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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씨가 조선일보에 또 괴이한 칼럼을 기고한 모양이다. 용산 뷰가 어쩌고 할때부터 진즉에 알아보기는 했는데, 나는 이제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유튜브 구독자 수 좀 많다고 오만 경제적 문제에 중국발 음모론을 갖다붙이면서 '공산당' 운운하는 것이 정말 짜증이 난다. 솔직히 저런 무식한 소리는 그냥 듣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처벌을 하는게 맞는거 아닌가라는, 현대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생각까지도 들게 만든다.
유현준의 말은 이런 식이다. 52시간제를 함으로써 사람들이 일을 적게 해서 산업 경쟁력이 약해졌고, 그래서 중국 공산당이 우리를 추격할 빌미를 주었기 때문에 52시간제는 중국 공산당에 좋은 제도라는 식이다.
유현준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하나도 모른다. 딥시크를 개발한 개발자 중 한 명인, 중국이 국가적 영웅으로 선전하고 있는 엔지니어 뤄푸뤼가 지금 연봉을 얼마 받는지만 구글에 검색해 봐도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격하는 것과 52시간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돈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첨단 산업에서 중국에게 길을 내 준 것은 일을 적게 해서가 아니다. 투자를 안 해서지.
노동시간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에게는 '노동생산성'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지성도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밭을 갈아도 트랙터로 밭을 가는 쪽의 소출과 호미로 밭을 가는 쪽의 단위노동당 소출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여기서 호미를 쓰느니 트랙터로 밭을 갈자고 하지, 왜 일을 덜 하느냐고 타박하지 않는다는 거다.
영주권자들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것을 두고도 덮어놓고 '중국 공산당이 좋아할 일' 이라고 한다. 그 근거라는 것이 국내 거주 외국인 중 80% 가 중국인이기 때문이란다. 나는 세상에 뭐 이런 글이 있나 싶었다. 영주권자들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것은 말이다. 그들이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이다. 한국 거주 영주권자들은 엄연히 '주민세' 를 납부한다. 주민세는 지방세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납부하는 세금 정도의 참정권 정도는 허락해 주자는 취지인 것이다. 뭔 구체적이지도 않은 '인권 때문' 이 아니다. 모르면 말을 하지를 말아야지.
그리고 국내 거주 중국인 영주권자들이 지방선거에 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도대체가 그게 어떻게 대한민국이 '친중 세력' 이 되는 길이란 말인가? 심지어 여기서 그는 '친중 국가' 도 아닌 '친중 세력' 이라는 표현을 썼다. 택도 없는 중국 혐오에 눈이 흐려져, 개념과 개념 사이의 호응관계가 어떠해야 자연스러운지도 이제 분간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다. 법무부가 산출하는 F-5, 즉 영주권자의 숫자는 2024년 기준 고작 20만 2천 명에 불과하다. 20만 2천명이면 서울 성동구 인구보다도 적다. 이 사람들이 전국에 흩어져서 살 건데, 20만 2천 명이 지방선거에 투표를 하는 게 도대체 어떻게 한국을 '친중 세력' 으로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 정작 중국 공산당은 한국 영주권자인 자국민들이 누구에게 투표를 하는지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그들은 미국과의 경쟁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말이다. 생각이 다를 순 있다. 요새 세상은 거꾸로 돼서 아예 옳고 그름이 다 없고 그냥 각자가 다 존중해 달라는 기가 막힌 세상이 돼놔서 이제는 내란까지 옹호하는 마당에 그것까진 그렇다고 치자 이거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저 일간지 지면에 기고를 할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이 글을 저런 식으로 써서는 안 된다. 일단 뭔가 안 좋아 보이는 거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중국' 을 갖다 붙인 뒤에 요설을 풀면, 그걸 반박을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팩트를 가져와서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사회적인 자원 낭비다. 유현준은 지금 그걸 하고 있는거다. 사회적 자원 낭비.
내가 볼 땐 중국이 한국에 끼친 가장 큰 해악은, 기술로 우리나라를 따라와서 위협을 하는 게 아니라, 유현준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양산해 낸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 그대로를 따라서 해도 선진국들 바짓가랑이를 쫓아갈까 말까인데,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하는 그대로 따라서 하는것도 몇 개 되지도 않는구만 그걸 갖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중국 공산당이 좋아할 일' 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그걸 버젓이 신문지면상에 싣는게 말이 되는가?
최소한 주장의 근거라도 제대로 갖춘 글을 쓸 지성이 없는 자에게는 펜을 빼앗아야 한다. 유튜브 구독자 숫자는 그의 지성을 알려주는 숫자가 아니다. 그냥 말맛이 얼마나 좋냐 정도를 알려주는 것이지. 하긴 조선일보 입장에서 글의 완성도가 중요하기야 하겠는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 대신 해 주는 셀럽이 얼마나 고맙겠냐 이말이다.
그냥 이 나라는 답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