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는 내 딸이고, 현재 열일곱 살이며, 사춘기의 열병을 앓고 있다.
최근엔 한 차례 몸이 아프고 나더니, 그 다음에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곧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학교 성적도 자신이 기대한 것만큼 썩 좋지 않았다.
물론 엄마와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도 좋지 않았다.
아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하루 종일 담요를 뒤집어쓴 채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있곤 했다.
나는 딸아이에게로 가서 그 아이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애의 어린 영혼에 뿌리내린 슬픔의 잡초들을 다 뽑아 내고 싶었다.
그러나 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그 아이를 염려하고 그 아이의 불행을 걷어 주고 싶다 해도.
가족 치료요법사인 나는 성희롱에 의해 인생이 망가진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아버지와 딸 사이의 부적절한 애정 표현이 때로는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염려와 친밀감의 표현이 쉽게 성적인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애정 표현을 성적인 유혹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사람들에겐 더욱 그랬다.
딸아이가 두세 살일 때나 일곱 살 때까지만 해도 그 애를 안고 어루만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이었던가
그러나 이제 딸아이의 신체는 어엿한 한 여성의 신체로 성장해 가는 중이었고,
이 사회는 남성인 내가 그 애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을 의심스런 눈치로로 쳐다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는 아버지와 십대인 딸 사이에 필요한 경계선을 잘 지키면서 그 애를 위로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딸아이에게 척추 지압을 제의했다.
딸아이는 금방 내 제의를 받아들였다.
나는 그 애를 엎드리게 하고서 부드럽게 척추뼈와 뭉친 어깨 근육을 지압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애에게 최근에 내가 집을 비우고 여행을 떠나야 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나는 내가 국제 척추 지압 결선 대회에 참가했다가 4위의 성적을 올리고 방금 돌아온 길임을 설명했다.
나는 또, 염려하는 마음을 지닌 아버지의 척추 지압 손길을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을 것이라고 딸아이에게 말했다.
특히 그 염려하는 아버지가 세계 수준의 척추 지압사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내 손과 손가락이 딸아이의 젋은 육체에 있는 뭉친 근육들과 긴장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는 동안
나는 그 지압 경연 대회의 내용과 경연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지압 경연에서 3위에 입상한, 주름 가득한 얼굴의 동양 노인이 있었다.
전생애에 걸쳐 침술과 지압술을 연구해 온 그 노인은 자신의 모든 기를 손가락에 집중시켜
지압을 하나의 예술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노인은 마술사와도 같은 정확성으로 찔렀다가 누르고, 그런가 하면 또다시 찔렀다가 누르곤 했지."
나는 딸아이에게 노인에게 배운 것을 잠깐 시범으로 보여주었다.
아이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것이 내 지압술에 대한 감탄사인지 아니면 내 시적인 설명에 대한 것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다.
그 다음에 나는 2위를 차지한 여성 지압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 여자는 터키 출신인데 어려서부터 배꼽춤 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몸의 근육을 물결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척추 지압을 하는 동안 그 여자의 손가락들은 모든 피로한 근육들과 지친 신체 부위들을 일깨워
춤추듯이 떨게 하고 전율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역시 시범을 보이면서 내가 말했다.
"그 여자의 손가락들이 신체 위를 걸어다니면, 마치 근육들이 그 뒤를 쫓아다니며 춤추는 것과 같았지."
딸아이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서 웅얼거렸다.
"섬뜩한 기분이 들어요."
그것이 내 생생한 표현 때문에 나온 말일까, 아니면 내 지압술 때문일까?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딸아이의 등을 지압하는 일에 몰두했다.
잠시 후에 아익 물었다.
"그래서 일등은 누가 했어요?"
내가 말했다.
"넌 말해도 믿지 않을 거다. 1위는 갓난아이가 했단다."
그런 다음 나는 갓난아이의 부드러운 손길이 어떻게 피부의 세계를 탐색하고,
느끼고, 어루만졌는가를 설명해 주었다.
그것은 이 세상의 어떤 손길과도 같지 않았다. 그것은 부드러움을 능가한 부드러움이었다.
예측할 수 없고, 한편으론 감미로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탐색적이었다.
두 개의 작은 손이 세상의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소속감에 대해서, 신뢰에 대해서, 그리고 순진무구한 사랑에 대해서.
나는 그 갓난아이에게서 배운 대로 부드럽고 감미롭게 딸아이를 지압하기 시작했다.
그 애가 갓난아이였을 떄를 나는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었다.
그 애를 껴안고, 요람에 넣고 흔들면서, 그 애가 자신의 세계를 향해
더듬거리며 성장해 나가는 것을 내 눈으로 지켜보았었다.
사실 내게 최초로 갓난아이의 손길을 가르쳐 준 것은 다름아닌 딸아이였다.
다시금 침묵 속에서 부드럽게 지압을 하고 나서 나는 딸아이에게 말했다.
세계 정상급의 척추 지압사들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무척 기뻤노라고.
그래서 이제 난, 어른의 세계로 고통스럽게 나아가고 있는 열일곱 살 먹은 딸을 위해
전보다 더 훌륭하게 척추 지압을 해 줄 수 있게 되었노라고.
나는 그런 생명이 내 손에 주어진 것에 대해,
그리고 손길의 기적을 행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드렸다.
말 없이 엎드려 내 말을 듣고 있던 딸아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두 팔로 내 목을 껴안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난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아빠, 전 아빠를 사랑해요!"
빅터 낼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