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0 총선을 한달 앞두고 울산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로부터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민주당 울주군 이선호 후보가 같은 지역 출마자인 국민의힘 서범수 후보의 출생지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또 이를 기자회견이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출생하지 않았는데 출생했다고 허위 사실을 퍼트렸다"고 지적했다. 서범수 후보가 울주군 범서읍을 출생지로 명기한 가족관계증명서를 공개했으니 이 후보가 자신의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내놔야 할 판이다.
어느 쪽의 잘잘못을 떠나 거론되고 있는 사안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은 하나의 입법기관이다. 법을 새로 만들 수도 없앨 수도 있다. 또 수백억, 때론 수천억원의 국가 예산을 가져와 지자체 재정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회간접 자본 시설을 확충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조직 인선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총선을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들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은 출생지 시비가 아니다. 보다 `큰 그림`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좋은 일보다 그렇지 못한 쪽에 귀를 쫑긋거리는 게 세상사다. 밑져 받자 본전인 측은 어떻게든 내용을 공론화해 상대방에 타격을 입히려 할 것이다. 반면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조치를 취하는 쪽은 정당한 상황에서도 위축될수 밖에 없다. 사실 여부 확인에 앞서 유권자들이 내용을 그대로 수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연회비 1억원 피부관리실 이용설(說)`에 휘말려 치명상을 입고 낙선했다. 1년 뒤 경찰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나 후보가 쓴 돈은 550만원이었다. `연회비 1억원 설(說)`이 허위임이 경찰에 의해 밝혀졌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언비어를 퍼트린 쪽이 처벌받았을 뿐 그렇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바뀐 것도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부터 사이버 공간을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됐기 때문에 여론 오도를 위한 각종 흑색 비방은 올해도 난무할 게 틀림없다. `나경원 흠잡기`식으로 일단 허위 사실을 유포한 뒤 그것이 사실인 양 퍼트리는 수법이 등장할 게 확실하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트를 이용해 교묘히 경쟁상대를 흠잡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이다. 여론조사를 빙자해 전화 통화로 은근히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편법도 등장할 것이다. 결국 나설 사람은 지역 유권자들뿐이다. 울산 유권자들은 올해 총선에서 이를 철저히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