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은 인도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부처님과 한 명의 제자가 나눈 질문과 대답을 엮은
경전이다.
인도의 세친보살(320?~400?, 인도의 불교 사상가)은 금강경이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27가지 의심을 끊는다고 하여 27 단락으로 분류하였다.
또 무착보살(310?~390?, 유식불교를 확립한 인도의 불교 사상가)은 사람이 성불에
이르기까지 수행상에 18위를 완성하여야 한다고 하여 금강경』을 18분과로 나누었다.
150~200년경 인도에서 나타난 금강경은 구마라집(鸠摩羅什344?~413?)에 의해
한역되어 중국으로 전해진다. 원전인 인도 금강경과는 다르게 지금 우리가 보는 금강경은
32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마라집은 산스크리트어 kumarajiva의 사이다. 인도 귀족인 아버지와
구차국 왕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서 7세 때 출가했다. 중국의 요진(姚)으로 가서
불교경전 역경에 기여했으며, 당나라의 현장법사와 더불어 역경사의 2대 역성으로 불린다.
이는 중국으로 전해진 금강경』을 무제梁武帝(464~549)의 아들인 소명태자昭明太子
(501~531)가 전체 내용을 32개 부분으로 나누고 각각에 제목을 붙인 데서 유래한다.
『금강경』의 1장은 부처님의 하루를 그린다. 기원정사에서 1,250인의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부처님의 일상이다. 부처님은 매끼 탁발을 하여 중생들에게 보시할 기회를
베풀었다. 동시에 스스로는 가장 간소하고 낮은 지위에서 생계를 해결했다.
금강경』의 도입부인 1장은 표면적으로 보면 경이 설해지는 배경 묘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많은 동북아시아 선사들이 이 첫 장면인 부처님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에
최고의 도가 있다고 말한다. 부처님과 스님들이 마을로 탁발하러 갈 때도 공양을
보시받을 때도 '들뜬 마음과 분별'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하루 일상의 모든 순간이 수행이라 할 수 있다.
"밥 먹고, 걷고, 씻고, 앉는 모든 일이" 그대로 "소중한 깨어 있음의 행”이다.
마조스님이 "평상심이 도"라고 하신 말씀도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생활과 수행이 둘이 아니다. 그래서 금강경이 말하고자 하는 도리가 1장에 모두
들어 있다고까지 한다.
그러나 1장만 읽고 우리가 금강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지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짐작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래서 2장부터는 부처님 제자가 우리를 대신해서 부처님께
질문을 던진다. 그 제자가 바로 수보리이다.
불교는 정해진 해답 같은 것이 없다. 질문하는 사람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부처님이
지혜를 전해 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경마다 부처님께 질문하는 제자가 다르고,
부처님의 답변도 제자들의 질문에 따라 다른 지혜들을 담고 있다.
- 이여민 저, ‘대중지성, 금강경과 만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