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의원 등이 발의한 도정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서울시가 오는 6월 중 시내 재개발·재건축단지 중 50곳을 공공관리 대상 사업지구로 선정키로 했다.
그 후속조치로 서울시는 지난 1월 발표했던 ‘클린업시스템’을 제도에 맞게 보완할 방침이며, 사업추진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사항을 담은 ‘공공관리 운용매뉴얼’과 시공사 등 정비사업의 참여업체 선정방법 및 기준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 등 시민단체들과 일선 조합들의 움직임 역시 시의 행보에 발맞춰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의 경우 개정안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종합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 등의 사무를 협회 등의 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함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 조직구성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도정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시민단체와 협회 그리고 조합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한동진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 기획실장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의 도입배경으로 도시재정비사업의 추진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업체를 공정하게 선정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도 도입에 따른 효과 역시 주민분담금을 1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세입자의 주거권 확보와 생존권 문제로 발달된 용산사건 때문에 중앙정부와 함께 급조한 제도라는 것은 어느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공공관리제도 발표 12일 후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들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법률안을 입법발의 하는 등 너무나 성급하게 움직였다.
개정법률안이 시행되려면 앞으로 4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한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실례로 법률적․제도적으로 정비되지도 않고 업무처리 시스템도 준비되지 않은 채 서울시가 무리하게 시범지구로 선정해 추진해왔던 성수전략정비지구와 한남뉴타운의 경우 갖가지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제도 도입 과도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초 발표했던 공공관리제도의 도입 취지와는 거리감이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밝힌대로 제도 도입에 따른 공사비 절감 및 사업기간 단축과 사업진행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공공이 개입함으로써 도시재정비사업의 부정과 비리가 근절되거나 대폭 개선되도록 올바르게 안착할 수 있어야 된다.
공공관리제도가 발표된 지난해 7월부터 도시재정비사업 시장이 매우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70년대부터 도시재정비사업을 민간주도형으로 추진해오면서 공공은 인․허가 행정절차에만 참여해 왔는데 법률이 통과․시행됨에 따라 인․허가자인 행정기관이 추진위원회 구성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등의 제반업무까지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도록 법률로 뒷받침 하다보니 관련시장인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장들은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제도 도입의 기대효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문제점들을 충분히 재검토하여 도시재정비사업이 합리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더불어 치밀한 제도적 기틀 마련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설익은 제도 시행으로 인한 시행착오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공공의 큰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 윤도선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 회장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협회의 역량을 극대화 할 방침이다. 협회 정관에도 명기돼 있었던 부분이었으나 그간 권한이 없다보니 사실상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관리 부분은 협회가 오랫동안 희망했던 일이였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정비업체들의 권익보호의 역할까지 총체적으로 관장할 방침이다.
그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정비구역 지정단계 이전부터 주민동의서 매매가 이뤄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실정이고 무분별하게 사업이 이뤄지면서 추진위와 조합, 정비업체와 설계자, 시공자, 철거업체가 서로 뒤엉켜 금품이 오가는 등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회의 법제화 이후 이런 분란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해 조직의 확대 등을 골자로 담은 안건을 오는 24일 정기총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한편, 현재 국토해양부와 금번 개정안 내용을 토대로 하위법 제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교육 부분 역시 법제화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관련 업체들이 교육을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해 사실상 기본적 소양 및 전문성을 키우는데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교육 부분의 경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서 담보되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협회 차원의 차별화 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비업체들이 담당 조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아울러 공공관리제도가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신생업체들에게는 기존 업체들과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
#3. 조합과 비대위의 진검승부
공공관리제도가 법제화 됨에 따라 서울시는 제도가 시행되면 재정비 사업 절차를 공공관리자가 공정하게 관리함으로써 투명성이 강화되고 정비사업 기간이 단축돼 사업비가 절감될 것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시범지구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 중이던 성수전략정비구역과 한남뉴타운 외 동대문 신설동 89, 서대문 홍제3동 8-50, 강북구 수유동 711 일대, 성북구 돈암동 48-29,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럭키아파트, 성동구 금호4가 1221(금호23구역), 성북구 정릉3동 757, 서대문구 홍제동 266-211, 강서구 방화동 609(방화6구역) 등 총 18개 지역에서 공공관리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일선 조합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공관리제도가 구역지정 전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추진위들이 제도가 본격적 시행되는 7월 이전에 구역지정을 받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공관리자 제도를 선호하는 비대위들과 1억원 절감효과에 혹한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현재까지 진행했던 절차를 모두 무위로 돌리고 공공의 성은을 받기 위해 근거도 없는 자료를 배포하는 등 주민 간 반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오는 7월까지 제도와 관련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민간 방식으로 진행될 때보다 더 큰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A재건축 추진위원장 역시 “공공관리제도로 인해 오히려 주민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며 “분담금 1억원을 낮추겠다는 시의 공약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들이 악용하기엔 그지없이 좋은 홍보문구”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B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성수지구 등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구역들이 분명 빠르게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공공관리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나면 분양가의 강제적 인하 조치 등으로 인해 사업성을 악화시킬 수 있고 아파트 품질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제도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관리제도를 반기는 측에선 공공관리제도 시행 때까지 사업을 늦춰야 한다며 총회를 무산시키거나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의 한 비대위 위원장은 “공공으로 가나 민간 방식으로 가나 분명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빨리 가는 것이 오히려 조합원들의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고, 서울시의 발표대로 분담금을 1억 가량 줄여준다면 굳이 제도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공공관리제도가 정비구역 지정 전부터 추진위와 정비업체 등이 결탁하는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는 감시의 역할까지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사업이 더딘 구역들을 중심으로 제도 도입에 적극저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