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집에
과연 내 방이 존재하는 걸까?
유년시절엔 사실 내 방을 갖는다는, 아니 갖고 싶다는 꿈 자체가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유년시절의 집은 여섯 식구가 방 2 개 정도를 나누어 사용하는 정도였기에
일찌감치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을 게다
대학생활을 꿈꾸며 비로소 나만의 공간을 함께 꿈꾸기 시작했지만
그건 반쪽짜리 독립이었다
기숙사 생활을 원했기 때문인데 내가 혼자만의 방을 간절히 원하지 않고 기숙사를 택한 건
많은 문학작품 속의 낭만을 경험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열악한 자취생활에 대한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수 있다
혼자서 식생활을 해결하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동화 같은 내 방을 갖기는 애초에 힘들다고 생각했기에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기숙사를 원했을 수 있다
그래도 반쪽짜리 독립인 기숙사 생활이 왜 그리 좋았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시기다
지금까지 만남을 갖고 여행을 함께 다니는 친구를 만난 것도 기숙사에서였다
룸메이트들이 모두 외출한 저녁엔 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즐겼다
촛불을 몇 개 켜놓고 책을 읽기도 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화재의 위험 때문에 촛불 사용이 금지되어있었다고 한다
나 홀로 촛불 밝히고 책을 읽고 있을 때 기숙사 간부언니가 선배룸메이트를 찾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란다
그렇지만
촛불금지 규칙을 고지하기 전의 첫마디가
"어머, 낭만적이다"
촛불이야 어차피 룸메이트들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밝힐 수 있어 켜놓고 잠들 여지는 없을 테니
승인하는 듯한 멘트를 날리고 방을 나갔다
어쩌면 이번에만 눈감아 주겠다는 의미였을 수도 있었으나 난 무언의 승인이었다고 생각해 버린다
창백하게 쏟아지는 형광등보다 발그레한 촛불 아래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잠깐씩, 조금 사치스러운 내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시간을 많이 가졌다는 것은 이렇다 할 남자친구 없이 대학생활을 했다는 고백이다
가끔 이런저런 데이트는 했지만 말이다
진정한 내 방을 갖게 되는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