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4] [동녘이야기] / [허균 얼 톺아보기] 성소부부고 살피기 020#
✦권4 문부1 서(序) / 고시선(古詩選) 서(序)
https://youtu.be/Jry8JrljFYc
한동안 진도를 앞으로 나가지 못했읍니다. 급한 마음이 살짝 들어 서둘러 오늘은 새로운 서(序)를 읽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교산 허균의 성소부부고’를 새롭게 풀이한 책을 만났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허경진이 풀어낸 책입니다. 일찍이 풀이한 책을 선물을 받긴 했지만 새롭게 풀어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확인해 보니 새롭게 풀어낸 것입니다. 보다 이해를 잘하기 위해서 주(註)도 자세하게 많이 달았더군요. 무척 반가웠읍니다. 신호열의 풀이에서 느꼈던 아쉬웠던 점이 허경진에게도 닿아 새롭게 풀이를 했을 것으로 여겨 졌읍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허경진이 풀이한 이 책을 중심으로 읽어나가도록 하겠읍니다. 그러니까 허경진의 풀이를 중심으로 신호열이 풀이한 것을 곁들여 살펴 보겠읍니다.
이런 허경진은 오랫동안 연세대 국문학 교수로 계시면서 특별히 교산 허균과 난설헌 허초희를 깊이 연구하신 전문 연구가가이십니다. 일찍이 한 10여년 전인 2013년에 ‘허균 연보’를 펴내셨는데... 이 책은 시대별로 교산 허균의 해적이를 자세하게 밝혀 놓으신 것으로 교산 허균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었읍니다. 하지만 이미 말씀을 드린 대로 성소부부고까지 새롭게 풀이해 낸 것으로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전의 잘못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새롭게 읽어나가는데 힘이 많이 들었던 참에 이 허경진 풀이의 ‘성소부부고’를 만나게 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읍니다. 이를 계기로 더욱 열심히 읽어나가도록 하겠읍니다. 이제, 오늘은 제목으로 잡은 대로 허경진 풀이의 고시선(古詩選) 서(序)를 그대로 가지고 오도록 하겠읍니다.
《고시선(古詩選)》은 허자(許子)가 손수 시를 뽑아 엮은 책이다. 허자는 어려서부터 이미 고시(古詩) 읽기를 좋아하여 그 뜻을 이해하든 못하든 언제나 책을 펼쳐 놓고 밥먹기를 잊을 정도로 즐겨 읽었다. 그렇게 수십 년을 쉬지 않고 읽다가, 어느날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시의 본령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뛰어난 시인은 한 시대에 몇 사람이 되지 않고, 한 사람의 시인에게 있어서도 또한 뛰어난 작품은 몇 편이 못된다. 그러니 그들의 시를 외우며 모범으로 삼는 후세 사람들이 많은 작품을 읽어야만 할 까닭이 무엇이랴?
요순(堯舜) 시절과 하나라 이래로 시를 지은 사람이 적지 않았으나, 《서경(書經)》과 《예기(禮記)》에 실려 있는 시와 공자(孔子)가 산정한 것이 이렇게 적다. 그렇다면 울림을 절실하게 하고 아름답게 꾸미기에만 힘쓴 후대의 작품들은 많이 취할 것이 못 됨이 분명하다.
한나라 시대의 시 가운데 가장 빼어나다고 일컫는 작품은 오직 고시(古詩) 19수(首)와 소무(蘇武)와 이릉(李陵)의 증별시(贈別詩) 인데 원성(元聲)이 흩어지지 않아서 《시경》 3백 편에 가깝다. 탁녀(卓女)와 반비(班妃) 및 고악부(古樂府)에 실린 채옹(蔡邕)과 송자후(宋子侯) 이하 수십 수(首)가 조금 전아(典雅)하고 화려할 뿐 그 나머지는 너무 투박하거나, 너무 꾸밈이 많거나 구절을 이루지 못하니 한마디로 모두 정음(正音)이 아니다.
위(魏)·진(晉) 이후는 전아함은 비록 갖추었으나 대우(對偶)에 힘쓰다 보니 기운이 손상되었고, 육조(六朝) 때는 꾸밈이 더욱 많아져 고시(古詩)와는 더욱 멀어졌다. 당나라에 이르러서는 스스로 시 형식을 갖춘 것이지 고시(古詩)는 아니었다. 지금 내가 가려 뽑은 것은 대개 한(漢)나라나 위(魏)나라의 시가 많고, 진(晉)나라나 송나라의 시는 적으며 양(梁)나라나 진(陳)나라의 시는 채집한 것이 더욱 적다.
옛날의 시라 하더라도 근래의 기풍에 가까운 시는 뽑지 않은 것도 있으며 가까운 시대의 시라 하더라도 옛날의 시를 모범으로 삼은 것은 감히 버리지 못했으니 오직 고시에 부합하는 것을 뽑으려 했을 따름이다.
책은 여섯 편(篇)으로 나누고, 뽑은 것은 다만 3백 수뿐이다. 간혹 고루한 소견으로 그 한두 편을 뽑아서 논평했으나 세상에 전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애오라지 내가 홀로 터득한 바를 나타내어 수시로 외우며 법도를 얻고자 함이다.
당나라의 좋은 시가 많기는 하지만 내가 만든 《당시선(唐詩選)》이 따로 있으므로 이 책에 섞어서 기록하지 않는다.
여기까지입니다. 다시 풀어서 고칠 데가 없는, 이해하기 너무 쉽고 좋은 글로 다음었네요. 뒤 늦게 나마 알게 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특히 주를 많이 달아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덧붙여 놓은 점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런 오늘도 고마움을 온통 허경진 선생님께 보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늘은 월요일이라 교산 허균의 '성소부부고'를 읽었읍니다.
오랫만에 읽은 셈입니다.
다행히 늦게나마 허경진 선생님이 새롭게 풀이해 놓으셔서...
고맙기도 하고, 뒤늦게 알아 죄송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 허경진 풀이 본을 중심으로
신호열 풀이를 참조하면서 읽도록 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고시선 서'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