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이 많다. 그래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 손 꼽을 정도로 적다.
백두산과 그 인근의 산지에서
개마고원을 거쳐
태백산맥에 이르는 긴 능선이 동쪽을 따라 남쪽 해안까지 이어진다. 이 때문에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이른바 '동고서저' 지형을 이룬다. 평지가 비교적 드물고 산지가 흔하다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있었고, 현대에도
산림청 기준에 따라 한반도는 산지가 64%, 거의 7할에 달한다고 대중에게 알려졌다. 2013년에는 지형학적 기준에 따라 한반도 전체에서 산지가 42%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6][17] 즉, 대략적으로는 한반도의 절반 가까이가 산지인 셈이다. 이런 변화는 한반도의 산지들이 생성된 지 오래된, 평지나 구릉지에 가까운 산지가 많아서 그렇다.
이런 지형 때문에 한반도의 주요
강은 동쪽 산지에서 발원하여
서해안을 향해 흐른다. 이러한 대표적 수계로는 북쪽으로부터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한강,
금강,
영산강이 있다
[18]. 남북으로 긴 반도 특성상
남해로 흐르는 강은 비교적 적으나
섬진강과
낙동강이
백두대간 줄기 남단을 따라 흐르는 물을 모아 남동부 수계를 이룬다. 요 하천들은 동쪽에서 꾸준히 깎은 퇴적물을 주기적으로 범람시켜 서해 및 남부에 평지를 가꾸어왔으며, 주요 도시들은 이 영향으로 동쪽 산맥으로부터 방사상 형태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지구의 해수면이 높기 때문에 비록
황해는 바다를 이루지만, 사실 황해는 큰
대륙붕의 일부이며 지질학적으로는
대륙의 일부이다. 지질학적 측면에서
중국과 한반도는 한 덩어리 대륙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동해는 그 특성이 무척 다르다. 천만 년에 걸쳐 일본이 동쪽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지각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수심이 무척 깊은 바다, 즉 동해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동해는 해안으로부터 아주 가까운 거리에 대륙 사면이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동해와 서해, 나아가 동해안과 서해안은 서로 이질적인 특성을 갖는다. 한반도의 모양만 보아도 이 특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반도 동쪽은 강한 단층 활동으로 해안선이 단조로운 반면, 서쪽 해안선은 과거 대륙의 일부였던 만큼 해침
[19]하면서 선이 복잡하다.
동쪽은 깊은 수심으로, 비록 대양으로 열려 있지는 않지만 제법 높은 파도, 복잡하면서도 지속적인 해류를 가진 반면, 서해는 얕은 수심과 서쪽 대륙에서 유입되는 다량의 퇴적물로 정적이고 혼탁한 것이 큰 차이다. 서해안은 그런 요소로 인해 조간대, 즉
갯벌이 잘 발달해 있다. 한반도의 서해, 남해는 대륙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빙하기에는 종종 중생대 때처럼
일본,
대만과 이어졌었다. 그 당시에는 황해는 육지였고, 남쪽으로는 일본이
대마도 방면 등에서 한반도와 이었고 북쪽으로는
홋카이도-
사할린이 아프로-유라시아 대륙과 이었다. 즉, 동해는 호수였다.
지질학적으로 한반도의 기반암은 크게 세네 영역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선캄브리아대에 대륙 지각끼리 충돌을 일으키며 유라시아 대륙을 성장시키던
변성암이 있다. 가장 오래된 변성 연대는 약 20억 년 전
[20]이며 특히 강원도 북부에서 경기도를 포함하는
경기육괴,
울진 즈음에서
전라남도까지 길게 분포하는
영남육괴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변성암은 보통 충돌대의 심장부를 구성하는 단단한 암석이며, 충돌대의 활동이 끝나면 접합되면서 견고하고 안정적인 대륙으로 변하게 된다. 선캄브리아기의 격한 충돌 산물은 곧 단단하고 안정적인 땅덩어리를 구축하였고, 이후 한반도의 골격을 이루게 된다. 어떻게 지금 하나의 땅에 있는지는 첨예한 논란이 있으나,
[21] 이 영남육괴와 경기육괴가 옛날에는 서로 떨어져 있었다고 생각하며, 오늘날 북한에 있어 확인할 길은 없지만, 북한의 기반암이 경기육괴와 영남육괴와 어떻게 대비되냐에 따라 한반도는 작은 땅덩이 최대 3~4개의 정도가 모였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고생대와
중생대에 걸친 퇴적암류인데, 두 시기의 암석은 장소와 특성이 상이하다.
고생대의 퇴적암은
조선누층군과
평안누층군으로 대표되며 강원도 남쪽
영월,
태백 일대에 특히 많이 분포한다. 두 누층군 중 전자는 고생대 초기, 후자는 고생대 말기의 퇴적암류로 되어 있으며 바다에서 퇴적된
셰일과
석회암이 특징적이다. 특히
조선누층군에는 석회암층이 무척 풍부하고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 한편,
중생대의 퇴적암은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뭐니뭐니해도
경상분지가 가장 다량의 퇴적암을 보존하고 있다. 경상도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상분지의 중생대 퇴적암은, 고생대의 그것과 달리 바다가 아닌 육상
[22]에서 퇴적된 것이 많고 붉거나 노르스름한 이암과 사암이 흔하게 나타난다. 이 당시에 한반도 동부에 많았던
화산 활동의 영향을 받아 화산퇴적물도 무척 흔하다. 한반도는 본디 일본과 붙어 있었던 만큼, 한반도의 동부는 오늘날
일본처럼 강한
섭입대 화산 활동의 영향 아래 있었다. 이 지형을 따라 흐르는 강물과 호수, 그리고 그곳에 쏟아붙는 육상의 퇴적물과 화산암류가 섞이면서 한반도 중생대 퇴적암류는 좀더 정적인 곳에서 얌전히 쌓인 고생대 퇴적암류와는 성질이 판이하다.
중생대에 화성 활동이 강했단 말은, 곧
마그마의 관입이 흔했다는 뜻이다.
[23]바로 이 관입으로 마지막 세 번째 주요 암석이 만들어진다. 한반도 기반암에서 편마암 만큼 흔한 암석인
화강암이 바로 그것이다.
화강암은 본래
산성질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굳어간 것이다. 중생대에 한반도 곳곳에서 산성질 마그마 관입이 일어났으며 이 결과 한반도는 화강암이 사방팔방에서 발견된다. 오죽하면 천 년도 더 전에 그 다루기 어려운 화강암으로 불상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화강암은 특히 영남육괴와 경기육괴에 걸쳐, 강원도에서 전남으로 뻗는 대각선을 따라 다량으로 분포한다. 화강암은 암석 내에 방향성이 없어 모나지 않고 둥그렇게 풍화되는 것이 특징인데, 이 결과 한반도에는 화강암을 골격으로 하는 둥그스름하면서도 큼직큼직한 산이 많아 독특한 경관을 보인다.
중생대가 끝날 무렵에는 한반도의 암석 형성은 대부분 끝난다. 그러나 신생대에도 화산활동이 있었으며 그 결과 한반도 곳곳에서 신생대 화산활동의 산물이 발견된다. 본토의 경우, 북쪽에는
백두산과
개마고원이 가장 대표적이며, 한국에서는
철원[24],
보은,
백령도 등을 포함하는 내륙의 신생대
현무암이 대표적이다. 남쪽에도 있는데, 한반도에서 대표적인 신생대 퇴적암류로 되어 있는
호미곶과 그 남부에 넓은 연대에 걸친
현무암을 포함한 신생대 화산암류가 발견된다. 특징적인 것은, 대략 1500만 년 전을 기점으로 한반도 화산암류에서는
섭입대의 흔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부에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섬도 만들어졌는데,
독도,
제주도, 그리고
울릉도가 대표적이다. 그 중
울릉도와
제주도는 4000~6000 년 전까지 화산 활동을 했음이 알려져 있어, 오늘날 열수 및 지진 활동이 보고되는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
활화산으로 알려졌다.
한반도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으로 가꿔져 왔느냐, 즉 지질사(史)에는 아직 논란이 많이 있다. 한반도는 공간적으로 지질학적 영역 대여섯 개로 나눈다. 가장 북쪽,
휴전선 가까이에 분포하는 변성암대인
임진강대가 있고, 그 아래로
경기육괴가 있다. 경기육괴와
영남육괴 사이에는 다시 충돌의 흔적이 남아있는
옥천대가 띠 모양으로 분포한다. 영남육괴는 동쪽이
경상분지와 맞닿아 있다. 옥천대의 북부는 변성의 흔적이 거의 없는 고생대 퇴적암류와 맞닿아 있는데, 이곳에서 고생대 퇴적암, 옥천대, 경기육괴 등이 얽힌 경계부는 오늘날 한국 지질학자들 간에 논쟁이 치열하다.
요컨대, 상당 부분은
선캄브리아대부터 있던 안정한 지각이며
고생대에 수중에서 퇴적된 퇴적암이 함께 발견된다.
중생대 초기부터는 그곳도 육지로 바뀌었고, 그 시대의 토탄이 굳어 만들어진
석탄이 분포한다.
중생대의 퇴적과 화성 활동으로 오늘날의 구조를 만들어갔으며,
신생대에 걸친 간헐적인 화산 활동이 있었다.
오늘날 한반도의 지각 변동은 거의 없는데, 이는 한반도가 대륙 경계부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중생대에는 화산 활동과 지진이 잦았을테지만, 태평양 판의 섭입이 뒤로 물러나면서
[25] 한반도에는 사실상 조산 운동이 완전히 끝났다.
백두산의 경우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이 분쟁 중이지만, 한반도 대부분의 화성 활동은 동해가 열리는 것과 직간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으리라 추측된다. 다만 한반도에서 지진은 여전히 크고 작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한반도가 섭입대의 영향 아래 있어서라기보다는,
[26] 오히려
히말라야 조산운동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산발적으로 말했지만, 한반도는 동북부에서 서남부로 이어지는 구조선이 많다. 그리고 보통 이미 구조선이 구축되어 있으면, 땅에 응력(stress)이 가해질 때 그 구조선이 재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새로 암석을 찢는 것보다는 이미 찢어진 곳을 공략하는 것이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한반도는 이 구조선의 재활성화에 의해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재활성화를 유도하는 응력은 대부분 히말라야 조산운동으로 인도가 유라시아 땅을 밀어붙일 때 그 힘이 중국을 거쳐 한반도까지 이어지면서 발생한다. 즉, 인도가
티베트 고원을 힘껏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티벳 고원 동쪽 대륙 전체가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도호쿠 대지진의 영향으로 한반도 전체 지역이 동쪽으로 3 cm 이동했다고 한다.
평안남도와
평안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청천강의 하구와
함경남도[27] 문천시를 잇는 선은 한반도에서 횡단거리(동서)가 가장 짧은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