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1월 14일 대통령 선거와 지역개발 여론에 발목이 잡힌 정부와 여야 정당은 경제특구법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거듭되는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제한의 노동착취와 환경파괴 그리고 교육·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반민주적인 경제자유구역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법률의 위헌성과 외국자본에 대한 특혜, 그리고 동법을 적용할 시 야기되는 엄청난 폐해등으로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반발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노동·환경권은 물론 교육·의료의 공공성 등 우리 사회의 민주적 권리에 대한 외국자본의 치외법권 지역을 설정한 것으로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와 여성노동자의 기본권과 국민 대다수의 인간다운 삶을 심각하게 후퇴시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특히 2003년도 3월로 잡혀있는 WTO 양허안 제출 협상도 시작되기도 전에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을 통해 외국자본에 알아서 빗장을 열어주는 반민족적 조치는 선진제국의 개혁개방공세에 속수무책인 상황을 초래하게 하였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인 OECD조차 다국적 기업 가이드 라인을 통해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이 활동하는 국가에서 환경, 건강, 안전, 노동, 재정상 특혜등을 면제받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제자유구역법은 헌법32조의 노동기본권과 11조의 평등권을 위배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며 국제사회가 이룩한 사회·환경적 기준을 무력화하는 시대역행적인 반민주적 법률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외국자본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해주고 내국민들에게는 모든 민주적 권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노예특구·식민특구인 경제자유구역법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2. 지금 정부당국은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시행령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못하는 안이한 발상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제자유구역법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과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 법안이 갖고 있는 위헌성만이 아니라 이 법률의 제정으로 지난 87년 6월항쟁 이후 우리 사회가 이룩해 온 민주주의와 사회·환경적 권리를 말살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1세기는 개발과 성장일변도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다수 민중의 민주적 권리와 생태적으로 지탱가능한 사회발전을 담보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반민주적인 경제자유구역법안은 폐기되고 전면 재논의 되어야 합니다.
3. 이에 우리는 오늘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범국민적인 저항운동기구로서 "경제자유구역법안의 폐기와 전면재논의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준)(이하 '범국민대책위')"의 발족을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범국민대책위는 양대노총을 포함하여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망라되어 활동하게 됩니다. 우리는 범국민대책위 발족과 향후 활동이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환경적 정의가 실현되는 전환점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범국민대책위는 위헌소송,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 사회적 쟁점화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 법률 폐기안 제출 등 범국민적인 저항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특히 양대노총은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여 내년 7월로 예정되어 있는 시행령 제정을 저지하고 경제자유구역법을 폐기하기 위한 총파업 투쟁 등을 실질적으로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우리는 오늘 김대중 대통령이 시장경제를 위해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송두리째 포기한 경제자유구역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회로 다시 되돌려 보낼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의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동법안에 대한 재가를 강행한다면 이후 발생하는 민주주의 후퇴와 모든 사회·환경적 재앙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임을 경고합니다.
2002년 11월 26일
경제자유구역법 폐기와 전면재논의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준)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서한
2002년 11월 14일, 대한민국 국회는 노동계를 비롯한 환경, 여성, 교육, 법조, 의료, 장애인 등 각계각층의 강력한 반대의사를 무참히 짓밟고 이 땅 곳곳을 노동착취·경제식민 특구로 만들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동안 시민사회노동단체는 동법안의 입법을 강력히 반대해왔습니다. 이는 동 법안이 노동, 환경, 여성, 조세, 교육, 보건 등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노동조건의 악화, 공교육 해체, 환경침해,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등의 독소조항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기존의 근로기준법, 고용관련법, 산재보험관련법, 장애인 관련법, 환경관련법, 교육관련법, 조세관련법, 보건의료관련법 등 무려 40여개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는 초헌법적인 특혜성 법안으로서 명백히 위헌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과의 형평성에도 위배되어 한국경제의 전면적 종속을 획책하는 반민주적이고 반개혁적인 법안입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국회에서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경제자유구역내의 노동자는 월차휴가 폐지, 주휴 무급화로 18% 이상의 실질임금이 삭감될 것입니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은 생리휴가까지 무급화되어 20% 이상의 실질임금 삭감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직종까지 파견제를 확대함으로써 경제자유구역내에서는 모든 노동자를 파견노동자로 대체할 수 있어 임금 중간착취와 고용불안에 떠는 비정규노동자로 전락될 것입니다. 나아가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장애인과 고령자의 의무고용 면제로 사회적 약자 계층을 더욱 희생시킬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 관련법에 의한 환경보호 의무를 대폭 감면하여 극심한 환경파괴가 불을 보듯 뻔 합니다. 외국기업은 자국에서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운 공해사업들을 이땅에 무차별적으로 들여올 것입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대부분의 세금을 감면하여 조세권 자체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외국학교법인 설립이 가능해져 백년대계인 교육조차 천박한 자본의 논리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렇듯 정부가 제출하고 여야 정당이 합작하여 통과시킨 경제자유구역법안은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재앙을 부를 뿐 아니라, 근로권과 평등권 그리고 사회권과 환경권을 전면 부정하는 위헌적 법률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경제자유구역법이 공포되어 발효되기 이전에 폐기하여 악법의 폐해를 막아야 마땅합니다.
이에 우리는 오늘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경제자유구역법의 폐기와 전면재논의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준)를 구성·발족하였습니다. 만약 정부당국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동법을 강행·시행한다면 위헌소송과 법안 무효화투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악법 폐지투쟁에 나서는 한편 각계각층 성명과 범국민 시국선언 그리고 대선 쟁점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운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범국민대책위원회(준)은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뜻을 모아 대통령께, 국민의 기본권을 전반적으로 침해하고 기존의 법률을 완전히 무시하는 문제의 경제자유구역법안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수 있도록 국가 최고통수권자로서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