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리즈가 피자를 먹는 곳은 지금도 나폴리 최고의 피자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다 미켈레>(L'Antica Pizzeria Da Michele)이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구 시가지 한복판에 있는데, 어찌나 유명한지 나폴리에서 택시를 탄다면 별다른 말도 필요 없이 그냥 “핏쩨리아요! La Pizzeria”라고 한마디만 던지면 알아서 데려다준다. 1870년에 문을 열었으니 그 역사만 벌써 150여년에 이르는데, 지금은 그 매니악한 유명세 때문인지 도쿄와 런던에도 깔끔한 지점이 생겼다. 사실 다 미켈레의 피자는 나폴리 스타일 피자 가운데서도 가장 하드코어한 축에 속하는데, 우리로 치자면 을지로나 명동 어귀의 전설적인 국밥과 평양냉면집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나폴리 피자의 매력은 최고도의 신선한 재료를 예술처럼 빚어내는 장인의 기술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즉흥성 그리고 특유의 단순함에서 나온다. 얇디 얇은 도우 위에 토마토 소스를 스윽하고 한번 바르고는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 몇 조각과 향긋한 허브 잎사귀 몇 개를 툭툭 던져 넣은 후 초고온의 화덕에서 돌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나무장작으로 지핀 400도가 넘는 화덕에서 도자기 굽듯 구워진 피자는 참나무향이 그윽하게 배어,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오묘한 맛을 내는 멋진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공정’이 은근 단순하다보니 외지 사람이나 연구하기 좋아하는 미식도시 출신들이 나폴리 피자의 오리지낼러티를 넘보기 시작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자란 산 마르차노 토마토’는 어쨌거나 힘겹게라도 구할 수 있다. ‘버팔로 물소젖으로 만든 신선한 모짜렐라 치즈’ 또한 마찬가지다. ‘신선하게 짜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서울에서도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다. 그런데 왜, 이 최고의 재료를 모두 동원하고도 나폴리 구시가지 골목들의 찌그러진 피잣집에서 구워내는 그 피자 맛이 나지 않을까? 왜?
하루에 수백 판의 피자를 현란하게 구워내는 전문 장인들, 즉 피자이올로(pizzaiolo)의 손맛 때문일까? 아니면 재료에 무슨 비밀이 있는걸까? 어떤 사람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간 나폴리 지역 특유의 경수가 그 피자맛의 비밀이라 주장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나폴리 가게들의 전통 참나무 화덕에서 그 숨은 비법의 일단을 찾아내기도 한다. 사람들이 매년 다 빈치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을 이래저래 탐구하고 찾아보듯, 나폴리 피자에 대한 우리의 탐구 또한 도대체가 그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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