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벌써 지난 3월 중순으로 가는 이 계절에, 마지막 눈산행을 위해 소백산 인근으로 향한다. 지난주 지리산 눈 산행에 대비 없이 갔다 고생이 많았던 나는, 스패츠 아이젠 여분의 장갑을 챙기어 배낭안에 위치함을 몇번 확인하였다. 금요일 오전 대모산을 다녀왔었는데 반팔 티셔츠도로 무난히 다닐 정도였다. 눈에 대비한 장비는 철저히, 그러나 복장은 가벼운 겨울 등산복으로 입고, 집을 나선다. 겨울 배낭의 무게가 익숙해져, 이제는 오히려 편하기 까지 하다. 생각하니 물 1리터를 덜어 내서 그런가 보다. 오늘 하늘비 님이 장작불 곰탕과 떡국떡을 가지고 오신다기에, 라면 끓일일 없어, 오뎅용 1리터와 마실물 1리터 그리고 포카리 700미리리터 만 짊어진다. 내 배낭무게 불평은 사치이다. 팀원들 도시락과 곡괭이를 자처해서 짊어지는 해피님, 다올님 그리고 개구쟁이 사계님의 희생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백구두 아저씨의 오지버스는 달리고 달려, 상고대님을 태우고 오늘 산행 들머리에 다다른다. 여기는 경상도이다. 오는 내내 눈비가 내려, 마지막 눈내리는 겨울 산행에 대한 기대감이 한 껏 높아진다. 산불조심 및 입산금지 구역으로 걸쳐진 곳이라, 다들 빠른 속도로 산으로 스며든다. 그래도 눈치없이 웃고 떠들며, 여유 부리는 팀원들은 어쩔 수 없다.
오늘 구간은 묘하게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경계 구간을 지나가는 산행이다. 영월 김삿갓면 바래 아래 경상도에서 시작하여, 충청도로 내려오는 구간이다.
산속으로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덕줄기 2개를 발견한다. 모든 정성을 다해, 조심스런 손길로 매끄러운 줄기가 끊어지지 않게 그 길을 따라 소중한 수확을 올린다. 이런 날은 보통 대박이거나 아니면 쪽박이다. 긍정의 마인드로 다음주 달마고도에 오랜만에 참석하는 팀원들에게 진한 더덕주를 드리기 위해 화이팅! 외쳐본다. 해피님은 오늘 100개를 수확해서 30개는 오늘 쓰고 70개는 다음주에 쓰자며, 경사면을 거침없이 치고 오른다. 더덕에 대한 의지는 지구 최강이다.
오늘은 더덕 정예 멤버로 꾸려졌다. 수색조, 공격조, 정리조. 이 조합으로 마음만 먹으면, 일개 읍지역은 초토화 할 수 있는 화력이다. 하지만 항상 적당히, 욕심없이...........
오지 악동 사계님이 오시면, 산행분위기는 언제나 업이다. Tension 이 높은 오지팀이된다. 시끌벅적 흥이 오른다.
산 중턱 부터는 상고대가 만발하였다. 본인이 본인을 바라보며 칭찬하는 자화자찬 산행
겨울과 봄의 중간에 있어서인지, 오르는 내내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첫 휴식을 맞는다. 요즘 리엑터의 성능 저하로 인해 오뎅 끓이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올 겨울까지는 그냥 쓰고, 수리를 맡겨야겠다. 긴 첫 휴식이 끝나고, 다들 경사면을 누비며 고군분투한다. 여기는 땅에 습기가 많은지, 진흙처럼 단단히 얼어 붙어, 공격조들의 고생이 너무 심하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상고대가 절정이다. 불어 오는 눈 바람이 매서운 걸 보면, 아직 겨울이 미련이 많이 남았나보다.
눈은 쌓인 그대로 다져져 있어, 깊이 빠지거나 갑자기 내려 앉는 일 없이, 편안하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너무 깊지 않게, 폭신하게 내려앉는 느낌이 너무 좋다.
오늘 다올님의 수고 덕분에 저녁에 맛있는 더덕주를 마실 수 있었다. "다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능선따라 백두대간 길 만나, 쭉쭉 내딛어 고치령 방향으로 달린다. 수고하시는 팀원들 기다렸다 가다 반복한다. 오늘은 상고대님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조금 일찍 하산한다. 미내재에서 청소년수련원 방향으로 계곡길이 미끈이 나 있어, 수월하게 하산한다.
큰 기대와 큰 수확은 없었지만, 적당히 산행하고 적당히 수확하고, 안전히 산행을 마친다.
오늘은 영월역 맛집인 덕포식당으로 간다. 명품사겹살을 숯불에 구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맛집니다. 강원도에서만 먹울 수 있는 눈개승마 나물절임에 삼겹살 싸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더덕주와 함께. 또 살찌는 소리와 함께 ㅋㅋㅋ.
다음주 달마고도가 기대된다. 코로나 이후로 20명 팀원이 모이는 자리다. 산도 기대가 되지만 그동안 소원했던 팀원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금주 내내 설레일것 같다.
첫댓글 산행하기 좋은날씨에
멋진 상고대를 볼수있었던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다올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이번주는 편히 쉬엄 쉬엄 산행하셔요.
달마고도 산행은
눈이 호강하는 산행일것같아서 기대가됩니다.
3월에 설국이라니.
멋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