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의 가을 여행 / 홍속렬
가을의 전설의 주제곡을 들으며
경원선을 타고 고향으로의 가을 여행을 떠난다
경기 부천에서 연천 가는 경원선 전철을 타고
두 시간 반이면 연천에 도착하고
다시 신탄리까지 마을버스로
신탄리에서 동송 가는 버스를 타면
세 시간 반 만에 고향 집에 도착한다
아우가 지키고 있는 고향엔 어릴 적 동무들은
거반 다 죽었고 몇 남지 않은 동무는
미쳐 연락못해 만날 수가 없다
헤드폰을 끼고 kbs 1fm 음악 방송을 들으며 가니
음악이 가을 여행의 주 무대가 돼 준다
전철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 더 깊이 심령 속으로 파고드는 멜로디
가을의 전설은 뭔가 애잔한 마음의 잔주름이 잡히는
아련함과 그리움이 가슴 아프게 조여온다
가을 여행에 매우 알맞은 음악이고 감정의 여울이다
초등학교 운동장 중학교 교정을 둘러 보며
옛 생각에 접어들면 나 살아있다는데 감사
군인으로 수많은 월남전투 대간첩 작전
살아 돌아와 여유를 갖고 돌아보는 유년 시절의
아름답고 고귀한 여린 꿈에 에머럴드 색깔을 칠했던
척박했던 시절의 낭만이 꿈으로 이뤄져
금의환향의 꿈 이루어 냈고
이제
여든을 넘기며 살날보다도 죽을 날이 더 가까워
건강할 때 많이 보고 느끼고 뼈에 새겨 넣자
평강 뜰에서 멀리 올려다 보이는 개마고원
도무지 갈 수 없는 땅, 금단의 땅
6.25전 철원에서 전철을 타고 철없던 때
금강산 들어가는 전철로 금강산 구경했으나
전혀 기억에 없다
나 죽을 때까지 진정 조국의 평화통일 볼 수 있을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에 익어가는 벼와 풍성함이
가득한 벌판과 푸른 숲 나무들이 평화를 상징하고
언제까지나 휴전선이 존재할까?
아직도 노염이 남아돌아 등에 땀이 흥건한데
추석 절 보내려고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
밥 사 먹을 곳이 없다.
다시 돌아오는 전철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집으로 향한다
언제나 가을 여행은 꼭 쥐면 한주먹에 잡히는
꽁고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