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해안 고기뿐만 아니라, 서해안 고기도 좋아한다.
특히, 젓갈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젓갈은 아무래도 동해안 보다 서해안 것들이 더 맛있고 종류도 풍부한 것 같다.
동해안도 전어가 가끔 나지만, 전어하면 역시 서해안이다.
‘가을전어’라고 하면 왠지 더 군침이 도는 전어. 제철을 넘겨 10월 중순 가을이 깊어지면 전어의 뼈가 강해진다.
바다에서 많이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찾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전어가 완전히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집 처마 그늘에 놓인 항아리에 전어속젓이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밴댕이와 전어 같은 물고기는 내장이 그리 크지 않다.
속 좁은 사람을 오죽하면 ‘밴댕이 속’이라 했겠는가. 전어의 내장은 위와 창자까지 겨우 엄지손톱 크기만 할까?
생선 젓갈 중에 나는 뭐니 뭐니 해도 전어속 젓을 으뜸으로 친다.
말 그대로 전어의 내장으로 만든 젓갈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전어밤젓’이나 ‘돔베젓’으로 부르기도 한다.
십수년 전 전남 장흥의 바닷가 회진포에 갔을 때 전어 속젓을 처음 만났다.
식당에서 노란 배추 속잎에 찍어 먹은 전어 속젓은 쌉싸름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특이했다.
이 맛에 매료되어 작은 병에 든 젓갈 한 통을 사서 집으로 왔다.
식구들은 쓰디쓴 맛이 혀에 닿자 얼굴을 찡그리며 다들 뱉어냈다.
“잘못 사온 건가?”
내가 먹어봐도 쓰고 비린 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숙성이 덜 된 젓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어 속젓은 냉장고 속에서 오래 잠을 잤다.
두세 달이 흘렀을까. 나는 뜨거운 흰밥에 올려 먹으면 좋다는 전어 속젓에 다시 도전했다.
아, 처음에 밥과 함께 씹을 때는 쓰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입안에 고이는 그 맛!
전어 속젓만 한 눈송이가 내리던 날이었다.
서해안의 전어 속젓에 버금가는 것이 내가 파는 가자미식해다. 가자미식해는 북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동해안 전 지역에서 만들어 진다.
북한 쪽은 양념을 별로 안하고 큰 가자미를 사용하고, 동해 중부는 참가자미를 사용하고, 묵호 이남 경상도 동해안은 물가자미를 사용한다.
내가 파는 것은 묵호에서 잡히는 물가자미로 만든 식해이다.
‘식해’는 ‘식혜’가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