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42) - 주변에서 풍기는 삶의 향기
찬바람이 불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내일모래, 계절을 일깨는 듯 중부지방에는 예년보다 일찍 첫눈이 스쳤다. 움츠러지기 쉬운 계절, 어깨를 활짝 펴고 매서운 추위를 이기자.
1. 격조 높은 출판기념회
11월 15일(수) 저녁,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열린 50년 지기 고시동기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였다. 196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실무자에서 결정자에 이르는 여러 공직과 경제 및 연구기관의 수장으로서 몸소 겪은 한국경제의 부침을 기록한 책, ‘김인호회고록 명과 암 50년 – 한국경제와 함께‘의 출판을 기리는 행사다. 지난 세월 한국의 정계∙관계∙경제계를 주름잡던 주요 인물들이 함께 한 자리, 북 콘서트와 친교 및 만찬으로 이어진 두 시간여가 형식과 의례에 치우친 여느 출판기념회와는 격조가 달라 먼 길 찾은 보람이 있었다. 친교시간에 울려퍼진 코리안쳄버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아름다웠고.
한 시간여 진행된 북 콘서트의 사회자는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유명 언론인, 도쿄특파원과 청와대 출입기자로 저자와 맺은 인연을 토대로 패널리스트들과도 친숙한 사회 솜씨가 돋보였고 개회사를 한 전 국무총리,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전 국회의장, 전 경제부처 장관과 한은 총재, 고위법관과 방송인 출신의 동창들이 풀어내는 격동기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얽힌 애피소드와 뒷이야기들이 진지하고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한국경제 최대의 고비로 평가되는 ‘IMF 외환위기’의 주역으로 고초를 겪기도 한 당사자,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집필의도는 이렇다. ‘이 책은 50여 년 공인으로서 제 개인의 삶의 기록인 동시에 제가 그 중심에 있었던 같은 기간의 한국경제 현대사의 일부입니다. 특히 아직까지 진실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이면사를 포함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주요 사안을 기술할 때에는 그 배후에 있는 정치적 측면에 주목하였습니다. 외환위기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별책의 형태인 제2권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출판기념회를 통하여 새롭게 안 사실, 그가 정통관료로서는 드문 시장경제의 주창자이자 바쁜 공인생활 중에도 KBS 교향악단 객원지휘 등 음악애호가로 활동하고 있음이 이채롭다. 남은 때 더욱 성취와 보람 있으시라.
사계 전문가인 패널리스트의 공통된 지적, 경제에 개입하는 국가주의와 포퓔리슴의 폐해를 극복하고 영혼 없는 공직자가 되지 않았으면. 지금도 그런 풍조가 만연한 현실이 안타깝다. 사회자의 마지막 멘트, 난초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여러분의 향기도 그러하소서!
언론에서 조명한 회고록 관련 기사
2. 기네스북에 오른 세종청사 옥상공원
지난 토요일(11월 11일), (사)한국체육진흥회 충남지부(천사걷기)가 주최하고 세종지부가 주선한 제98회 천사걷기를 세종특별자치시의 정부청사 주변에서 가졌다. 오전 11시, 서울 등지에서 전철로 내려온 일행들이 천안역에 대기 중인 버스에 올랐다. 20여분 후 천안생활체육공원에 들리니 고재경 충남지부 회장이 일행을 반가이 맞는다. 세종시에 도착하니 12시 20분, 경관이 아름다운 호수공원에 70여 명이 집결하여 기념촬영을 한 후 점심장소로 이동하였다. 음식점은 인근의 한식 뷔페식당, 다양한 메뉴에 막걸리를 곁들인 식판이 푸짐하다.
점심 후 버스에 올라 정부세종청사로 향하였다. 안내동에서 입장수속(옥상정원 입장 인원은 하루 100~200명 내외로 제한), 목에 입장표를 걸고 20여개 정부청사가 들어선 건물의 옥상(전체 길이 약 3.6km)에 조성된 정원으로 올라갔다. 상록수를 비롯하여 각종 꽃종류와 약용식물이 가득한 옥상정원의 식재면적은 총 45,873㎡(전체면적 79,194㎡), 걷는 길목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이라 새긴 기네스북 등재(2016.5.25.) 기념석이 세워져 있다.
세종청사 옥상 정원을 걷는 모습
옥상정원의 특징은 주변 경관 조망을 고려해 지형의 고저에 따라 서측의 밀마루 전망대에서 동측의 호수공원으로 점점 낮아지는 형상의 성벽 개념으로 설계하였고 순성놀이(성곽둘레를 돌며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에 착안하여 구불구불한 언덕모양으로 15개 동 건물을 하나로 연결하여 지었다고 적혀 있다.
하나로 연결된 세종청사 배치도와 4계절 모습
주변을 조망하며 정원을 휘돌아 내려오니 오후 3시가 가깝다. 바로 옆에는 대통령기록전시관, ‘대통령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역대 대통령의 문서, 사진, 영상, 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일부는 내부 수리중이어서 4층부터 1층까지 개략적으로 살펴보며 느낀 소감을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알렉시스 드 토코벨’(기록관 바닥에 새긴 문구)로 가름한다. 기록관을 돌아보는 중 대통령 휘장과 의탁자를 갖춘 공간이 눈길을 끈다. 의자에 앉아 한 컷 누르며 옛 노래(회전의자),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를 읊조렸다. 모두가 주인 되는 세상이기를 바라면서.
오후 3시 지나 한 시간여 호수공원 일주,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길 따라 걷는 발걸음이 가볍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 공연장에서 펼치지는 음악의 향연이 운치 있다. 광장에 모여 작별인사, 의미 있는 행사를 주최하고 환영한 충남지부와 세종지부의 노고가 고맙고 본회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연합하여 함께 즐기는 걷기가 평화롭다. 폐회에 앞서 합창한 석별의 노래가 정답고. 이런 기운, 온 누리에 널리 퍼져라.
옥상정원에서 함께 한 세종시 걷기 참가자들
오후 4시 15분에 호수공원을 출발하여 천안행, 천안역에서 5시 45분 발 청량리행 전철에 올랐다. 늦가을의 향기 즐기며 상쾌하게 걸은 이들이여,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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