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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걷기 좋은 웰빙길, 해인사 소리길
경남 합천에 간다면 열에 아홉은 해인사 가느냐고 묻는다. 워낙 유명한 관광명소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해인사로 '향하는 길'에 방점을 두었다. 바로 소리길과 기도길이다. 두 길은 한때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밖엔 사뭇 다르다. 소리길에는 빼어난 풍경이 흐른다. 이에 견줘 기도길은 평안하다. 볼품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도길에는 천년을 넘는 세월동안 오갔던 수많은 스님들의 숨결이 겹겹히 쌓여 있다. 그 길 끝에는 1200년 전 마애불상이 서 있다.
<자연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길 >
소리길은 6.3km짜리 산책로이다. 야천리 각사교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져 있다.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솔숲에는 늘 깨끗한 공기가 머물고 맑은 계곡수는 웅장한 바위를 휘감아 돈다. 폭포 소리는 마음을 두드리고 새소리는 가슴을 청아하게 만든다.사색하며 걷기 딱 좋다. 먼저 내가 이야기한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펑펑나오는 걷는 길로는 문경새재길과 덕구온천길을 꼽았는데 해인사 소리길도 그 길 못지 않다.
들머리에 선 표지석은 '우주 만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 우리가 추구하는 완성된 세계를 향하여 가는 깨달음의 길'이라 적고 있다. 이말은 '계곡의 바람소리,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길'이란다.
소리길은 홍류계곡을 따라간다. 단풍 드는 가을이면 계곡물조차 붉게 물든다는 계곡이다. 발걸음 내디딜 때마다 졸졸대는 계곡의 물소리와 삐중대며 날아가는 산새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높이 솟은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솓아진다. 계곡의 물과 햇빛의 작용으로 발생하는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와 마음과 몸이 상쾌해 진다. 절집에 드는 길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는 걸까, 신라 최치원 선생이 늘그막에 해인사에 은거하며 가야산의 절경을 19경으로 나눴는데 그중 16개가 이 홍류동 계곡에 몰려있다. 달이 잠긴 연못 제월당, 별 일곱개가 떨어졌다는 칠성대 등 고졸한 풍경들이 줄곧 이어진다. 낙화담은 그 가운데 첫손꼽을 만 하다. 선 굵은 바위들과 깊은 연못 그리고 짙은 숲 그늘이 멋들어지게 어루러졌다.
<절경과 어우러진 '소리길 3구간'>
소리길은 3구간으로 나눈다. 들머리인 멱도원(야천리 각사교 인근)에서 4교량까지가 1구간(3.9km), 홍류문에서 길상암 까지가 2구간(1.5km), 길상암에서 6교량까지가 3구간(0.9km)이다. 어린이들도 걸을 수 있는 길이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 구간을 돌아보길 권한다. 설렁설렁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이 길의 백미는 농산정에서 낙화담에 이르는 구간이다. 물길을 사이에 두고 명소들이 늘어져 있다.신선의 피리소리 들리는듯한 취적봉, 바람이 노래하는 음풍뢰, 바람이 춤을 추는 여울 광풍뢰, 달이 잠긴 제월담 등을 줄줄이 지나면 부서지는 물보라가 옥 같다는 분옥 폭포도 있다.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낙화담에 서면 웅장한 암벽과 깊은 소, 시원한 물줄기가 멋드러지게 어우러진다.
소리길 끝자락은 해인사다. 승속을 가르는 해인사 일주문 곁엔 높이 6.5m짜리 조형물 '내가 아닌 나'가 서 있다. 고개숙인 사람 형태의 조형물이다. 대나무 소재의 조형물 안엔 또 하나의 조형물이 있다. '남이 보는 나'와 ' 내가 보는 나' 사이에 '참 나'의 뜻을 묻고 있다.
<스님의 기도와 번뇌가 깔린 길.
해인사를 둘러본 뒤 이번에는 기도길로 향한다. 들너리는 학사대다. 스님들이 공부하는 공간이다. 학사대 옆으로 난 길은 대장경축전(2017년 예정) 등의 축제기간만 한시적으로 열린다. 보통 때는 우회해야 한다. 기도길은 스님들이 기도를 위해 '마애불입상(보물 222호)'까지 오갔던 길이다. 해인사 개창이래 성철스님 같은 큰스님부터 갓 불가에 귀의한 학승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스님이 이길을 오갔을 터다. 수많은 깨달음은 나무위에 맺혔고 번뇌는 발아래 깔린 듯 하다.
학사대에서 마애불상까지는 2.7km다. 풍경을 평이하다. 길도 유순한 편, 왕복 2시간이면 넉넉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100m 고지까지 오르는 도중에 몇 차례 된 비알이 이어진다.
<오랜 세월 묵묵히 불법 전한 '마애불상'>
기도길에는 마애불상이 있다. 같은 남향인데 불상은 동으로 보고 있다. 해인사와 대장경을 굽어보는 모양세다. 불상의 높이는 5.8m, 기단까지 포함 하면 7.5m에이른다. 제작시기는 9세기 통일 신리시대로 본다. 가슴의 매듭등에서 드러나는 형식화 경향이 경주 백률사 금동약사여래입상과 닮았다. 이를 근거로 마애불의 종류 또한 당연히 약사여래불로 받아 들여진다. 하지만 최근 아미타불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마애불상의 수인이 약사여래불 보다 이미타불의 '아미타구품인' 에 가깝다는 것이다.
마애타불은 근엄하다. 입가에 보일듯 말듯 미소도 있다. 목엔 삼도가 뚜렷하고 어깨는 당당하다. 나라안 어뒤서든 보기 어려운 풍모다. 1200년만인 지난 2013년 일반에 처음 공개된 불상이다. 마애불로 향하는 가야산 등산로가 폐쇄 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가지 못하고 보지 못한다고 없는 건 아닐터, 마애불은 그렇게 있는듯 없는듯 세상에 불법을 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대장경테마공원 앞부터 걸으면 3시간이나 걸린다. 그러니 걷기에 자신이 없는사람은 대장경테마공원을 지나 계속 차로 올라오다 적당한 거리에서 길가에 차를 두고 소리길로 들어오면 쉽다. 군데군데 소릿길로 접어들어오는 샛길이 많이 나있다.
길도 계속 그늘 길이고 평지이며 나무로 이렇게 걷기 좋도록 테크를 설치해 놓아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거리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은 웰빙코스이다.
이렇게 밑으로는 <음이온피톤치드>가 뿜어나오는 맑은 물이 시원하게 콸콸 소리치며 흐르고 머리위로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래소리가 들린다. 그야 말로 웰빙소리길이다. 최치원선생이 가야18경중 16경이 이홍류동 계곡길에 있다고 했다. 바위에 선생이 음각으로 많은 시귀가 새겨져 있고 정자도 있다. 이 홍류동계곡의 풍광에 반한 최치원선생이 그만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가다보면 누워있는 와불상이 있다. 어디서 옮겨 왔는지 이 자리에 조각한 것인지 설명은 없다. 부처님의 상이니 주위를 무게있게 정리를 해주면 좋을 텐데 주위가 어지럽다. 대형와불은 몇군데서 보았는데 이런 작은 와불은 보기가 드물다. 머리를 괴고 잠든듯이 누워있는 와불의 모습은 그 무척 근엄한 얼굴이다.
이런 운치있는 다리도 여러개가 놓여 있다. 이렇게 홍류동 계곡은 철마다 제각각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있는 산꽃, 여름이면 시원한 물줄기 소리와 어울리는 산새들의 노래소리, 가을이면 붉게 물든 오색 단풍, 겨울이면 수북히 쌓인 낙옆을 자작자작 밟는소리,거게다 소록소록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년에는 해인사를 뒤로 하고 올라가는 기도길을 나혼자서라도 걸어봐야지, 기약을 해본다.
차를 가져 간다면 입구 대장경 테마파크에 세워두고 왕복 걷기가 힘이 든다면 해인사 종점에서 대구행 버스가 40분당 있어 타고 테마공원
까지 타고 오도 방법도 있다.
해인사 못 미쳐 쳐다보면 사찰이 우람하게 서 있고 올라가는 길 입구에는 이런 탑과 부처님이 반겨 준다. 인자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2016년 6월 나혼자 서대구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떠난 해인사 소릿길여행, 죽헌 김 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