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껴질 땐 상대적인 박탈감이 오곤 한다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군중들이 행복해하며 환호하는 모습에서도
혹은 가까운 지인이 티 없이 웃을 때에도 상대적 박탈감에 더 불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저들은 저렇게 좋아라 웃고 있구나 하면서 말이다
아무런 불행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이 시간이 평화로울까 하는 마음에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박완서 님은 '미망'을 연재하던 시기인 1988년에 불행한 일을 겪었다
남편과 아들을 몇 달 새에 잃었으니 그 시간을 견뎌내기란 극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산문집에서 그 시간을 견뎌냈던 처절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의 아픔에 몰입하기도 했었다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하는 미친년 같은 생각을 했다"라고 술회한다
단행본으로 발간된 '미망'을 처음 읽을 때는 박경리 님 대하소설 '토지'의 아류쯤 아닐까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왜냐하면 토지의 하동 악양 뜰 만석꾼의 이야기와 흡사한 점을 많이 발견했기에
사실, 박경리 님은 토지의 배경이 된 경남 하동지역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미망'은 작가 박완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개성이 배경이다
읽으면서 아류니 하는 생각을 했던 사실을 죄송스럽게 여기면서 읽었다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작가는 고향인 개성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했다
개성사람들의 생활모습이나 음식 그들의 강인한 의식을 묘사할 땐
내가 개성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 책을 돌려 읽은 선배는 작가가 개성 음식들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침이 고였다고 했다
어찌나 실감 나게 개성음식을 묘사했는지......
그 후 어느 방송사에서는 드라마로 제작해서 방영했다고 하는데 난 왜 못 봤지?
드라마 광인데 말이다
-신문에 들어있는 작은 꼭지 하나로 박완서 님을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