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도 구조대도 없어 맨손으로 수색”… 아프간, 기약없는 지진 생존자 구출
2445명 사망… 구출 골든타임 다가와
각국 구조대원-구호 물품 지원 감감
8일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헤라트주 젠데잔 주민들이 하루 전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현지의 열악한 사회 여건으로 구조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이 맨손, 곡괭이 등으로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젠데잔=AP 뉴시스
“맨손으로 땅을 파헤치며 매몰된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헤라트주의 구조대원 사비르 씨(30)가 8일 카타르 알자지라에 “현대식 장비도, 훈련된 수색 구조대도 전혀 없다. 이에 관한 지원이 없다면 인명 피해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루 전 발생한 강진으로 현재까지 약 2500명이 숨졌지만 구조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인명 피해를 키우고 있다. 장비 부족으로 생존자 구출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아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2021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의 집권 후 국제사회의 원조가 사실상 끊겼고, 지진 당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까지 발발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곳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현재까지 2445명이 숨졌고 2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8일 밝혔다.
대부분의 주민은 삽조차 없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거나 기약 없는 도움만 기다리고 있다. 헤라트 일대의 대부분 가옥이 진흙 등으로 만들어져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도 인명 피해를 키웠다. 지금도 최소 수백 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지진 발생 36시간이 흐른 후에도 현지에 도착한 각국 구조대원, 구호물품을 실은 비행기 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 튀르키예(터키), 지난달 모로코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국제사회가 앞다퉈 도움의 손길을 뻗었던 것과 다르다. 주요국이 탈레반과의 접촉을 꺼리는 데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세계의 관심이 쏠린 탓으로 풀이된다.
부상자를 수용할 의료기관과 의약품 또한 부족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국은 현지 학교들을 구호센터로 전환해 부상자들을 옮기고 있지만, 부상자들에게 주어진 것은 담요 한 개뿐이었다.
이번 지진이 기아 등 아프가니스탄의 기존 문제를 더 키울 가능성도 높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올해 5∼10월 기준 전체 인구 약 4200만 명 중 1530만 명(약 36.4%)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 중 340만 명은 재앙적인 수준의 기아에 직면해 지원이 시급하다.
이기욱 기자