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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밀리언셀러 작가 히스 형제의 걸작 의사결정 실전 지침서!
일과 삶에서 성공하는 최고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어느 때보다 꼼꼼히 예산을 짰지만 기막힌 물건을 보는 바람에 예산 따위 무시해버린 적 있는가? 충동적으로 주식을 사버렸거나, 중요한 사람과 중요한 대화를 할 시점에 두려워 피해버린 적 있는가? 이 사람과 헤어질까 말까, 이 물건을 살까 말까, 이 아이디어를 채택할까 말까, 이 사람과 결혼할까 말까, 이 직업을 택할까 말까, 직장을 옮길까 말까, 이 사람을 채용할까 말까, 이 사업을 접을까 말까, 이 가게를 창업할까 말까 고민하며 밤잠을 설친 적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을 위한 것이다.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작가 히스 형제는 아이디어와 행동설계 성공법에서 걸작 [스틱!] [스위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책은 그들의 또 다른 주요 연구 분야인 의사결정 성공법의 걸작이다. 일과 삶에서 선택의 순간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이때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만 하는 것이 바로 결정 능력이다. 하지만 인간의 결정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 책에서 히스 형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결정을 방해하는 4가지 악당을 정확히 짚어주고 이를 물리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4단계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알려준다. 이 책은 우리가 우유부단, 오판, 편향, 결정장애에서 벗어나 결정을 실행하도록 동기부여해주는 동시에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분명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일과 삶에서 성공하는 결정적 비법을 알려준다.
🏫 저자 소개
칩 히스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 대학 경영대학원 조직행정론 교수로 재직하며 조직행동론, 협상, 전략, 국제전략연구에 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개설한 ‘스티커 메시지 만드는 법’에 대한 강의는 최고 인기 강의가 되었고 미국 내 카피라이터, 기자, 작가, 마케터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Nike), 국제자연보존협회(the Nature Conservancy), 아이데오(Ideo),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등 미국 유수의 조직에서 ‘스티커 메시지 만들기’에 관한 강연 및 컨설팅을 맡고 있다. 텍사스 A&M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 『심리과학』, 『조직행동과 의사결정 과정』, 『소비자행동 저널』, 『전략경영 저널』 등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파이낸셜 타임스』, 『비즈니스 위크』,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의 대중지에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놀라운 결과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07년 히스 형제가 함께 쓴, ‘스티커 메시지 만드는 법’을 다룬 《스틱Stick》은 ‘비즈니스 3대 필독서’로 불리며 28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0년 ‘행동설계의 힘’을 다룬 《스위치 Switch》 역시 25개국에 출간되어 히스 형제의 힘을 보여줬다. 2013년 출간된 《자신 있게 결정하라 Decisive》도 출간 즉시 18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등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댄 히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듀크 기업교육원에서 재무개선 전문가로, 아스펜 연구소에서 정책수립 프로그램 전문가로 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닛산 등 세계적인 기업의 컨설팅을 담당했으며, 《포춘》지 선정 500인 경영자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했다.
형인 칩 히스와 함께 쓴 책 『스틱!』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10년 출간한 『스위치』는 아마존 편집자들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논픽션’으로 뽑혔고, 2013년 출간한 『자신 있게 결정하라』는 곧바로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17년에 출간한 『순간의 힘』 역시 아마존에만 2000여 개에 달하는 리뷰가 달리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마케팅에 특출난 능력을 발휘해 수많은 홍보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며, 미국광고협회에서 수여하는 애디 상과 뉴미디어 인비전 상을 받았다. 현재는 듀크대 케이스(CASE) 센터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 목차
머리말 당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는가
PART 1 무엇이 당신의 결정을 방해하는가
CHAPTER 1 결정을 가로막는 4가지 악당
첫 번째 악당, 편협한 사고틀 | 두 번째 악당, 확증 편향 | 세 번째 악당, 단기 감정 | 네 번째 악당, 과신 |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기본 단계 | 조지프 프리스틀리의 현명한 일자리 결정 과정 |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WRAP 프로세스 | WRAP 프로세스는 무엇이 다른가 | 밴 헤일런 밴드의 기행: 갈색 초콜릿 절대 금지 | 인계철선 설치하기: 엠앤엔즈 조항의 진정한 비밀
PART 2 선택지를 넓혀라
CHAPTER 2 편협한 사고틀에서 벗어나라
10대들의 편협한 의사결정 유형: 결심 진술형, 가부 판정형 | 퀘이커의 막무가내 스내플 인수: 원천 봉쇄형 결정 | 1가지뿐인 선택지: 조직의 의사결정이 실패하는 이유 | 어떤 대학을 가야 할까 | 성공은 대학 서열에 달려 있지 않다 | 똑똑한 구매 결정: 기회비용을 따져라 |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괴짜 지니의 마법: 선택지를 백지화하라
CHAPTER 3 멀티트래킹하라
브랜드명 “블랙베리”는 어떻게 탄생했나 | 멀티트래킹: 동시에 여러 선택지 고민하기의 위력 | 선택지는 몇 가지가 적당할까 | 가짜 선택지를 끼워 넣지 마라 | 예방 마인드셋과 향상 마인드셋을 결합하라 |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라
CHAPTER 4 같은 문제 해결자를 찾아라
월마트 설립자 샘 월턴의 성공 공식 | 내부에서 문제 해결자를 찾아라 | 플레이리스트 기법: “밝은 점”과 모범 사례를 기록해두라 | 플레이리스트 만들기의 활용법과 장점 | 유추 기법: 이미 해결된 다른 문제와 비교하라 | 사다리 오르기 프로세스를 사용하라 | 상어 수영복의 탄생: 사다리 오르기가 낳은 놀라운 성공
PART 3 가정을 검증하라
CHAPTER 5 생각을 뒤집어라
CEO의 자만심이 잘못된 기업 인수를 부른다 | 가정 검증하기: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는 법 | 반대 의견을 찾아라: 악마의 변호인, 머더 보드, 〈공쇼〉 | 질문을 바꾸어라: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 확증 타파 질문을 던져라 | 탐색형 질문과 개방형 질문 사용법 | 인식을 전환하라: 결혼 일기 쓰기, 긍정 의도 가정하기 | 의도적으로 실수하라: 생각 뒤집기 기술의 극치
CHAPTER 6 줌아웃-줌인하라
내부 관점 대신 외부 관점으로 보라 | 전문가에게 기저율을 물어보라 | 생사의 갈림길에 선 남자의 외부 관점 활용기 | 루스벨트의 전략: 큰 그림과 클로즈업 결합하기 | 현장을 찾아가라
CHAPTER 7 우칭하라
우칭, 큰 결정을 위한 작은 실험 | 우칭으로 결정 불안 해소하기 | 사람들은 왜 우칭을 무시할까 | 전문가의 예측 능력은 형편없다 | 기업가는 예측하지 않고 시험한다 | 우칭할 때 유의할 점 | 면접의 허상: 면접은 쓸모없다
PART 4 결정과 거리를 두라
CHAPTER 8 단기 감정을 극복하라
고객 흥분 지수 높이기: 기막힌 자동차 세일즈 기술 | 효과적인 구매 전략: 결정과 거리 두기 | 단기 감정 극복법: 10-10-10 법칙 | 익숙한 것에 끌린다: 단순 노출 효과 |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이 크다: 손실 회피 편향 | 현상 유지 편향 극복의 어려움 | 거리 두기 질문법: 친구에게는 어떻게 조언할까
CHAPTER 9 핵심 우선순위를 정하라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뭘까 | 문제는 핵심 우선순위가 충돌할 때다 | 우리 조직이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 우선순위의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라 | 그만둘 일 목록을 만들어라 | 생산적 멈춤을 활용하라
PART 5 틀릴 때를 대비하라
CHAPTER 10 미래를 위한 지지대를 설정하라
머리 쓰지 않는 투자: 지지대 추정법 | 미래는 점이 아니라 범위다 | 예정적 사후 확신: 미래를 사전 부검하라 | FMEA 기법: 최악의 실패에 대비하라 | 사전 퍼레이드: 뜻밖의 성공에 대비하라 | 안전 계수: 알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라 | 현실 미리보기: 백신 효과를 활용하라 | 멘탈 시뮬레이션: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대처법
CHAPTER 11 인계철선을 마련하라
자포스의 별난 문화: 그만두면 1000달러를 주겠다 | 인계철선 설치하기: 결정해야 할 시점의 경고등을 마련하라 | 코닥의 파산이 주는 교훈: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어라 | 인계철선 1: 데드라인을 정하라 | 인계철선 2: 칸막이를 사용하라 | 신속대응팀: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처치하라 | 패턴 인식 능력을 길러라
CHAPTER 12 프로세스를 신뢰하라
조직의 의사결정 원칙 1: 협상하라 | 조직의 의사결정 원칙 2: 절차 공정성을 지켜라 | 절차 공정성을 확보하는 2가지 방법 | 어느 리더의 훌륭한 개인 의사결정 프로세스 | 가장 큰 후회는 “하지 않은 일”
추천 도서 | 클리닉 | 장애물 극복하기
감사의 말 | 미주
📖 책 속으로
“정상인 정신 상태에서 사람은 마주하는 대부분의 상황에 대해 직관적인 느낌과 의견을 갖기 마련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깊이 알기 전에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아무 이유 없이 낯선 사람을 믿거나 믿지 않으며, 분석 한번 해보지 않고 한 회사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이렇게 쉽사리 결론을 향해 뛰어드는 건 눈앞에 놓인 정보에만 골몰해 눈에서 벗어난 정보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카너먼은 말한다. 그는 이 성향을 “보이는 것이 전부what you see is all there is”라고 불렀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성향을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부를 것이다(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어떻게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는지 생각해보라.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면 한 부분만 선명하게 보인다). (…) 의사결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이것이다. 스포트라이트 속 정보만으로는 올바른 결정에 필요한 것을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봐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런가 하면 스포트라이트의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어버리기까지 한다. 너무 오랫동안 손톱만 한 동그라미 속에 머물다보니 그 너머에 훨씬 더 많은 것이 있음은 망각하고 만다.
--- p.15~17
직감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못 미더운 존재다.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와 리처드 버턴Richard Burton은 1975년 10월 10일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테일러는 여섯 번째, 버턴은 세 번째 결혼이었다. 영국 시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재혼을 가리켜 “경험에 대한 희망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일러와 버턴이 세운 기록을 보면 이들의 결합은 그보다 더 많은 점을 시사한다. 말하자면 쌓이고 쌓인 경험조차 무릎 꿇게 한 희망의 승리였다고나 할까(이들의 결혼 생활은 10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직감은 많은 경우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령 2009년 미국에서는 6만 1535개에 달하는 문신이 제거되었다. 영국에서는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퍼센트가 새해 결심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 p.19
러발로와 시보니는 (매출, 수익, 점유율을 높이는) 좋은 결정이 나오려면 분석과 프로세스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비교했다. 그 결과 “프로세스가 분석보다 6배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컨대 프로세스가 좋으면 잘못된 논리를 찾아내기가 수월해 분석의 질이 향상되는 일이 많다. 그러나 반대 경우는 드물다. “아무리 훌륭한 분석이라 한들 프로세스에서 제대로 부각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 p.20~21
콜은 결정을 가로막는 첫 번째 악당과 싸우고 있다. 바로 “편협한 사고틀narrow framing”이다. 편협한 사고틀이란 선택지를 너무 좁은 틀 안에 가두고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것을 가리킨다. 예컨대 사람들은 “여자 친구랑 헤어질까 말까?” 대신 “여자 친구와 관계가 더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새 차를 살까 말까?” 대신 “우리 가족이 더 안락하게 생활하려면 어떻게 돈을 쓰는 게 최선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 p.28
생활 속에서 우리는 흔히 상황을 속단한 뒤 그 믿음을 뒷받침할 정보를 찾는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이 문제적 습관이 바로 결정을 가로막는 두 번째 악당이다. (…) 사람들은 주변에서 정보를 수집할 기회가 있을 때 기존의 태도와 신념, 행동을 뒷받침하는 것들에 집중하기 쉽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지지 정당에 유리한 기사만 읽으려 하지 반대 정당의 관점을 알아보며 신념을 흔드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새 차나 새 컴퓨터에 눈독 들이는 사람은 소비가 옳은 이유를 찾으려 하지 소비를 미루어야 하는 이유를 찾느라 부지런 떨지 않는다.
--- p.30
이 “단기 감정short-term emotion”이 결정을 가로막는 세 번째 악당이다.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감정이 마구 날뛴다. 머릿속으로 같은 쟁점을 짚고 또 되짚으며 마주한 상황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수없이 마음을 바꾼다.
--- p.35
“우리는 비틀스의 사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룹의 시대는 끝났어요. 특히 기타가 들어간 4인조 밴드는 절대 가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딕 로는 자신이 결정을 가로막는 네 번째 악당의 덫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바로 “과신overconfidence”이다. 딕 로처럼 사람들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실제로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한다.
--- p.37
이쯤 왔으면 당신은 우리에게서 뭔가 약속을 기대할 것이다. 이 4단계를 잘 따라간다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인생을 누리게 된다든지,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든지, 동료들이나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의 지혜를 칭송하는 소리가 자자할 것이라든지 하는 그런 그림 말이다. 이런! 그렇지는 않다. 우리 경험으로 볼 때 당신은 여전히 잘못된 결정을 적당히 하며 살아갈 것이다. 우리의 진짜 목표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당신이 조금이나마 더 좋은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좋은 결정을 좀 더 자신 있게 하기를 바란다(적절한 자신감은 과신과 완전히 다르다). 또한 대체로 다른 사람의 편향을 알아보기는 더 쉬우므로, 동료나 사랑하는 사람이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당신이 더 나은 조언자 역할을 해내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 일을 돕고 싶다.
--- p.48
우리는 삶의 시간 대부분을 “자동 조종 시스템autopilot”에 맡겨두고 판에 박힌 듯 살아간다. 하루 중 깊이 생각하며 주의를 기울여 선택하는 때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결정들은 시간상 비중은 적지만 삶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이 점을 운전에 비유했다. 차를 운전할 때는 95퍼센트의 시간을 직진하는 데 쓰지만 도착 지점은 나머지 시간 동안의 회전으로 결정된다.
이 책은 “회전”에 관한 이야기다.
--- p.54
피시호프는 이들의 결정을 분류하면서 10대에게 가장 흔한 형태의 결정에는 선택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이런 결정을 가리켜 “결심 진술형statement of resolve” 결정이라고 불렀다. 예컨대 “앞으로 남 탓을 하지 않겠어”가 그런 경우다. 10대들의 결정에서 그다음으로 흔하게 나타나는 형태는 1가지 선택지만 가늠하는 것이었다. 가령 “친구랑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말까?”나 claireabelle의 “남자친구랑 헤어질까 말까?”가 선택지를 하나만 고려하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결정을 우리는 “가부 판정형whether or not” 결정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것은 “부리토를 먹을까 샌드위치를 먹을까?”처럼 여럿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하나를 두고 ○인지 ×인지 가리는 데 지나지 않는다. 결심 진술형 결정과 가부 판정형 결정은 10대들의 결정에서 65퍼센트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10대들의 결정은 진짜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 p.61~62
정말 충격적인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스미스버그의 리더십 아래 퀘이커는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기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었다. 거래 조건을 두고 업계의 대다수 분석가가 비판을 쏟아냈다. 그런데 믿기지 않지만 퀘이커 내부에서는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당시 퀘이커가 한 일은 1가지를 두고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가부 판정형” 결정조차 아니었다. 무조건 하고 만다는 식의 “원천 봉쇄형yes or yes” 결정이었다. 퀘이커가 정말 형편없는 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분별하게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은 퀘어커만이 아니다. 세계 4대 회계 법인 중 하나인 KPMG가 기업 M&A 700여 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머리말에서 언급했듯이) 그중 83퍼센트는 주주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리더들은 여기서 생생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M&A을 염두에 두고 어떤 회사를 여러 주, 여러 달 분석한 결과 거래를 제안해야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인수는 접자! 6번 중 5번은 이렇게 하는 편이 옳다고 장담한다.
--- p.65
그가 검토한 팀 가운데 2가지 이상의 선택지를 고민한 곳은 29퍼센트에 불과했다. 피시호프가 만난 10대들조차 2가지 이상 선택지를 고민한 경우가 30퍼센트는 되었는데 말이다. 폴 너트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직 역시 호르몬에 취한 10대들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르는 모양새다. 조직 또한 10대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이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너트는 가부 판정형 결정의 52퍼센트가 길게 보아 실패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2가지 이상 선택지를 고민한 결정의 실패율은 32퍼센트에 그쳤다. 가부 판정형 결정은 왜 실패율이 높을까? 너트에 따르면 관리자는 1가지 선택지만 좇을 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렇게 고민한다고 한다. “이 일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료들에게 지지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러는 동안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이 외에 또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같은 다른 중요한 질문들은 무시되고 만다. 이런 다른 중요한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 WRAP 프로세스 중 2부에서 다루는 W, 즉 “선택지 넓히기”의 목표다. 편협한 사고틀에서 벗어나 나에게 더 도움이 될 선택지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목표를 이루어낼 첫 번째 단계는 가부 판정형 결정을 신뢰하지 않는 법 배우기다. 실제로 우리는 “……을 할까 말까?”란 말을 하거나 보거나 들을 때마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작은 경고음이 울리기를 바란다.
--- p.67~68
사실 우리는 기회비용에 주의를 게을리할 때가 너무 많다. 그래서 기회비용의 존재를 깨달으면 몹시 당황스러워한다. 프레더릭 연구팀은 장군 출신 공화당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의 연설을 강조했다. 1953년 그의 임기 첫 번째 분기가 끝나갈 무렵에 한 연설이었다. “현대식 중폭격기 1대 값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돈이면 30여 개 도시에 현대식 벽돌 건물로 학교를 세울 수 있습니다. 발전소 2개를 건설해 6만 명 규모의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정교한 시설이 완비된 병원 2곳을 신설할 수 있습니다. 80여 킬로미터 길이의 콘크리트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밀 1700여 톤을 살 수 있는 돈을 전투기 1대에 들이고 있습니다. 8000여 명에게 새집을 마련해줄 돈을 구축함 1척에 쓰고 있습니다.” 아이젠하워처럼 적극적으로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결정을 시작할 때마다 이렇게 간단한 질문들을 던져보라. “이것을 선택할 때 포기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p.78~79
사람들은 선택지가 없다고 상상할 때 어쩔 수 없이 머릿속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 정말 오랜만에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보는 경험을 한다.(이와 반대로 “다른 선택지를 떠올려보세요”라고 하면 기존 선택지를 살짝 변형해 대충 아주 조금만 스포트라이트를 옮기곤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새로운 선택지를 발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흔히 사람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선택지에만 집착한다. 그러므로 선택지를 모조리 빼앗아버려서 처음에는 좀 잔인한 듯싶던 우리의 괴짜 지니는 썩 인정 많은 친구일지 모른다. 사실 선택지를 완전히 지우고 나면 더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자신이 드넓은 풍경 속 한 뼘 공간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 p.81~82
렉시콘은 초기부터 편협한 사고틀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며 이 위험과 싸우는 법을 익혀온 회사다. 고객들은 주로 좋은 제품명을 두고 좁은 틀의 개념만 궁리하며 렉시콘을 찾아온다. 예컨대 인텔은 펜티엄에 “프로칩ProChip”이란 이름을 원했고, P&G(포록터앤드갬블)는 스위퍼에 “이지몹EZMop”이란 이름을 원했다. 렉시콘은 가장 좋은 이름은 “멀티트래킹multitracking”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멀티트래킹이란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고민하는 방식을 말한다.
--- p.88
이렇게 장점이 분명한데 왜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멀티트래킹 프로세스를 적용하지 못할까? 기업의 많은 경영진은 여러 선택지를 살피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을 우려한다. 이는 합리적인 두려움이지만 캐슬린 아이젠하트Kathleen Eisenhardt는 오히려 그 반대가 옳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이젠하트는 속도를 가장 중시하는 환경인 실리콘밸리의 최고 리더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더 다양한 선택지를 따지는 경영진일수록 결정이 오히려 더 빨랐다는 것을 알아냈다.
--- p.95
선택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진다고 해서 더 좋은 결정이 나오지는 않는다. 따라서 당신이 할 일은 지금 가진 선택지에서 한두 가지를 더 늘리는 것이다. 24가지나 되는 잼은 잊어버리자. 2~3가지면 충분하다.
--- p.99
심리학자들은 새로운 기회에 대한 동기와 수용에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상반된 마인드셋을 밝혀냈다.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려고 하는 “예방 초점prevention focus”(안정 지향)과 긍정적인 결과를 좇으려 하는 “향상 초점promotion focus”(성취 지향)이 그것이다.
--- p.103
연구진은 매출과 수익 모두에서 경쟁사를 10퍼센트 이상 따돌리고 침체기 이후 강하게 반등한 기업들 위주로 이런 기업들의 성공담을 수치화해보았다. 그 결과 멀티트래킹을 따른 기업들은 향상에만 집중한 기업들보다 42퍼센트 높은 비율로, 예방에만 집중한 기업보다는 76퍼센트 높은 비율로 강력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둘 중 하나가 아닌 둘 다”의 태도는 기업에도 유용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 p.105~106
월턴이 평생 끊임없이 영리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다음과 같이 질문한 덕분이었다. “나 말고 또 어떤 사람이 비슷한 문제로 고심하고 있을까? 나는 거기서 뭘 배워야 할까?” 편협한 사고틀을 깨뜨리려면 선택지가 더 필요하다. 새로운 선택지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하나는 “내 문제를 해결해본 다른 사람 찾기”다.
--- p.117
이렇게 조언을 문서화하는 일은 최고의 히트곡들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같다. 여기에는 필요한 질문, 참고할 원리, 고려할 아이디어가 모두 포함된다. 이 플레이리스트가 있으면 사후 대응에서 비롯된 탐색(누가 이 문제를 풀어보았을까?)의 결과를 사전 대책 방안(이 문제를 풀어본 사람들이 말한 내용이 여기 있으니 참고하세요!)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 p.124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로 고심할 때 해결점을 찾고 싶다면 “사다리 오르기laddering up” 프로세스를 사용해보자. 사다리의 아래층에 있으면 내 상황과 흡사한 상황을 볼 수 있다. 거기서 눈에 띄는 해결책이 있다면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상황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다리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다른 영역에 해당하는 선택지가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 선택지를 얻어가려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사다리 위층에서는 예상치 못한 돌파구를 찾을 확률만큼 실패할 확률 또한 커진다.
--- p.135~136
헤이워드와 햄브릭은 자만심의 치료제 또한 찾아냈다. 바로 “반대 의견disagreement”이었다. 두 사람에 따르면 CEO가 인수 프리미엄을 비교적 낮게 지불한 사례를 살펴보면 CEO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가령 독립성 강한 이사회 의장, CEO나 회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사외 이사 등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회사 안에 독립적 관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스내플 인수에 관해 내부에서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한 퀘이커의 전 CEO가 기억나는가? 좋은 결정을 원한다면 CEO는 반대 의견을 물을 용기가 필요하다.
--- p.152
가정 검증하기 첫 번째 단계는 위에서 소개한 GM의 전 CEO 앨프리드 슬론의 사례처럼 처음의 직감과 반대 방향 고려하기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 훈련은 건설적인 반대 의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법 제도에는 반대 의견을 고려하는 과정이 프로세스 안에 마련되어 있다. 판사와 배심원들은 CEO처럼 정보의 거품에 갇히는 일이 드물다. 반대되는 양쪽 의견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프로세스는 사법 제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수 세기 동안 성인聖人으로 추대할 사람을 정하는 시성 결정canonization decision 프로세스 중에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두었다. 교회 내에서는 “증성관promotor fidei”(신앙의 옹호자)으로 알려졌던 악마의 변호인은 성인으로 추대될 사람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야 했다. (…) 개인적인 일을 결정할 때 의식적으로 주변에서 반대 의견을 찾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론 모든 결정에 악마의 변호인이 필요한 건 아니다(바지 한 벌 사는데 “결사 반대”를 외칠 것까지야 없다). 그러나 위험 부담이 큰 일을 결정할 때는 회의적인 시각이 도움이 된다. 이때 10대 청소년이 집에 있다면 반대 의견을 개진해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회의적인 대화가 오갈 때면 사람들은 보통 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대화에서 달아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인 태도다. 의견을 흔드는 사람이 있을 때 잠시의 불편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고통보다는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 p.154~155
마틴은 말한다. “가령 당신은 어떤 아이디어가 옳은 접근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이 아이디어가 옳다고 생각하는지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겠죠. 그러고는 어떻게든 옳지 않다는 것만 증명하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옳은 접근법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물으면 사고의 틀은 달라집니다. 이렇게 질문만 미묘하게 바꾸면 사람은 신념에서 한 걸음 물러날 길이 생깁니다. 탐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도 얻게 되고요.” 이 질문법은 반대 의견이 환영받지 못하는 조직에서 특히 유용하다. 이런 곳에서는 지배적인 생각에 도전하는 사람은 “팀워크”를 해친다고 비난받는다. 그런데 이때 마틴의 질문을 사용하면 반대자는 적대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로 보이게 된다.
--- p.161
긍정 의도 가정하기와 결혼 일기 쓰기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생각 뒤집기considering the opposite”가 드러난 2가지 예시다. “남편은 너무 이기적이야, 하지만 남편이 날 도와주는 상황들을 적어봐야겠어.” “저 사람은 무례하고 무뚝뚝해, 하지만 그게 아니라 내 시간을 배려해주려는 생각인지 몰라(이런, 내가 잡담할 때마다 자기 시간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어쩌지).”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생각 뒤집기는 아주 단순한 기술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어날 많은 골치 아픈 인지 편향을 감소시킨다(‘미주’ 참조). 폴 슈메이커Paul Schoemaker는 의사결정 전략을 다루는 컨설팅 회사 DSI Decision Strategies International의 설립자다. 그는 DSI 동료들을 소집해 사업상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생각 뒤집기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 경험이 있다. 이때 슈메이커가 바란 것은 동료들이 “실수를 저질러주는 것”이었다. 의사결정 연구가 겸 컨설턴트였던 슈메이커는 무척 진지한 마음이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도와달라며 의도적으로 실수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업무에서 다들 으레 가정하는 내용이 과연 틀림없는지 검증하는 의미에서 말이다.
--- p.173~174
그러나 우리는 생활 속에서 반대로 행동할 때가 많다. 평균적인 의견보다는 자신이 받은 느낌을 신뢰해버린다. 가령 사람들은 새 일자리를 제안받으면 현재나 과거에 그 자리를 경험한 사람들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덥석 제안을 받아들인다. 일자리에 대한 경험자들의 “평가”도 호텔 객실이나 식당에 대한 낯선 사람들의 리뷰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초밥집을 고를 때보다 더 객관적인 조사를 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상황에 대한 “내부 관점inside view”과 “외부 관점outside view”을 구분한다. 내부 관점은 우리가 결정을 고민하면서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속 정보에서 비롯된다. 처한 상황에 대한 나의 느낌과 평가가 내부 관점의 근거인 셈이다. 반면 외부 관점은 세세한 부분은 전부 무시하고 대신 그런 부분이 포함된 더 큰 틀을 분석한다.
--- p.183
이번 장에서 우리가 들려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직관적인 조언은, 양질의 정보가 필요하거나 생각을 검증하고 싶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기저율을 물어보라는 것이다. (…)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이렇다. 유능한 저작권 전문 변호사라면 이런 소송의 경우 승산이 있는지 없는지에 관한 기저율은 안다. 핵심은 세계 정상급 전문가라 하더라도 예측은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기저율에 관해 최고인 사람들이다. 그러니 믿을 만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찾아가자. 당신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에 관해서만 말하게 하자. 미래는 그들 역시 알지 못한다.
--- p.188~189
그러나 루스벨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기저율에 만족하지 않고 편지의 일부를 손수 검토했다. 이 편지들은 정보에 질감을 더해주었다. 사안에 대해 (통계적인 의미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했다고 해서 감정의 온도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 구체적으로 걱정인지 짜증인지, 분노인지 격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숫자는 미묘한 차이를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지 검증 도구에 “클로즈업”을 추가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저율은 일반적인 기준을 잡을 때 효과적이다. “이렇게 결정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반면 클로즈업은 일반적인 기준만큼 중요한 “직관”을 만들어낸다.
--- p.201
우칭은 큰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여러 번 작은 실험을 시도하는 것을 가리킨다.
--- p.212
일부 심리치료사들은 사람들이 집이나 회사에서 느끼는 결정 관련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우칭의 사촌쯤 되는 기법을 사용한다. (…) 법률 회사의 비서인 페기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다. 그녀는 파트너 변호사 앞으로 갈 서류에 하나라도 실수가 있을까봐 두려워 몇 시간이 가도록 오류를 찾고 고쳤다. 그런 뒤에는 고치는 과정에서 무심코 생긴 실수가 있을지 몰라 다시금 검토에 검토를 반복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긴 하루가 끝나면 이제는 집으로 서류를 가져가서 토씨 하나 틀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다시 꼼꼼히 몇 시간이고 서류를 살폈다. 한 번 검토한 서류에 만족한다는 건 페기에게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심리치료사들과 함께 우칭을 적용할 몇 가지 항목을 만들었다. 머릿속 두려움이 합리적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소소한 단계를 밟아보기로 한 것이다. 검토를 좀 느슨하게 하면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지 눈으로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 페기는 “사소한 실수가 있더라도 회사가 소송에 지거나 자신이 해고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누구도 그녀가 만든 오류를 눈치채지 못했다.” 페기는 마침내 불안감을 내려놓고 엄격하되 지나치지 않은 검토 루틴을 만들었다. 그녀는 우칭을 통해 더욱더 대범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만들어냈다.
--- p.215~217
“우칭”이 다른 용어들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그룹에서는 기본적으로 전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바로 “머리부터 들이밀지 말고 우선 발끝만 담가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워낙 유명한 데다 작은 모험으로 큰 결정을 개선할 수 있으니 보상 또한 분명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더 쉽게 우칭을 시도하지 않는 것일까? 답은 스스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경향 때문이다.
--- p.218
테틀록의 연구는 사람은 예측 능력에 관해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우리는 언제든 가능하다면 예측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영자가 혼란스러운 기술 시장의 향방을 예측한다고 하자. 정치학자가 안정된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쉬우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칭은 여기에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는 우칭을 통해 현실을 예측하기보다 인식하는 법을 알 수 있다.
--- p.223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의 업무 성과를 미리 가늠하고자 할 때 면접은 작업 샘플, 해당 분야의 지식 테스트, 이전 직장의 동료 평가보다 쓸모가 없다. 이럴 때는 심지어 간단한 지능 검사가 면접보다는 훨씬 더 판단에 도움이 된다. (…) 면접 하위권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면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병원은 관계가 중요한 곳이므로 사회성 면에서 우수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쉽게 구분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그룹 모두 레지던트 1년 차 생활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렇다면 면접은 면접 실력 외에는 그 무엇과도 관련이 없다는 의미였다.
어느 모로 보든 면접은 훌륭한 방식이 아닌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면접에 의존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다들 자신이 면접에 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된 사람은 자신을 유명 앵커 우먼 바버라 월터스Barbara Walters나 전설적인 진행자 마이크 월리스Mike Wallace쯤으로 여긴다. 그러고는 참가자를 충분히 평가했다고 생각하며 면접을 마무리한다.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은 이를 “면접의 허상interview illusion”이라 부른다. 면접에서 실제보다 많은 것을 알아낸다고 확신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 p.232~233
그러나 정말 어려운 선택과 마주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결정과 거리 두기”다. 머리 아픈 딜레마가 앞에 있으면 큰 그림을 놓치기가 쉽다. 그러면서 오직 상황의 특수한 부분들만 보고 괴로워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마음을 바꾼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데 가장 크게 장애가 되는 것이 “단기 감정”이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사라지는 이 감정은 믿을 구석 없는 조언자와 같다. 인생에서 가장 잘못한 결정을 꼽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인 감정(분노, 욕정, 불안, 욕심 등)에 휩싸여 선택한 일들을 떠올릴 때가 많다. 만일 이런 선택을 한 뒤에 여남은 번쯤 “취소” 버튼을 눌렀더라면 우리는 무척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 p.247
10-10-10 법칙은 감정의 균형 찾기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현재 감정은 강렬하고 예리하게 느끼는 반면 미래 감정은 어렴풋하게 느낄 때가 많다. 이런 차이가 생기면 현재에 너무 큰 힘이 실리기 마련이다. 스포트라이트가 항상 현재 감정만 비추는 탓이다. 그런데 10-10-10 법칙을 사용하면 의식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볼 수 있다. 그러면 10개월 뒤의 순간을 지금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 p.250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라고 하는 이 원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단순히” 대상에 “노출”되기만 해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 p.252
손실 회피 편향에 따르면 사람은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 p.254
단순 노출 효과와 손실 회피 편향이 결합할 때 생기는 것이 바로 “현재의 방식”을 절대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다.
--- p.256
그로브는 회사의 메모리 사업이 난항을 겪자 해결점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 노출 효과 탓에 메모리 사업을 유지하려고 했다. 인텔이 초창기부터 공들여온 익숙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손실 회피 편향 탓에 메모리 사업의 비중이 커진 것 역시 말할 것 없었다. 그런데 인텔은 그동안 그토록 힘들여 일군 경쟁적 입지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었을까? 바로 “후임자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통해서였다. 그로브는 이 질문을 떠올리며 결정과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상황을 명확하게 볼 줄 아는 CEO가 새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지 상상함으로써 단기 감정에서 한 발 멀어져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즉시 답이 보였다. 무섭게 커가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집중하려면 메모리 사업은 접어야 했다. 이렇게 단순한 질문이 그토록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거리 두기”가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에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한 “해석 수준 이론construallevel theory”7에 따르면 직면한 문제와 거리를 둘수록 가장 중요한 점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다.
--- p.260~261
타인을 위한 조언에는 2가지 큰 장점이 있다. 첫째,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자연스럽게 우선시할 수 있다. 둘째, 단기 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다. 그러므로 결정을 가로막는 이 장애물을 타파하고자 할 때 가장 효과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친한 친구가 이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조언해줄까?
--- p.264
핵심 우선순위는 한 주, 한 분기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개인에게는 장기 목표와 바람이, 조직에는 장기 번영을 보장하는 가치와 역량이 핵심 우선순위라고 할 수 있다.
--- p.276
조직의 사명과 가치의 핵심은 당연히 이렇게 조직에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대부분의 조직 경영진은 “다양성” “신뢰” “정직” 같은 막연한 가치를 앞세우고 자신들은 뒤로 숨는 편을 택한다.(정직을 혐오하는 사람들과 과감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가치만으로는 대부분 결정에 이르기가 어렵다. 인터플라스트에서 가족 동반 문제를 논의하면서 어떤 선택지가 더 “정직한가”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누구도 이 문제를 결정짓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일반적인 가치를 장려하는 데 그치지 말고 명확한 핵심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 p.282
핵심 우선순위에 시간을 더 들이려면(이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다!) 나머지 것들에 들어갈 시간은 줄여야만 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Why Some Companies Make the Leap… and Others Don't』(한국어판: 김영사, 2021)의 저자 짐 콜린스가 “그만둘 일 목록stop-doing list”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p.287
그는 코인스타의 주식이 과연 수익을 안겨줄지 살펴보기 위해 재무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펜스톡은 이럴 때 “지지대 추정법bookending”으로 이름한 나름의 방식을 쓴다. 이 방식에서는 2가지 다른 시나리오를 추정한다. 하나는 상황이 회사에 불리하게 돌아갈 때를 가리키는 비관적 시나리오 또는 저점 지지대lower bookend다. 또 다른 하나는 회사가 창창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상태를 가리키는 낙관적 시나리오 또는 고점 지지대 upper bookend다.
--- p.300
그는 이렇게 말한다. “투자자로서 내가 할 일은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나는 미래에 관한 판단에 사활을 건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점 지지대와 고점 지지대를 보고 거기서 말해주는 적절한 상황을 찾습니다. 그러면 미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이를 “머리 쓰지 않는 투자low-IQ investing”라고 부른다.
--- p.304
“예정적 사후 확신prospective hindsight”을 통해 미래의 특정 시점을 과거로 상정할 때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심리학자 게리 클레인Gary Klein은 이 연구에서 착안해 결정 점검 도구를 고안하고 “사전 부검premorte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다시피 사망 시점 이후에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를 “사후 부검postmortem”이라고 한다. 반면 사전 부검에서는 한 프로젝트가 미래에 “사망” 선고를 받는다고 가정하고 원인을 파악한다. 팀에서 사전 부검을 시도할 때는 먼저 암울한 미래를 가정한다. (…) 위협이 될 만한 사항이 모두 겉으로 드러나면 팀에서는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 말하는 상황을 최대한 막기 위해 계획을 조정함으로써 “틀릴 때를 대비”할 수 있다. 결국 사전 부검은 미래에 맞닥뜨릴 만한 저점 지지대를 예상하고 그 지점이 끝이 되지 않도록 방법을 구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309~310
사람의 판단은 여러 가지 면에서 틀릴 수 있다. 우리는 맞닥뜨릴 만한 문제를 미처 고려하지 못해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사전 부검은 그래서 필요한 전략이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결과가 “좋을 때” 역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그러므로 미래에 대한 지지대를 설정할 때는 비관적인 전망만이 아니라 낙관적인 전망까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사전 부검과 더불어 필요한 것이 “사전 퍼레이드preparade”다. 사전 퍼레이드는 성공을 가늠하게 하는 도구다. 가령 이렇게 생각해보면 된다. “지금부터 1년 후 이 결정이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하자. 결과가 워낙 출중할 테니 축하하는 의미에서 퍼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어떤 측면을 확실히 준비해야 할까?”
--- p.316
사전 부검과 사전 퍼레이드는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문제와 기회를 다룰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가 하면 알 수 없는 측면에 대비하고자 할 때 유용한 기법도 있다. 사실 이 기법은 놀라울 만큼 간단하다. 자신이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고 가정하고 오차 범위를 넉넉히 잡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령 많은 엔지니어는 프로젝트에 “안전 계수safety factor”를 설정한다. 안전 계수가 탄생한 것은 엔지니어의 건강한 편집증 덕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계산이 사람들의 생사를 가를 수 있음을 알고 다음과 같은 계산이 필요할 때 신중하게 접근한다. “댐을 지탱하려면 콘크리트가 얼마나 많이 필요할까?” “비행기 날개의 재료는 얼마나 단단해야 할까?”
--- p.318
현실 미리보기는 필립스가 말한 “백신 효과vaccination effect” 때문에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보인다. 업무 시작 전에 “조직의 현실을 아주 조금” 맛보는 것은 충격과 실망을 이기는 백신을 맞는 것과 같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객 서비스 업무를 시작한 직원은 콜센터에서 잔뜩 화가 난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이상하게만 보였을 한 가지 상황에 대한 확실한 설명이 된다. 신기하게 현실 미리보기는 “직원이 채용된 뒤” 사용하더라도 이직률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이 방법은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채용 절차에서 거르는 데만이 아니라, 누구든 업무 중 피할 수 없는 어려움과 맞닥뜨릴 때 상황을 더 잘 이겨내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사실 현실 미리보기는 이직률을 줄일 뿐 아니라 직업 만족도를 높이기까지 한다.
--- p.325
자동 조종 행동의 사이클을 깨트리기가 어려운 건 자동 조종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과거에 선택해놓은 대로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방향을 바꿀 힘이 있음은 쉽게 잊어버린다. (…) 여기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 바로 결정에 “인계철선”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계철선이란 결정을 재고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머릿속에 경종을 울려주는 신호를 말한다. 차에 연료가 떨어져가면 주유등이 들어와 시선을 끄는 것과 마찬가지다.
--- p.338~339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코닥은 천천히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그사이 방향을 돌이킬 기회가 무수히 찾아왔지만 경영진은 전부 그냥 흘려보냈다. 여기저기서 필름 사업이 문제에 봉착했다며 경종이 울려댔으나 경영진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귓전에서 더 큰 유혹의 소리가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이 되는 건 필름 사업이야.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는 누구나 똑같은 유혹의 소리를 경험한다. “남자친구는 아직 내가 원하는 대로 날 대해주지 않아. 하지만 좀 있으면 변할 거야. 기다리면서 더 지켜보지 뭐.” “판매 실적이 예상에 못 미치고 있어. 하지만 전략을 재고하기 전에 기다리면서 좀 지켜보자.” 코닥의 경영진은 자동 조종 시스템의 덫에 갇혀 과거의 선택에서 비롯된 속도에 되는대로 올라타 있었다. 그들은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며 선택을 몰아붙여줄 인계철선이 필요했다.
--- p.343~344
꾸준한 노력의 미덕이 어느 순간 현실을 부정하는 악덕으로 변해버릴 때가 있다. 누군가가 이런 나쁜 변화를 맞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어서 빨리 그 상태를 벗어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한 가지 선택지는 “데드라인 정하기set a deadline”다. 데드라인은 가장 흔한 형태의 인계철선이다. 어떤 데드라인은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가령 일간지에 글을 쓴다고 하자. 원고가 준비되었든 준비되지 않았든 인쇄기가 돌아가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다.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데드라인은 대부분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데드라인은 행동과 결정을 강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인계철선이다.
--- p.346
그런데 이 사소한 차이로 결과는 판이해졌다. 개별 포장되지 않은 쿠키를 받은 사람들이 상자 속 쿠키를 다 먹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6일이었다. 반면 개별 포장된 쿠키를 받은 사람들이 쿠키를 다 먹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24일이었다! 포일 포장이 칸막이 역할을 해 쿠키를 계속 먹을지 말지를 생각해야만 했기 때문이다.(도박에 빠져 카지노에 퇴직금을 쏟아붓는 사람들을 구해내려면 슬롯머신도 쿠키처럼 포일로 싸야 하지 싶다!) 사실 슬롯머신 이야기는 순전히 농담만은 아니다. 자금을 봉투 1개에 몰아넣을 때보다 10개에 나누어 넣을 때 사람들이 도박을 덜 하더라는 연구가 있었으니 말이다. 소먼의 연구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현금으로 급여를 주고 여러 봉투에 나누어 넣게 했더니 저축률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칸막이 효과를 살펴보면 신용 카드가 과소비를 조장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신용 카드를 쓰면 칸막이 없는 소비가 가능해진다. 소파만 한 크기의 봉지에 든 칩을 통째로 먹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 p.349~350
리더는 직원이 업무 환경 안에서 위기와 기회를 긴밀히 포착하는 힘을 갖추기를 바란다. 패턴이 나타날 때 그것을 알아보고 승인을 얻어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능력 말이다. 패턴 인식은 신속대응팀 프로토콜의 강점이었다. 프로토콜로 만들어진 병원 내 분위기 덕분에 간호사들은 어느 때든 걱정스러운 아이가 눈에 띄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다.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패턴 인식형 인계철선은 위기만이 아니라 기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는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용기를 낼 줄 아는 직원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여기 새로운 움직임이 보여요. 회사에 좋은 기회가 되겠어요.” 피터 드러커는 경영진을 향해 “예상치 못한 성공”을 잘 이용하라고 독려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신생 벤처 기업은 본래 의도하지 않았던 시장에서 계획에 없던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대부분 기업이 시작할 때는 생각조차 못 했던 사람들이 고객이 되고 초기 설계와는 거리가 먼 목적으로 제품이 사용된다. 그런데 기업이 이 점을 예상하지 못한 탓에 생각지 못한 시장의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이 성공은 경쟁사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우연히 개발된 탈모 치료제 로게인Rogaine은 “예상치 못한 성공”이 잘 드러나는 사례 중 하나다.
--- p.357
공정한 결정을 내리는 가장 직접적인(그리고 가장 어려운) 방법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참여시켜 모두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조직의 의사결정을 수집해 분석했던 폴 너트를 기억하는가? 그는 분석을 통해 조직에서는 1가지 선택지만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중에 너트는 제너럴일렉트릭, 나사, GM 등의 조직이 내놓은 376가지 의사결정을 토대로 최종 선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그가 “협상bargain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을 통해 결정이 나온 경우는 전체 중7 분의 1에 불과했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타협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의하지 않는 다수가 있을 때 대다수가 받아들일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교섭을 계속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너트에 따르면 협상은 자주 쓰이지는 않았지만 협상을 한 뒤에는 결정이 성공할 확률이 항상 “극적으로” 올라갔다.
--- p.364~365
학자들은 이렇게 사람들이 공정함을 두고 느끼는 감정을 가리켜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절차적 정의)이라고 부른다. 결정이 나오기까지 절차procedure가 공정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절차 공정성을 실감한다. 절차 공정성의 반대급부에는 “분배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분배적 정의)이 있다. 분배 공정성은 의사결정의 성과가 공정하게 분배되었는가와 관계가 있다. 여러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두고 느끼는 감정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이 바로 절차 공정성이라고 말한다. 결국 의사결정에서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 즉 프로세스 역시 중요하다. 절차 공정성은 다음과 같이 아주 간단한 요소로 구성된다. 사람들에게 각자 생각을 말할 기회를 준다. 그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 정확한 정보를 사용해 결정을 내리고, 잘못된 정보일 경우 사람들에게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준다. 모든 상황에서 일관된 원칙을 적용한다. 편향과 사리사욕을 피한다. 어떤 쪽으로 결정이 내려진 이유와 관련된 위험, 우려를 솔직하게 말한다.
--- p.369
“상대방 입장을 듣고 그 내용을 그 사람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잘 드러나게 다시 말해줍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은 내가 경청하고 있다고 느끼고 긴장을 풀 수 있죠.” 상대의 입장을 상대보다 더 확실하게 말로 표현해 들려주면 정말 잘 듣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결정을 옹호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결정한 일이 반대에 부딪힐 때 필요한 것은 이 일이 무모하거나 순진하기만 한 과정의 결과물이 아님을 반대 측에 이해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막상 반대에 부딪히면 보통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기 입장을 더 깊이 파고들면서 열정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바쁘다. 그러나 놀랍게도 때로는 정반대로 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네트앱NetApp 설립자 데이브 히츠Dave Hitz는 말한다. “때로 결정을 옹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상대에게 그 결정에 어떤 결점이 있는지를 짚어서 말해주는 것이다.”
--- p.370~371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을 물었을 때 “한 일”을 후회한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장 많이 후회 하는 것은 “하지 않은 일”이다. 기회를 잡지 않고, 망설이고, 우유부단했던 것을 가장 안타까워한다.
--- p.382~383
🖋 출판사 서평
인간의 결정 능력은 형편없다
1994년 식품 기업 퀘이커의 CEO 윌리엄 스미스버그는 음료 브랜드 스내플을 18억 달러에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퀘이커 이사회는 전혀 토를 달지 않았다. 스미스버그의 눈부신 성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1983년 스미스버그는 게토레이 브랜드 모기업을 2억 2000만 달러에 인수해 약 30억 달러 가치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신화를 일구어낸 인물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퀘이커의 스내플 인수는 비즈니스 역사상 최악의 결정으로 손꼽힌다. 스내플이 게토레이만 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퀘이커 경영진은 부채에 발목이 잡혔고 회사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3년 뒤 퀘이커는 본래 인수가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3억 달러를 받고 스내플을 긴급 매각했고, 스미스버그는 치욕스럽게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퀘이커가 한 일은 1가지를 두고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가부 판정형” 결정조차 아니었다. 무조건 하고 만다는 식의 “원천 봉쇄형” 결정이었다. 무분별하게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은 퀘어커만이 아니다. 세계 4대 회계 법인 중 하나인 KPMG가 기업 M&A 700여 건을 조사한 결과 그중 무려 83퍼센트가 주주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중 40퍼센트가 법조계 일을 권하지 않고, 교사 중 절반 이상이 4년 만에 그만두며, 기업 임원 중 60퍼센트가 자기 조직 내에서 나쁜 결정이 좋은 결정만큼 잦다고 답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결정에 서툰 걸까? 어떻게 해야 일과 삶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리더라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작가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는 이 책에서 의사결정이라는 우리 인생의 최대 난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두 사람은 이미 자신들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인 아이디어와 행동설계 성공법에서 걸작『스틱!』 『스위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책은 그들의 또 다른 주요 연구 분야인 의사결정 성공법의 걸작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나 행동이라도 선택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두 사람은 “개인, 집단, 조직은 어떻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어떤 실수를 하는가?”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결정 실천하기”와 “올바른 선택 내리기”를 더없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즉 우리를 결정으로 나아가도록 확실하게 동기부여해주고, 동시에 올바른 선택에 도달하도록 분명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간 “좋은 선택은 왜 이토록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다룬 많은 책이 출간되었다. 대표적으로 『생각에 관한 생각』 『상식 밖의 경제학』 『넛지』 등이 손꼽힌다. 이 책들의 가치는 의사결정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히스 형제의 이 책은 기존 연구 성과 중 가장 유용한 진수만을 가려 뽑아 실제 현실에 적용한 실전 지침서라는 점에서 확연히 차별화된다.
“의사결정에 관한 책은 널렸다. 하지만 히스 형제의 이 책이 단연 최고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탁월한 의사결정 성공법의 실전편인 이 책에서 히스 형제는 우리의 결정을 방해하는 4가지 요인과 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4단계 의사결정 프로세스 “WRAP”을 알려준다. WRAP 프로세스는 일상생활과 커리어, 비즈니스, 기업 경영, 심지어 국가 운영에까지 적용된다. 모든 개인과 집단, 조직에 유용한 기술이다. 특히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임무인 각 분야의 리더들에게 더없이 유익하다.
사람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 결정을 좀먹는 4가지 악당
“우리는 누군가를 깊이 알기 전에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아무 이유 없이 낯선 사람을 믿거나 믿지 않으며, 분석 한번 해보지 않고 한 회사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 믿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이자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의 말이다. 그는 이런 성향을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일컫는다. 히스 형제는 이를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부르면서, 의사결정의 어려움은 작은 한 지점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봐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우리 사고의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합리적일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추정과 달리 인간의 생각과 결정은 편향과 비합리성에 깊이 물들어 있다. “결정 면에서 우리 뇌는 결함 있는 도구임이 분명하다.”
히스 형제는 이 책에서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편협한 사고틀” “확증 편향” “단기 감정” “과신” 4가지를 지목한다. 첫 번째 악당인 “편협한 사고틀”은 선택지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을 가리킨다. “무엇을 할까 말까” 1가지 선택지만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직 역시 2가지 이상 선택지를 고민한 곳은 29퍼센트에 그쳤다. 이런 결정은 여럿 중 하나를 고르는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 두 번째 악당인 “확증 편향”은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뭔가가 진실이기를 바랄 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뒤 그것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내고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자화자찬한다. 세 번째 악당인 “단기 감정”은 어려운 결정 상황에서 금세 사라질 감정에 마구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이 단기 감정 때문에 생각이 더뎌지고 위축되며 행동을 주저한다. 이때는 상황이 너무 복잡해 보여 생각이 멈추어버린다. 네 번째 악당인 “과신”은 자신의 예측을 지나치게 믿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조차 예측 능력은 형편없다. 이들이 100퍼센트 확신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23퍼센트에 불과하다. 이 4가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히스 형제가 제시하는 솔루션인 WRAP 프로세스는 다음 4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 : 선택지를 넓혀라(Widen Your Options)” “2단계 : 가정을 검증하라(Reality-Test Your Assumptions)” “3단계 : 결정과 거리를 두라(Attain Distance Before Deciding)” “4단계 : 틀릴 때를 대비하라(Prepare to be Wrong)”.
일과 삶에서 성공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프로세스, WRAP
브랜드 작명 회사 렉시콘은 “블랙베리, 페브리즈, 펜티엄” 등 총 150억 달러 규모의 메가히트 제품명을 개발해낸 작은 거인이다. 그들이 이런 마법을 부리는 것은 창의적인 프로세스 덕분이다. 렉시콘은 모든 제품명 개발 프로젝트에 하나의 각도로만 접근하지 않고 2인 1조씩 3개 팀을 구성해 각기 다른 각도로 문제에 접근한다. 심지어 고객사와 제품을 전혀 모른 채 비슷한 과제를 수행하는 별도 팀까지 둔다. 렉시콘이 성공한 것은 “편협한 사고틀”에서 벗어나 “선택지 넓히기” 기술 중 하나인 “멀티트래킹”을 의사결정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멀티트래킹이란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고민하는 방식, “둘 중 하나가 아닌 둘 다”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리더는 측근에게 둘러싸이면 눈과 귀가 먼다. 정책 결정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에 목말랐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보 수집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먼저 측근을 건너뛰고 실무자에게 직접 정보를 물었다. 아울러 국민이 보내오는 편지로 민심을 파악했다. 일단 실무자들이 편지를 분석한 “편지 브리핑”으로 큰 그림을 파악한 다음 직접 편지를 읽어보며 구체적인 민심의 동향을 살폈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이처럼 “가정 검증하기”를 해야 한다. 가정을 검증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정보 기준인 “내부 관점”에서 벗어나 더 큰 틀, 즉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정보 기준인 “외부 관점”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런 다음 “클로즈업하기”로 구체적인 부분을 살펴 정보에 질감을 더해야 한다. 루스벨트는 이 “줌아웃-줌인하기” 전략으로 역대 최고의 미국 대통령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드루 그로브는 회사의 모태인 메모리 사업이 난항을 겪자 접어야 할지를 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실속 없는 무수한 논쟁을 벌이며 시간만 허비하던 중 어느 날 그는 “후임자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 외부 관찰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자 큰 그림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로브는 당장 메모리 사업을 접고 급성장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 덕분에 인텔은 우리가 익히 아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끌리는 “단순 노출 효과”,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이 큰 “손실 회피 편향”, 그리고 이 둘이 결합하면 생겨나는 “현상 유지 편향”에 잘 빠진다. 이때는 감정이 심하게 왜곡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기 십상이다. 이런 교묘한 “단기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앤드루 그로브처럼 “결정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는 탁월한 고객 서비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자포스의 “별난 문화” 중 하나는 신입 사원 교육 기간에 그만두면 1000달러를 준다는 규정이다. 직원 채용 시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 규정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 떠나는 사람은 현금을 챙겨서, 자포스의 경영진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아서, 남은 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서 행복하다.
이처럼 자포스는 인재 채용에서 “과신”을 경계하며 “틀릴 때 대비하기” 중 “인계철선 마련하기”로 자기네 문화에 어울리는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을 가려낸다. 인계철선이란 결정을 재고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머릿속에 경종을 울려주는 신호를 말한다. 한때 사진 산업의 최강자였던 코닥이 디지털 전환에 실패해 파산하고 만 것은 이 인계철선의 부재로 “과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