원주 흥법사터 진공대사 승탑의 귀꽃(막새)
(왼쪽 사진) 고대 그리스 건축 지붕의 막새 (팔메트 문양), (오른쪽) 강원도 원주 흥법사터 진공대사 승탑의 귀꽃(막새)
기원전 334년 동방원정에 나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를 점령한 다음, 동쪽으로 달아난 다리우스 2세를 생포하여 그로부터 왕위를 직접 물려받을 요량으로 뒤를 쫒아 동진하였다. 다리우스 2세는 부하에게 죽임을 당해 생포하지 못했지만 그를 성대하게 장사지낸 다음 이번에는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다리우스 황제를 죽이고 동쪽으로 달아난 부하를 잡기 위해 또 다시 계속 동진하여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있었던 박트리아와 소그디아나 왕국을 점령하고 이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그리스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최소 4곳 이상 건설하였다. 북인도 지역에 전파된 그리스 문명은 인도불교와 접목하여 기원후 1세기경 간다라 미술을 창조하게 되었고, 그리스인들이 가장 좋아했던 아폴론 신을 빼다 박은 붓다 상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불교와 불교 미술은 위.진 남북조 시기에 중국을 통해 한반도의 고구려, 백제, 신라까지 전파되었는데, 그 때 그리스 팔메트 문양도 함께 전달되어 승탑 또는 석등의 지붕돌이나 하대석의 귀꽃(막새) 문양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
첫댓글 우리 문화유산에 숨겨진 비밀: 2탄입니다~ ^^
상상이 아니라 실지로 전래된 문화입니다^^
그러쵸? ^^
@과천거사 불고문화는 인도에서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부터 거의 들어 왔습니다
5세기 인도의 굽타시대에는 동서교역이 활발하여 상공업이 발달하고 서구문화의 큰 유입으로 우리가 잘아는 간 다라미술이 그렇구요 이 문화들이 실크로라는 경로로 서역으로 ~
돈황 막고굴 벽화를 보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보이지요
@금동 저 승탑의 귀꽃 문양이 무슨 문양인지? 또 그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누구도 얘기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두리뭉실하게 '귀꽃'이라 부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 미술사학계 통들어 처음으로 '귀꽃' 문양이 '고대 그리스의 팔메트 문양'에서 유래된 것 같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그렇군요~
중앙아시아 -> 페르시아 -> 몽골골리안 루트 를 통해서 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